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봉준호가 말하는 봉준호의 진화 그리고 봉테일 [칸★인터뷰]

칸(프랑스)=김미화 기자 / 입력 : 2019.05.23 10:21 / 조회 :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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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Parasite)이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 되며 주목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상영 다음날, 취재진과 만나 직접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22일(이하 현지시각) 오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프레스룸에서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봉 감독의 신작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다.

지난 21일 첫공개 된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 스타일의 은유와 풍자가 가득한 가족 스릴러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봉테일'이라는 수식어답게 곳곳에 섬세한 표현과 의미심장한 대사로 관객을 잡아끌었다. 또한 영화 곳곳에 특유의 블랙유머가 녹아있어 영화 상영 내내 웃음이 터졌다. 상영 직후 외신에서는 극찬을 쏟아내며 '기생충'의 칸영화제 수상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과, 영화감독 봉준호에 대해 직접 이야기 했다.

왜 대비되는 두 가족을 계층과 계급을 나눠 이야기 하고 싶었나.

▶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항상 있다. 가난한 친구도 있고 부자도 있고 친척도 나뉜다. 양극화라는 것은 딱딱한데 점점 해결이 안된다. 그게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어제 영화 상영하고 외국 게스트와 이야기 했는데 '딱 우리나라 이야기'라고 하더라. 영국 사람도, 홍콩 사람도 그랬다. 공감된다고 하니 좋아해야 하나 싶기도 했고, 참 씁쓸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2013년 구상했다. 당시 '설국열차' 후반 작업 중이었는데 그래서 그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설국열차'가 부자와 가난이 수평으로 되는 SF였다면 이번에는 더욱 현실적인 그렸다.

'설국열차'와 비슷한 계급의 이야기를 하지만, 결말이 다른 느낌이다.

▶ 영화 마지막에 보면 최우식 군이 다짐을 한다. 본인은 되게 진짜 희망처럼 다짐하지만 그것을 보는 우리들은 안쓰럽다. 실현 가능성 없어서 슬픈 그 감정이 영화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제 상영에 문제가 있었다. 원래 롤 크레딧이 나갈때 최우식 군이 부른 노래가 나온다. 제가 작사하고 정재일 음악감독이 만든 곡이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그 노래가 가진 힘이 있는데 나오지 못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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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화자인 최우식은 어떻게 캐스팅하게 됐나.

▶ 제가 시나리오 쓸때마다 미리 염두에 둔 분이 있고 쓴 뒤 캐스팅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경우는 송강호 최우식 부자를 미리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다. 최우식은 '옥자'에서 분량이 많지 않아도 같이 하면서 강호 선배 아들로서 되게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옥자' 끝나고 시나리오 쓸 때 바로 같이 하자고 했다. 그리고 어느날 박소담 사진을 봤는데 최우식과 나란히 놓고 보니 너무 닮았더라. 그렇게 가족이 만들어졌다.

영화 속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그린 모습이 기존의 영화와는 다르다. 영화 속에 악당도 없고.

▶영화 속 가족들은 모두 회색존에 있다. 부자도 악당은 아니다. 미묘한 갑질이 은은하게 나오는데 영화는 그것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그것이 비위 상할 수있지만 세련된 사람들의 모습이고, 자신의 가족과 아이를 챙기는 모습은 또 인간답다. 기택의 가족들도 천사 같지 않고 뻔뻔스럽기도 하고 사기꾼 같기도 하다. 계획된 악한 의도에 움직이지 않는다. 약자들이 정의의 연대를 통해서 일어서고 싸우고 하는 것도 가치가 있지만 우리가 매번 그런 영화만 찍을 수 없다. 이런 모습도 충분히 현실적이고 적나라하게 파고 들 수 있는 것 같다.

영화 중반 부, 기택네 가족이 함께 거실에 모여있는 부분에서 굉장히 불안감이 느껴진다. 일부러 그렇게 연출했나.

▶그 장면은 나도 찍으면서 불안하더라. 시나리오 내가 썼지만, (주인공들이) 뭔 말들이 이렇게 많나 생각했다. 제가 성격이 불안함이 많다. 신경정신과 상담하는 사람이 불안하고 강박증이 많은데 어떻게 사회생활하냐고 하더라. 저는 그게 영화로 해소 된다. 저는 해소하는 것이고, 그것이 저의 병인데 디테일하다고 봉테일이라고 미화하는 것이다. 한편의 영화에는 여러감정이 있다. 제가 제일 자신있는것은 불안함, 서스펜스다. 범죄영화나 누가 누구 취조하는 장면 같은 걸 찍을 때는 '이건 내 분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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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생충' 스틸컷


봉준호 감독이 취약한 것은 어느 장르인가.

▶ 로맨스도 취약하지만 춤과 노래가 가장 취약하다. 괴물은 몬스터 무비고, 범죄도 하고 SF도 하는데 뮤지컬은 못하겠다. 뮤지컬 영화의 그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을 못 견딘다. 그 순간은 극장을 뛰쳐나가고 싶다. 차라리 오페라처럼 노래를 계속하는게 나은 것 같다. 어쨌든 저는 그래서 뮤지컬에 취약하다.

'기생충' 공개 후 봉준호의 진화라는 이야기가 많다. 본인도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나.

▶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를 완성시키기 까지 일단 끝내는 것이 급급해 모든 것이 발등에 불을 끄는 작업이다. 촬영 시작하면 말도 못하고. 일기 예보를 보고 바들바들 떨기도 한다. 그것을 3월 말까지 완성하고 지금 칸에 왔다. 이번 영화를 놓고 저 자신이 진화했는지 아닌지 느끼려면 5년 내지 10년은 걸릴 것 같다. 얼마전 영화 '마더'를 다시 볼 일이 있었다. 마침 딱 올해가 10주년이다. '기생충'을 완성한 시점에서 '마더'를 보니까 여러 감회가 들었다. 아마 '기생충'도 10주년이 지나서 본다면, 그때 제가 10번째 영화를 개봉한 뒤 본다면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기생충'에서는 빈부차를 냄새로 표현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 냄새라는게 참 묘하다. 아무리 가까워도 서로 냄새를 쉽게 이야기 못한다. 친한 친구도 발냄새가 나도 참고 말지. 부자와 가난한 자는 실제 생활에서 항상 물리적인 거리 유지하고 섞일 일 없다. 솔직히 서로 냄새를 맡을 수 없다. 유일하게 부자와 가난한자가 냄새를 맡게 되는 상황을 만들고, 일상생활에서 상대에게 이야기 할 수 없는 부분을 말하는 것을 듣게 되는 것을 만들며 거기서 오는 치명적 대미지를 그리고 싶었다.

호평 속 상영을 마쳤다. 일부에서 황금종려상도 예측하는 수상도 기대하나.

▶송강호 선배가 너무 잘하지 않았나. 남우주연상을 받으면 좋겠다. 관객의 반응도 중요하지만 심사위원이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 상을 못 받아도 영화의 가치는 그대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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