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무차별' 트레이드, 남은 건 승률 0.244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5.17 10:08 / 조회 : 1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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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 지터 마이애미 구단주. /AFPBBNews=뉴스1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악의 구단으론 단연 마이애미 말린스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말린스는 17일(한국시간)까지 치른 시즌 41경기에서 31패(10승)를 당하며 승률 0.244를 기록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유일한 승률 2할 팀이다. 말린스 구단주로 2년차 시즌을 맞은 전 뉴욕 양키스 캡틴 데릭 지터(45)는 그동안 “새 팀에서 ‘이기는 팀 문화(위닝 컬처)’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은 계속 날개 없는 추락만 이어가고 있다.

사실 말린스의 이런 팀 문화는 뿌리가 깊은 것으로 지터의 책임만은 아니다. 1993년 콜로라도 로키스와 함께 신생팀으로 메이저리그에 합류한 말린스는 올해로 27년차 시즌을 맞고 있는데 이 기간 중 단 6년만 시즌 승률 5할을 넘겼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위닝 시즌이 적은 팀이다. 올해만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최악의 구단 중 하나다.

물론 말린스는 두 번이나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팀이기도 하다. 1997년과 2003년 플레이오프에 나가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내달렸다. 말린스가 메이저리그에 합류한 이후 이들보다 월드시리즈 우승이 많은 팀은 뉴욕 양키스(4회), 보스턴 레드삭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상 3회) 등 3팀밖에 없다. 그동안 말린스가 어떤 팀이었는지를 고려한다며 정말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런데 이 두 월드시리즈 우승 시즌을 제외하면 나머지 해에는 플레이오프에 나간 적도 없다. 그래서 말린스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한 번도 포스트시즌 시리즈를 패한 기록이 없는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정말 ‘모 아니면 도’의 행보를 이어온 팀인데 문제는 대부분은 ‘도’였고 가뭄에 콩 나듯 ‘모’가 튀어나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월드시리즈 우승 직후 팀내 스타선수들을 몽땅 팔아버렸던 ‘흑역사’까지 갖고 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팬들의 기대를 헌신짝 버리듯 하는 ‘후안무치’한 구단 운명 스타일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팀이다.

그렇기에 말린스가 올해도 꼴찌라는 사실은 거의 당연한 일로 뉴스거리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낮은 기대치에도 미치지 못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말린스가 이미 보유하고 있던 선수들을 조금만 더 잘 파악하고 그에 맞춰 팀을 만들었다면 전혀 돈을 쓸 필요 없이도 올 시즌 상당히 괜찮은 팀을 만들었을 여지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말린스가 최근 2년여 동안 팀 연봉을 감축하기 위해 잔카를로 스탠튼, 크리스천 옐리치, 마르셀 오수나, J.T. 레일무토 등을 줄줄이 트레이드했다. 이들이 계속 팀에 남아 있었더라면 엄청난 라인업을 이뤘겠지만 어차피 말린스가 선수의 몸값이 조금만 올라갈 것 같으면 내다 팔아온 팀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들이 지금 다른 팀에서 뛰고 있는 것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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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의 호르헤 알파로. /AFPBBNews=뉴스1
하지만 문제는 말린스가 몸값이 올라가 감당하기 힘들어진 선수들뿐 아니라 아직도 상당기간 최저연봉을 받을 저비용의 특급 유망주급 선수들까지도 황당한 트레이드로 무차별적으로 내보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말도 안되는 트레이드로 ‘내다버린’ 선수들이 이번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말린스 구단의 속을 쓰리게 하고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젊은 선발투수들 중 원래 말린스 소속이었던 선수들로는 루이스 카스티요(신시내티 레즈·4승1패, 평균자책점 1.76), 크리스 패닥(샌디에이고 파드리스·3승2패, 1.99), 도밍고 저먼(뉴욕 양키스·8승1패, 2.50), 트레버 윌리엄스(피츠버그 파이리츠·2승1패, 3.40) 등이 있다. 이들은 평균자책점 기준으로 올 시즌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3위, 5위, 11위, 30위에 올라있다.

이미 8승을 올린 저먼은 메이저리그 다승 단독 1위이고 캐스티요와 패닥은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의 올해 사이영상 수상자 예상 1차 설문조사에서 류현진(LA 다저스)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1, 2위로 뽑혔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들이 모두 20대 중반이고 모두 올해 연봉이 채 60만 달러가 안 되는 메이저리그 최저연봉급 선수들이라는 사실이다.

이들 4명과 함께 이번 시즌 평균자책점 2.25로 메이저리그 전체 6위에 오르며 말린스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케일럽 스미스(3승1패, 2.25)까지 합쳐 5명이 선발 로테이션을 이뤘다면 과연 말린스는 지금 어떤 성적을 올리고 있을까. 지금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평균자책점 기준 3, 5, 6, 11, 30위를 달리는 엄청난 선발진을 구축할 뻔 했다.

더구나 전원이 20대 중반이고 이들 5명의 연봉을 다 합쳐도 300만 달러가 안되는 그야말로 상상 초월의 ‘가성비 슈퍼 갑’ 로테이션을 이룰 수 있었다. 말린스뿐 아니라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 입장에서 가장 꿈같은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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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의 트레버 윌리엄스. /AFPBBNews=뉴스1
물론 이들이 말린스에 모두 남아 있었더라면 현재와 같은 성적을 올릴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말린스가 지금처럼 승률 2할대의 바닥을 헤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더욱이 말린스가 이들을 내보내면서 받은 대가를 보면 하나같이 얼마나 나쁜 거래였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저먼과 카스티요, 패닥의 트레이드가 모두 말린스 입장에서 기억하기 싫은 트레이드로 남아 있지만 특히 윌리엄스의 경우는 더 끔찍하다.

말린스가 지난 2015년 말 당시 가장 핫한 투수코치 짐 베네딕트와 계약하기 위해 피츠버그에 윌리엄스를 보상으로 내줬다. 구단 프론트 오피스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지만 전임 구단주 제프리 로리아가 직접 이 트레이드를 승인했다고 한다. 그것도 코치와 선수의 맞트레이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감안, 유망주가 아닌 선수를 트레이드하는 형식까지 빌려 단행된 거래였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윌리엄스는 지난해 14승10패, 평균자책점 3.11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에이스급 투수로 성장한 반면 베네딕트는 말린스에서 2년 만에 해고돼 떠나갔다. 말린스는 손 안에 있던 복덩어리들을 잇달아 걷어차 버린 셈이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을 제대로 평가해 옥석을 가리는 것이 구단 운영에서 가장 기본 과제라면 말린스는 전혀 기본이 되지 않은 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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