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승률 1위' 미네소타, 실력일까 미스터리일까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5.24 16:35 / 조회 : 3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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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 선수들. /AFPBBNews=뉴스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다른 스포츠 리그들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시즌의 길이(length)다. 팀당 162경기를 치르는 스케줄은 그 어느 스포츠리그와도 비교가 되지 않게 긴 ‘마라톤’이다.


그런 장기간 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초반에 전혀 예상치 못한 판도가 나타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시즌 초반 우승권으론 예상치 못했던 팀이 펄펄 날며 선두로 뛰쳐나오는 경우나 우승후보라고 생각했던 팀이 하위권에서 헤매는 경우다.

하지만 긴 마라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이런 이상현상들은 결국 제 자리를 찾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동안 반짝하던 ‘깜짝 신데렐라’들은 조만간 ‘자정 종소리’와 함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고, 궁극적으론 원래 우승후보로 꼽혔던 ‘알짜배기’ 팀들만이 끝까지 살아남아 경쟁하는 것을 보게 된다.

장기간에 걸친 시간의 테스트를 거치다 보면 진짜 실력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시즌 초반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예상 밖의 성적이 나오고 있다고 낙관론이나 비관론을 펼치는 것이 모두 성급하거나 무의미한 헛수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올해 시애틀 매리너스의 경우가 그렇다. 시애틀은 시즌 초 월드시리즈 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4연전에서 3승을 거두는 등 13승2패라는 맹렬한 스타트를 끊으며 돌풍을 일으키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한 달 반이 지난 현재 시애틀은 23승29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꼴찌로 떨어져 있다. 지난 오프시즌 팀의 주력선수들을 줄줄이 내보내며 사실상 ‘탱킹’ 작업을 했던 여파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다.


시애틀과 정반대 케이스가 바로 보스턴 레드삭스다. 디펜딩 월드시리즈 챔피언 보스턴은 투수진의 예상치 못한 난조 속에 시즌을 6승13패로 출발했으나 이후 회복세로 돌아섰고 이제는 27승23패로 아메리칸리그(AL)의 넘버 2 와일드카드 순위로 올라서며 플레이오프를 향한 순항코스에 들어갔다. 팬그래프에 따르면 보스턴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이미 81.6%까지 올라갔다. 뉴욕 양키스, 탬파베이 레이스와 AL 동부지구 레이스는 이제부터 본격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정규시즌이 약 두 달째로 접어든 현재 리그 순위를 보면 대부분 지구에서 소위 알짜배기 우승후보들이 이미 선두권에 포진한 것을 알 수 있다. 양키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 LA 다저스, 시카고 컵스 등은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실시되는 위치로 올라서고 있다. 휴스턴과 다저스의 플레이오프 확률은 이미 99%를 넘어섰고 양키스도 94% 이상이 됐다. 아직도 시즌이 절반 이상 남아 있지만 이들은 그런 테스트를 통과할 저력이 이미 입증된 팀들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아직도 확신할 수 없는 팀이 하나 있다. 바로 미네소타 트윈스다. 미네소타는 우승후보로 분류되는 소위 ‘알짜배기’ 팀들과는 거리가 먼 팀이다. 그런데 그 미네소타가 현재 33승16패(승률 0.673)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AL 중부지구에서 2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25승24패)와 벌써 8게임 차 간격을 벌렸다. 시즌 득실점차도 +90으로 휴스턴과 함께 메이저리그 전체 공동 1위다.

미네소타는 24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 원정경기에선 무려 8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16-7로 대승을 거두고 최근 9경기에서 8승1패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네소타는 첫 49경기에서 98개의 홈런을 때렸는데 이는 시즌 전체로 환산하면 324개가 된다. 지난해 양키스가 세운 시즌 최다 홈런 기록 267개를 훌쩍 뛰어넘는 엄청난 페이스다.

미네소타의 현재 팬그래프 플레이오프 확률은 92%다. 그렇다면 이제는 미네소타를 진짜 우승후보라고 인정해 줘야 할까.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다른 반짝 신데렐라들과는 달리 진짜 신데렐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음을 보게 된다. 미네소타의 프로필을 점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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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의 에디 로사리오. /AFPBBNews=뉴스1
■ 타격

이미 언급한 것처럼 미네소타는 홈런 부문에서 ML 1위이고 득점도 1위다. 팀 타율은 휴스턴에 이어 2위이고 OPS(출루율+장타율)는 0.855로 1위다. 에디 로사리오(14홈런 39타점)와 호헤 폴랑코(타율 0.344, 9홈런 26타점)이 공격을 이끌고 있는데 젊은 선수들의 상승세가 묵직해 쉽게 꺾이지 않을 느낌이다. 여기에 오프시즌 합류한 마윈 곤잘레스와 C.J. 크론, 조나단 스쿱 등 베테랑들이 탄탄하게 타선의 허리 역할을 해주고 있다. 지금처럼 맹렬한 기세를 시즌 내내 유지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갑자기 차갑게 식어버릴 위험성이 큰 타선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 피칭

미네소타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부문이다. 현재 미네소타는 팀 평균자책점 3.89로 30개 구단 중 9위에 올라 있다. 선발진에서는 마틴 페레스(7승1패, 평균자책점 2.95)와 제이크 오도리지(6승2패, 2.38), 호세 베리오스(6승2패, 3.39)가 뛰어난 성적으로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과거 성적과 현재 다른 피칭 지표들을 살펴보면 이들이 시즌 내내 이런 페이스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 4, 5선발 카일 깁슨(4.47 ERA, 1.25 WHIP)과 마이클 피네다(5.43 ERA, 1.30 WHIP)의 고전으로 불펜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네소타의 불펜은 성적에선 중위권이지만 아직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하지만 선발진이 무너질 경우 이를 받칠 만한 여유능력이 없을 것 같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현재보다는 더 약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스케줄

미네소타의 현재까지 성적을 쉽게 신뢰하기 힘든 가장 큰 요소다. 클리블랜드를 제외하면 모두 하위권 팀들만 모인 AL 중부지구에서 다른 팀들에 비해 쉬운 스케줄 덕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네소타가 올해 시리즈 승리를 따낸 팀 중 현재 승률이 5할 이상인 팀은 휴스턴(4승3패)과 클리블랜드(2승1패) 뿐이다. 휴스턴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해왔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은 있지만 선뜻 신뢰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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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시절의 달라스 카이클. /AFPBBNews=뉴스1
■ 전망

미네소타는 시애틀처럼 겉만 번지르르하다가 쉽게 무너질 팀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같은 디비전 내에 약체들이 많고 유일한 경쟁자인 클리블랜드도 극심한 타선 부진과 에이스 코리 클루버의 장기 결장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미네소타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그리 힘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팬그래프는 미네소타의 시즌 성적을 96승으로 전망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 나간다는 것만으로 미네소타를 우승후보로 꼽기엔 석연치 않은 측면이 너무 많다. 아무리 뜯어 봐도 양키스와 휴스턴, 보스턴은 물론 탬파베이와 비교해도 특히 피칭 부문에서 처지는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미네소타가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뭔가 일을 내려면 무엇보다도 피칭에서 전력 보강이 필요한 것이 분명하다.

그런 차원에서 미네소타는 아직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미아 상태로 남아있는 투수들인 달라스 카이클과 크레이그 킴브럴과 계약하는 것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 미네소타의 연봉 총액은 약 1억2000만달러 수준으로 리그 20위권이다.

내년 시즌엔 현재 확정된 연봉도 2000만달러 내외여서 카이클과 킴브럴 계약으로 인한 연봉 부담을 흡수할 여유도 있다. 과연 미네소타가 올해의 핫 스타트로 얻은 가능성을 살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전력보강 작업에 나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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