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 "'기생충', 다된 밥에 재 뿌릴까 걱정했어요" [★FULL인터뷰]

강민경 기자 / 입력 : 2019.06.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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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우식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최우식(29)이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에서 분량 요정으로 등극했다. 그는 분량이 많아서 좋기도 하지만, 부모님께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 된 밥에 재 뿌릴까봐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최우식은 스스로에게 잘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보다 관객의 반응을 통해 '재는 안 뿌렸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최근 최우식은 스타뉴스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기생충'은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우식은 극중 기우 역을 맡았다. 기우는 전원백수 가족의 장남으로 네 번의 대입 실패 후 아르바이트나 부업을 하며 백수로 지내는 인물이다.

최우식은 '기생충'에서 호흡을 맞춘 송강호에 대해 진짜 아버지처럼 편하게 대해줬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마인드 컨트롤을 했어도 자신에게는 송강호 선배님이였지만, 결국 아버지라는 호칭으로 부르게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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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우식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현장에서 대 선배님께 어떻게 다가갈까 고민을 했었어요. 후배가 선배한테 다가가기에는 어느 정도의 노력과 맞는 코드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행스럽게도 현장에서나 밖에서나 계속 '아버지'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선배님께서 진짜 아버지처럼 편하게 인도해주셨어요. 제가 갖고 있는 롤도 그렇고, 봉준호 감독님에 아빠는 송강호 선배님이셔서 부담이 컸어요. 그런데 제가 현장에서 안 떨고 잘 할 수 있게끔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어요."

최우식은 '옥자'에 이어 봉준호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그는 '옥자' 촬영이 끝난 뒤풀이 자리에서 '기생충'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봉준호 감독의 제안에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봉준호 감독님 말씀에 의하면 제가 김군(옥자 속 최우식 역할 이름)을 할 때의 얼굴을 보고 이 얼굴이 아버지 김기택 아버지 아들로 나오면 재밌겠다 싶었다고 하셨어요. 뒤풀이 당시 제게 '다음 작품 준비된 거 있어?'라고 물어보셨어요. 사실 다른 감독님들도 궁금해할 수 있을 것 같아 크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준비하고 있다고 했더니 얼마 뒤에 전화가 왔어요. '요즘은 준비하는 거 있냐'고 하셨어요. 그때 일이 없었고, 다음 작품을 위해서 몸을 만들어서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제게 마른 몸매를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답하셨어요. 그래서 그때 혼자 기대를 했었죠."

최우식은 두 번째 호흡을 맞춘 봉준호 감독의 특별한 점에 대해 모든 게 머리 안에 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이 원하는 미세한 동작 하나 하나 디테일이 콘티 안에 그려져 있다는 것. 그러면서 그림을 잘 그리고, 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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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우식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콘티 안에 봉준호 감독님이 원하시는 디테일이 그려져 있어요. 그래서 '이미 모든 게 머리 안에 있으시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놀라웠어요. 불친절한 콘티도 있지만, 봉준호 감독님의 콘티는 내가 주어진 신에서 보여줘야할 것들이나 감독님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모든 배우들과 역할 (디테일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누세요. 배우 혼자 역할을 만들어내는 것 보다 감독님이 생각한 환경을 배우랑 같이 만들어가요. 그 과정들이 숙제처럼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재밌고 놀이하는 것 같았어요."

최우식은 '기생충' 제작보고회 당시 뜻밖의 비중 발언으로 웃음을 자아낸 바 있다. 그는 "'부산행'(감독 연상호) 때는 작은 역할이었고, '옥자'(감독 봉준호)에서도 작은 역할이었다. 이번엔 더 큰 역할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를) 가니까 더 긴장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우식은 어떻게 말을 해야 자랑 같이 안 들릴지라고 말문을 열었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처음 봉준호 감독님이 '기생충'을 같이 하자고 한 다음에 시나리오를 읽게 됐어요. 이름이 기우인 것만 알고 있었어요. 분량이 많아서 좋은 것도 있지만, 부모님한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었어요). 저희 부모님은 분량을 생각하시니까. 하하. 기우가 극을 처음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역할이라 부담도 엄청 컸어요. 처음 영화를 봤을 때 더더욱 긴장이 많이 됐어요. 잘 된 밥에 재를 불릴까봐요. 그래도 제 스스로 보고 '잘했어' 이런 건 아니지만 보신 분들이 재밌게 봐주셔서 그래도 '재는 안 뿌렸구나'라고 생각해요."

최우식은 '기생충' 시나리오를 넘길 때마다 기우의 이름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 자신의 역할의 이름만 본다고 했다. 그리고 그 캐릭터의 대사가 어떤 톤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한다고 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을 때 제가 맡은 인물이 어떤 친구인지를 먼저 봐요. 그런데 '기생충' 시나리오를 읽을 때 기우가 계속 나왔어요. 그 다음에 이야기가 확확 흔들리는 게 보이더라고요. 운전수가 태우고 있는 승객들을 놀라게끔 급 커브를 트는 것 같아서 정말 신기했어요. 장르도 많은 것 같았고요. 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얼굴도 많다고 생각했어요. 봉준호 감독님께 처음 했던 말은 '기우의 얼굴 색깔이 다양해서 좋아요'였어요.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얼굴 색깔이 많을 것 같아서 불타올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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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우식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최우식은 시나리오를 읽고 기우를 연기하면서 불타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극히 평범한 인물을 연기해야 해서 어려웠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가 보여줬던 캐릭터들과는 확연하게 달랐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우가 그렇게 평범한 친구는 아니지만 제가 했던 '마녀'(감독 박훈정)의 귀공자 등 역할은 날카롭고, 형태가 있어요. 반면 기우는 동글동글한 편이죠. 어떻게 표현을 잘 해야 할지 쉬우면서도 어려웠어요. 기우에게 접근을 하면서 많은 고민도 했었어요. 기우는 옆집 청년이 삼촌이나 이모한테 말할 수 있는 톤으로 이야기를 해요. 그래서 기우와 비슷한 저의 모습을 많이 쓰려고 했던 것 같아요."

최우식은 관객에게 '기생충' N차 관람을 독려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많다 보니 느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누군가의 시선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집으로 들어가면서 한 명, 한 명의 시선으로 생각하면 또 다르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저도 시사회나 무대 인사를 통해 영화를 여러 번 봤어요. 단순하게 역할을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다른 시선으로 보니 다르더라고요. 저희 역할들이 보여주려고 했던 감정들을 요동치게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상징적인 것도 생각하려면 엄청 많은 것 같고, 하나의 묘미라고 할 수 있어요. '기생충'을 일부러 보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여러 번 봐야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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