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난 "따뜻하고 온화한 여배우로 늙고 싶어요" [★FULL인터뷰]

최현주 기자 / 입력 : 2019.05.2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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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케이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닥터프리즈너'에서 김정난은 '오정희'으로 분해 조력자로 활역하며 무거운 드라마에 쉼표를 제공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상반기 최고의 히트작 'SKY캐슬'에서 초반 시청자 유입에 큰 몫을 하며 호평을 받은 김정난은 '닥터 프리즈너'에서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변신했다. 지난 21일 다양한 캐릭터를 넘나들며 연기하는 천생 배우 김정난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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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케이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JTBC 'SKY 캐슬' 이명주부터 KBS 2TV '닥터 프리즈너' 오정희까지 흥행에 성공했다.

▶한 해에 2연타는 쉬운 일은 아니다. 다 운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라는 것이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자체가 작품이 떠야 배우들이 부각이 된다. 배우들이 아무리 잘해도 드라마가 이슈가 안 되면 안된다. 다행히 작품이 결과물이 좋아서 저도 그 덕을 본 것이라 생각한다.

-'믿고 보는 배우'라고 불린다.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한편은 어깨가 무겁다. 선생님들이 '연기만큼 나이가 들수록 어렵고 미궁에 빠지는 것도 없어'라고 하셨다. 어릴 때는 그 말이 뭔지 몰랐다.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고 앞으로 할 것도 많아서 '경력이 쌓이면 쉬워야 하는데 왜 어렵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연기한 지 30년이 되어가는데 해보니 그 말의 뜻을 알겠더라. 왜냐면 너무 이제는 관객들의 수준도 높아지고 콘텐츠도 많아졌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도 너무 많다 보니 내가 조금 인정을 받고 칭찬을 받으면 기분은 좋아도 그걸 넘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긴다. 다음에 하는 작품에서는 새로운 연기를 보여줘야 하고 실망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들이 무겁게 다가온다. 그래서 연기를 할수록 더 어렵다.

-'닥터 프리즈너'에서 재밌는 캐릭터를 맡은 소감은.

▶진지한 장르물에는 가끔 좀 쉬어가는 페이지가 있어야 사람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 같았다. 사실은 제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본의 아닌 감초가 됐다. 처음에 1회와 2회 대본을 보고 제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 열심히 봤는데 처음에 봤을 때는 희극적인 캐릭터로 갈지, 말지에 대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1, 2회만 보고는 감이 오지 않았다. 그 인물의 히스토리나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캐릭터를 잡기가 힘든 상태에서 출발했다. 감독님과 작가님께 많이 물어보면서 했다. 재미난 대사들을 몇 개 작가님이 '툭' 전해주더라. 덥석 물어서 했더니 작가 선생님도 바로 그 느낌으로 몰고 가시더라. 이렇게 가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서 저도 그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독특하고 재밌는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서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봤다.

-정검사(장현성 분)와 러브라인이었다.

▶ 정의식 검사와 저는 사실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었는데 촬영장에서 만나서 반가워하는 모습이 재미있게 보였나 보다. 작가님이 또 그걸 놓치지 않고 대본에 넣었는데 재밌었다. 감독님 앞에서 '로코되는 거 아니냐'고 일부러 던졌는데, 극이 잘 흘러가서 굉장히 즐겁게 했다.

-정검사와 오글거리는 대사, 애드리브였나.

▶거의 애드리브였다. 1신 1설정이었다. '다람쥐 도토리'는 제가 어느 날 옆에서 오빠가 분장을 받는데 머리 뚜껑이 도토리 같은 거다. 그랬더니 오빠는 제 머리를 다람쥐 같다고 했다. 그래서 그걸 애칭으로 하자고 해서 만든 거다. 우리도 하면서도 오글거렸지만 이런 작업들이 참 재밌었다. 중년의 남녀가 그런 오글거리는 것을 했을 때 싫어하실 줄 알았는데 그런 반응은 없어서 감사했다.

-첫 회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았는지.

▶그렇게 보이기 위해 의도한 것이니 강하게 나와도 되지 않나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대본보다 더 짧게 커트를 치며 갔더라. 사실 대본에서는 더 길었는데 그러면 지루하니까 편집에서 짧게 갔다. 주변에서는 처음에 저 아닌 줄 알았다고 했고, 재미있었다고도 반응을 보였다.

- 함께 연기한 남궁민은 어땠나.

▶욕심 많은 배우다. 극을 이끌다 보니 힘들었을 텐데 너무 잘한다. 뒤로 갈수록 마음대로 잘 안되는 것에 있어서 힘들어했다. 남궁민 씨는 신인 때 주말드라마를 함께 한 적 있었다. 그때는 정말 아기였는데 군대에 다녀와서 드라마를 봤는데 연기가 확 늘어 있더라. 같이 작품 하면서 봤는데 눈빛도 좋고 자기 캐릭터에 대한 분석도 잘했다.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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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케이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닥터 프리즈너'가 시즌 2를 암시하며 끝이 났다.

▶시즌 2를 한다면 꼭 하고 싶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시즌 2는 잘해야 할 거 같았다. 시즌 1에 대한 잔상이 강하기 때문에 시즌 2는 완성도가 있어야 호평을 받는다. 안 그럼 안 하느니 못한 거 같다. 그래도 소재가 신선해서 좋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게 있나.

▶매 작품은 저에게 실험적이다. 늘 저 자신을 실험해보는 거다. '이것도 되겠냐'라고 하면서 '너라면 어떻게 해보겠냐'라고 했다. 배우들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맞추기 위해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이런 캐릭터도 재미있게 봐준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도 모험정신을 가지고 도전하려고 한다. 인생은 도전이다

-'SKY캐슬' 이후 이와 비슷한 작품들이 줄이어 히트하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예전에는 주말 드라마나 연속극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드라마를 50회 100회 끌고 가다 보면 루즈해진다. 그러다 보니 자극적으로 변하고 막장이라고 하고, 비슷한 소재에 질리게 된다. 연기도 평면적이 된다. 그럴 때 채널이 많아지면서 경쟁을 하면서 좋은 작품들이 경쟁적으로 나오고, 퀄리티도 좋아지는 것이 좋은 현상인 거 같다. 그리고 배우들도 이런 장르물도 해볼 수 있는 기회도 생기니 너무 좋다. 제 나이대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다. 이런 역할이 없다면 이모, 고모를 했을 거다. 이런 기회도 사실 운이 따라줘야 한다. 그래서 한 번 할 때마다 이렇게 온 기회를 '내가 정말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 'SKY캐슬' 이후 최원영, 김병철과 다시 만났다.

▶'SKY캐슬'은 초반에 캐스팅이 됐지만, '닥터 프리즈너'는 리딩 후에 캐스팅이 됐다. 그래서 감독님과 제작부만 따로 만났다. 거기서 대본을 받고 얘기를 많이 나눴다. 병철 씨와 원영이가 나온다는 얘기는 들었다. '좋다'라고 생각했다. 주인공도 남궁민이고 그러니 작품만 잘 나오면 잘 되겠다 싶었다. 원영이는 베이스가 좋은 친구다. 우주 아빠의 역할이 돋보이기 힘든 역할이었는데 우직하게 작품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 작품에서 아쉬움이 남았을 것 같은데 이번 작품을 통해 해소했을 것 같다.

-차기작 계획이 있나.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쉬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꽂히는 작품이 있으면 해야 된다. 어떻게 놓치겠나. 보면서 꼭 해야 하는 작품이 내일이라도 들어온다면 쉬는 것도 보류해야 한다.

-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주인공을 하면 주목을 받는다는 장점은 있지만, 역할이 한정적이라는 것도 있다. 그런데 조연을 하면 다양한 역할을 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간에 휴식기도 있었나.

▶재작년에는 일을 안 했다. 너무 희극적인 역할이 반복되다 보니 무거운 역할을 하고 싶었다. 밀도감이 있는 역할이 하고 싶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데 매번 밝은 역할만 하다 보니 캐릭터에 매몰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진실 거짓'이라는 공연을 했다. 공연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하면서 연기 갈증을 해소했다. 그 작품이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됐다. 공연을 들어가기 전 '스카이캐슬' 캐스팅이 됐다. 두 개를 동시에 하면서 허리 병이 나고 악몽에 시달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최근 '모던 패밀리'로 예능에도 도전했다.

▶특별히 계기는 없다. 제가 너무 작품만 하다 보니 사회성이 없는 것 같았다. 내 영역 밖의 사람도 만나서 사는 것도 보고 얘기도 듣고 싶었다. 관찰카메라의 대상이 되면 저를 많이 오픈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건 부담스러워서 MC를 택했다. 예능은 전문 분야가 아니라 자신이 없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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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케이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29년 차 배우다. 처음에 어떻게 배우를 하게 됐나.

▶대학교 2학년 때였는데 선배들이 다 시험을 보더라. 관례처럼 원서를 넣었다. 처음에 MBC 19기를 넣었는데 3차에서 떨어졌었다.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사진 잘 찍는 곳에 가서 다시 사진을 찍고 KBS 14기 시험을 보고 들어갔다. 동기로는 이병헌 씨, 손현주 씨, 노현희 씨가 있다.

-동기들과는 자주 보는지.

▶6월에는 동기 모임을 할 예정이다. 다음 달에 하는데 다들 온다니 오라고 하더라. 6월에 여행 계획이 있는데 맞춰보려고 한다. 몇 년 전에도 했는데 스무 명 이상이 왔었다. 스무 살 때 만나서 이제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됐다. 그런데 여자 동기들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일찍 결혼해서 아기 키우다 보니 '경단녀'가 된 케이스도 많다. 저도 만약에 결혼했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결혼에 대한 계획은 없나.

▶솔직한 심정으로는 지금 내 나이에 '결혼'이라는 것이 필요할까 싶다. 제가 너무 오래 싱글로 살았고 혼자 사는 즐거움을 알기 때문에 누구와 같이 집에서 사는 것이 불편할 거 같다. 그래도 결혼한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그래도 행복이 있다'고 하는데 안 해본 입장으로는 부담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먹어도 철학적으로 생각이 더 생기는 것도 아니다. 상황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지만 결혼에 대한 생각이 아직은 확고하지 않다. 그래도 연애는 열려있다.

-좋아하는 이성은 어떤 스타일인가.

▶자기 일에 대해 프로페셔널한 사람이 좋다. 일할 때는 미친 듯이 일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야 상대의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줄 수 있을 거 같다. 확실히 나이를 먹을수록 외모보다는 조금 세상을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건전한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감성적으로 코드가 맞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물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있고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사람이면 좋겠다. 취미 생활도 맞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없다. 있긴 있는데 다 갔다.

-미모 유지 관리 비결이 있나.

▶늙을수록 온화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여배우로 늙고 싶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 따뜻해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 원래 웃음이 많지만 더 많이 웃으려고 한다. 어릴 때는 스트레스를 받아도 늙는다는 생각을 못 했는데 이제는 스트레스를 받는 날에는 얼굴색부터 달라지는 것 같다. 더 마음을 내려놓으려고 한다. 별거 아닌 일에는 화내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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