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커스 역사상 가장 슬픈 날' 매직 존슨 전 사장의 폭로 [댄 김의 NBA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5.21 16:05 / 조회 : 6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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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존슨 전 LA 레이커스 사장. /AFPBBNews=뉴스1
“나를 모함하고 뒤통수를 친 사람이 바로 롭 펠린카(50)다.”


지난 달 갑자기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의 구단 사장직에서 전격 사임해 충격파를 던진 레이커스 출신 NBA 전설 매직 존슨(60)이 사임 후 약 한 달 반 만에 TV 방송에 출연, ‘배신(betrayal)’, ‘모함(backstabbing)'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얼마 전까지 함께 일했던 펠린카 단장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존슨은 20일(현지시간) ESPN 토크쇼 프로그램인 ‘퍼스트 테이크’에 출연해 자신의 갑작스런 사임 배경을 털어놓으면서 펠린카 단장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한 험담과 모함을 늘어놓는 등 자신을 배신하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사임 기자회견 당시 “나에 대한 계속되는 중상모략과 험담에 지쳤다”고 말했던 존슨은 이날 자신에게 그런 공격을 가한 인물이 바로 펠린카 단장이었다고 주장하며 가장 직설적인 공격에 나섰다.

존슨은 “언젠가부터 구단 내에서 ‘매직은 도대체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 ‘사무실에도 있는 법이 없다’는 식의 비난이 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롭(펠린카)이 그런 말을 하고 다닌다고 구단 사람들이 알려줬다. 그리고 얼마 뒤엔 내 친구들이 구단 밖에서도 그런 말이 돌고 있다고 알려왔다”면서 “내 뒤에서 험담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참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사장직을 맡았을 때 얼마나 많은 에이전트들이 전화해 ‘펠린카를 조심하라’고 경고했는지 모른다”고 말해 과거 코비 브라이언트의 에이전트였던 펠린카가 좋지 못한 평판을 받고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또 자신이 결정적으로 사임을 결심하게 된 것은 루크 월튼 전 감독을 해고하려고 시도했으나 불발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아무런 결정권이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존슨은 “(구단주) 지니 버스에게 더 능력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첫 날은 생각해보자고 하더니 이틀째는 해임하라고 했다. 그런데 사흘째가 되자 다시 의논해보자며 미팅에 팀 해리스(구단 비즈니스 부문 사장)와 함께 들어왔다. 그리고 해리스는 월튼과 친구 사이라 그를 해임하면 안된다고 했고 그 때 난 내가 아무런 실권이 없으니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사 결정 과정에 비즈니스 부문 사장인 해리스는 물론 구단주 버스와 연인 관계였던 필 잭슨과 전 감독 커트 램비스까지 너무 많은 사람이 관여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도대체 누가 레이커스의 최종 결정권자인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존슨의 폭로는 이미 취약한 구단주 상황으로 인해 NBA 최고 명가의 위치에서 추락해 고전하고 있는 레이커스에 또 다른 흙탕물을 끼얹은 것이자 팀을 더욱 깊은 수렁으로 끌어들이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존슨 같은 거물이자 NBA 전설급 인물이 구단의 치부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까발리는 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 구단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NBA 모든 구단 중 가장 많은 60차례 플레이오프에 나가 16번이나 NBA 정상에 올랐던 레이커스는 지난 2013년을 마지막으로 6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구단 역사상 최악의 침체기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특히 르브론 제임스와 힘을 합칠 제2의 슈퍼스타를 반드시 영입해야 하는 이번 여름 오프시즌을 앞두고 터져 나온 존슨의 충격적인 폭로는 레이커스의 오프시즌 플랜에도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수뇌부 사이에서 서로간의 중상모략과 배신이 난무한다는 구단에서 굳이 뛰고 싶은 선수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펠린카 단장과 계약 협상에 나설 선수들이 NBA 전설 매직 존슨을 뒤에서 험담하고 배신했다는 폭로로 인해 졸지에 믿을 수 없는 ‘배신의 아이콘’이 된 그를 어떻게 생각하며 협상 테이블에 앉을지 궁금하다. 이미 앤서니 데이비스 트레이드 협상에서도 고배를 마셨던 레이커스로선 어쩌면 구단 역사상 가장 중요한 오프시즌을 앞두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터져 나온 존슨의 뜬금없는 치부 폭로가 어이없고 야속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특히 존슨이 이 모든 과정에서도 “난 영원한 레이커스맨이고 언제나 레이커스가 이기길 원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그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게 하고 있다. 과연 구단 수뇌부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뒤흔드는 것이 어떻게 레이커스를 위하는 행동이 되는지 의문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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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레이커스의 프랭크 보겔(왼쪽) 감독-롭 펠린카 단장. /AFPBBNews=뉴스1
더욱이 이날 존슨이 나선 프로그램이 공교롭게도 레이커스가 프랭크 보겔(46) 신임 감독을 소개하는 취임 기자회견이 열리기 겨우 몇 시간 전에 방송된 것도 레이커스로선 곤혹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 됐다. 이로 인해 보겔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장에선 거의 모든 질문이 존슨에 대한 발언에 집중됐고 펠린카 단장은 존슨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펠린카 단장은 “지난 2년간 그와 함께 일한 것은 내 커리어에서 최고의 추억이자 의미있는 순간들이었다”면서 “그가 제3자로부터 들은 말 떄문에 날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 놀랍고 슬프다. 전혀 사실이 아니며 난 그를 만나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존슨의 이번 폭로가 레이커스에 궁극적으로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구단 역사상 최악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이번 오프시즌을 손꼽아 기다렸던 레이커스에는 정말 허탈하고 아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레이커스 역사를 대표하는 전설급 선수가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 치는 구단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레이커스 역사상 가장 슬픈 하루로 기록될 만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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