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주, '정수빈 슈퍼캐치'에 헬멧 벗고 경의 표한 이유 [★인터뷰]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19.05.31 05:17
  • 글자크기조절
image
삼성 이학주(왼쪽)와 두산 정수빈. /사진=뉴스1
상대 야수의 호수비에 걸려 아웃이 됐다. 하지만 모자를 벗으며 경의를 표했다. 주인공은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이학주(29)다. 30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이학주는 "정수빈(29·두산)한테 인사를 했다. 나이스 플레이였다"고 말했다.

상황은 이랬다. 전날인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삼성의 맞대결. 0-2로 뒤져 패색이 짙던 삼성은 9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 구자욱이 2루수 실책으로 출루한 뒤 후속 러프의 좌익수 방면 2루타 때 3루까지 갔다.


무사 2, 3루, 안타 한 방이면 동점까지 만들 수 있는 찬스. 타석에 이학주가 들어섰다. 이학주는 상대 마무리 함덕주의 초구와 2구째 모두 방망이를 헛돌리며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다. 3구째 파울. 4구와 5구째는 모두 볼. 볼카운트는 2-2. 그리고 6구째. 이학주가 때린 공이 두산 가운데 외야를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떠올랐다.

순간, 두산 중견수 정수빈이 이학주의 타구를 잡기 위해 전력 질주를 펼쳤다. 이어 글러브를 쭉 뻗은 뒤 몸을 내던져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공은 가까스로 정수빈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빠졌다면 2루 주자까지 여유 있게 홈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상황. 삼성으로서는 희생 플라이로 3루 주자 구자욱만 득점한 데 만족해야 했다. 삼성 측에서 비디오 판독까지 신청했으나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이학주는 비디오 판독이 진행되는 가운데, 전광판의 리플레이 화면을 보자마자 아웃을 확신했다. 심판진의 최종 판정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이학주는 더그아웃으로 성큼성큼 뛰어 들어갔다. 바로 이 순간. 이학주는 오른손으로 자신이 쓰고 있던 헬멧을 벗은 뒤 외야를 향해 팔을 뻗으며 경의를 표했다.


하루 뒤 만난 이학주는 '누구를 향해 모자를 벗으며 인사한 것인가'라는 물음에 "(정)수빈이한테 했습니다. 나이스 플레이였어요"라며 "마음은 아프지만 잘 잡았으니까요. 그게 빠졌다면 어떻게 될지 몰랐는데…. 2, 3루 상황서 (정수빈이) 앞으로 전진해 몸을 던지는 게 힘들었을 텐데 들어와 잡더라고요"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미국프로야구 스타일의 인사인가'라고 묻자 "그런 건 아니고, 칭찬이었어요. 잘 잡았다는 의미였습니다. (정)수빈이와 1990년생 동기라 같이 어려서 야구도 해봤어요"라고 답했다. 호수비를 본 기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아웃이 돼 제 기분은 안 좋았죠. 저는 잡을 줄 몰랐어요. 다음에는 (정수빈이 있는) 중견수 쪽으로 치지 않으려고요"라고 웃으며 다음을 기약했다.
기자 프로필
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