이선균 "봉준호 감독은 계획이 다 있구나" [★FULL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9.06.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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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나의 아저씨' 박부장 아저씨로 짠한 중년의 얼굴을 그렸던 배우 이선균(44)이 이번에는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피라미드 꼭대기의 박사장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제72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칸에서 만났던 이선균을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다시 만났다. '기생충'이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 하고 나흘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뜨거운 반응 속에서 이선균은 "현실적이 않다"라며 들뜨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기생충'은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기생충'의 흥행 성적이 굉장히 좋다. 어떤가.

▶ 이런 흥행은 제 일 같지가 않다. 현실감이 없다.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굉장히 좋고 감사한 마음이다. 며칠 안에 '기생충'이 제 필모 최고 흥행 기록을 넘을 것 같다.(웃음).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던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설레고, 좋았다.


-봉준호 감독과 첫 작업이었다. 어땠는지 궁금하다.

▶ 신기하더라. (송)강호 형님과 함께 연기하고 이야기 하는 게 재밌기도 했고. 모든 촬영이 3일 차까지는 긴장을 하는데, 처음에는 다른 현장보다도 더 그런 게 있었다. 최근 작품에서는 제가 앞에서 끌고 가는 역할이 많았는데, 그런게 아니라 부담이 덜했다. 나중에는 오히려 '내가 이렇게 아무것도 안해도 되나?'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중에 영화를 보니 감독님께서 다 맞춰서 하셨더라. 원래 봉준호 감독님이 설계를 다 해놓으셔서 연기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처음에는 봉 감독님의 이름에 긴장을 많이 했는데, 좀 지나니까 동네 영화 잘 찍는 형처럼 편하게 배우와 스태프를 대해 주셔서 너무나 좋았다.

-박사장 캐릭터의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는지.

▶ 출연 결정을 하고 시나리오를 봤는데, 박사장은 사건 중심에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 표현할지가 고민이었다.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미 봉준호 감독님이 콘티에 다 표현해 놓으셨더라. 차에 커피 가득 채운 잔을 들고 타서 확인하는 것도 콘티에 있었다. 제가 계속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을 패키지여행으로 표현하는 것도, 그만큼 루트와 과정을 촘촘하게 잘 짜놓으셨기 때문이다. 저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그랬다. 연기도 되게 디테일하다기 보다, 템포나 리듬 같은 것을 설명을 잘해주신다. 그 템포와 리듬에 맞춰 연기하고 그것을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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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칸에서 완성된 '기생충'을 본 소감은 어땠나.

▶ 그 전에 기술 시사로 먼저 봤었고, 칸에서 두 번째 봤다. 제 연기는, 잘 모르겠다. 아직도 부족한 것 같다. 그런데 영화가 너무 좋다보니까 그런 건 묻힌거 같다. 처음에는 내용을 다 알고 있어서 상황적인 코미디가 보였다면, 칸에서 두 번째 볼때는 (최)우식이 한테 이입이 많이 돼서 되게 먹먹하게 봤다. 저는 아프게 봤는데, 칸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그게 진짜 더 희비극 같은 느낌이었다. (박사장이 칼에 맞았는데도 기우에 이입이 됐나?) 전 좀 억울하긴 하다.(웃음)

-사실 따지고 보면, 박사장 가족도 잘못한 일이 없는 것 아닌가

▶ 냄새를 잘 맡는 죄다. 제 아들(다송)까지 냄새를 되게 잘 맡는다.

-같은 소속사 송강호 배우는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리는데, 송강호 배우가 작품 전 미리 이야기 해 준 말은 없나?

▶ 강호 선배님이, 봉준호 감독님과 하면 너무 좋을거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자면 이번 작품은 봉준호라는 여행사에 가이드가 강호형 같다는 느낌이었다. 강호형이 너무 좋을거라는 이야기를 기분 좋게 많이 했다. 술자리에서도 밥먹을 때도 '대본이 너무 좋아서 놀랄 것이고, 또 대본보다 결과물에 더 놀랄 것이다'라고 말하더라. 100프로 믿고 의심하지 말라고 하셔서 100프로 믿고 촬영했다.

-송강호와 첫 호흡인데, 현장에서 보는 선배 배우 송강호는 어땠나.

▶ 배우들 모두 어느 현장이냐에 따라 각자 다른 모습을 보이겠지만, 이번 현장에서 강호선배님은 가장 같았다. 형이 제일 모범을 보이시고, 촬영이 없는데도 현장에 나오고 연기하는거 보시고, 그런 판을 잘 만들어주셨다. 끝나도 같은 호텔에 있으니까 강요하지 않아도 술자리 밥자리 만들어 놓으면 가족 밥먹는 것처럼 모여서 밥먹고 하루 마무리 잘하고 그런 분위기었다. 형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마치 연극을 하는 공연팀처럼 팀워크를 쌓으며 촬영했다.

-15세 관람가인데, 극중 박사장과 연교의 러브신이 조금 민망했다는 가족 관람객도 있다.

▶ 그장면도 거의 대본 그대로 촬영했다. 가족 영화인줄 알고 초등학생 아이를 데려가면 민망할 수 있지만, 그 장면이 섹슈얼을 부각한게 아니라, 한 공간에 있는 상황적인 코미디 부각한 것이다. 한 공간에 있을때는 굉장히 젠틀한척 하지만 천박한 것을 원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표현했다. 그리고 직접적인 노출이 있는 것도 아니니 15세로 나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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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이 '봉테일'이라고 불리는 이유에 대해 직접적으로 느낀 것이 있나.

▶ 봉테일이라는 것은 어느 하나의 상황이나 장면 때문에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모든 컷과 그림이 그렇다. 가장 놀라운 것은 굉장히 사실적인 것 같은데 그게 장르적이라는 것이다. '기생충' 이 영화자체가 봉준호 감독이다.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다. 흐리멍텅한 것 같은데 명료하며 유머가 있고 사회적 메시지도 있다. 어떤 부분들은 디테일이 집요하고 특징이 있지만, 너무 집요한 그런 디테일과는 또 다른 것 같아. 봉 감독은 그것을 복합적으로 하나의 장르로 만들어 낸다.

-봉준호 사단에 합류했는데, 차기작에 대한 언질은 없었나?

▶ 이번 작품만으로도 영광이다. 정말 생각지 못한 큰 기회였다. 봉 감독님이 본인의 다음 작품에 대해서는 인터뷰에서 이야기 하신 것을 저도 읽었다. 당연히 (봉준호 감독과) 또 하고 싶다. 영원히 기생하고 싶다. 봉준호 감독을 영원히 숙주로 모시고 싶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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