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캅스'와 영혼 보내기..소비가 힘이다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05.15 15:00 / 조회 :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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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란 이성경 주연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가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15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걸캅스'는 14일 7만 6545명이 찾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그간 20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던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이날 6만 9934명이 찾아 2위로 한 계단 하락했다.

지난 9일 개봉한 '걸캅스'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이어 2위를 기록하다가 5일만에 정상에 올랐다. '걸캅스'는 개봉 이후 좌석수와 상영횟수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높은 좌석 판매율을 기록했다.

'걸캅스'의 흥행과 높은 좌석 판매율은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떠오른 '영혼 보내기' 덕도 있다. 영혼 보내기는 관객이 응원하는 영화에 자신이 참석하지 못해도 좌석점유율을 높여주기 위해 자신의 돈으로 표를 구매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일종의 응원문화이자, 새로운 소비 형태다.

영혼 보내기에 참여하는 관객은 실제 관람객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극장에서 선택률이 낮은 앞줄이나 끝 좌석을 예매한다. 관객이 덜 찾는 조조할인 시간대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영혼 보내기는 지난해 '미쓰백'부터 영화계에 본격적인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혼 보내기의 대상이 되는 영화들은 주로 여성이 주인공이거나 여성 서사가 두드러지는 작품들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의식이 뚜렷한 사람들이 여성 서사 영화들을 응원하기 위해 영혼 보내기에 동참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영혼 보내기가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영화를 보지 않으면서 티켓을 구매하는 게 예매율과 흥행결과를 조작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영혼 보내기가 음반 사재기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작품성과 재미보다는 페미니즘을 유일한 잣대로 들이댄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는다.

어이없는 주장들이다. 영혼 보내기는 예매를 했다가 상영 직전 취소하는 '노쇼'와 다르다. 소비 주체도 제작자가 아니다. 매점매석과도 다르다. 사재기와 비교할 수 없다. 소비자가 자신의 돈으로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합리적인 선택을 시장 질서 교란이라고 하는 건, 시장경제에 대한 기본 상식조차 없다는 뜻이다.

페미니즘은 비로소 영화를 소비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로 떠올랐을 뿐이다.

같은 행동이라도 동기가 거창할 때보다 단순할 때 하기 쉬운 법이다. 영혼 보내기는 여성 서사 영화를 응원한다는 단순한 동기로 시작된 소비 형태다. 이런 소비 형태는 한국영화계에 드문 여성 서사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데 작은 힘을 보탠다.

영혼 보내기는 보이콧보다 더 적극적인 소비 형태다. 여혐 논란이 불거진 영화들에 대한 보이콧에 이어 여성 서사 영화들에 영혼 보내기가 이뤄지고 있는 건, 그만큼 관객들이 페미니즘을 더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야말로 힘이다. 돈의 크기는 자유의 크기다. 여성 서사 영화들에 더 많은 소비가 있을수록, 여성 서사 영화들이 더 많이 만들어질 자유가 생긴다.

한국영화계에는 여성이 주인공이면 흥행이 안된다, 여성감독 영화는 흥행이 안된다는 편견이 있다. 여성 관객이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보다 남성이 주인공인 영화를 더 찾는다는 통념도 있다. 그런 이유들로 여성 톱배우 출연료가 남성 톱배우 출연료보다 낮다.

영혼 보내기는 이런 편견과 이런 통념을 깨뜨리는 작은 망치질이다. 망치질이 많아질수록 유리 천장이 깨지는 순간이 더 빨리 다가온다. 김혜수가 송강호와 출연료가 같아지는 그날까지 영혼 보내기가 계속 되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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