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다저스의 아킬레스건, 불 지르는 켈리-잰슨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5.07 14:33 / 조회 : 3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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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의 조 켈리(왼쪽부터)-오스틴 반스-데이브 로버츠 감독. /AFPBBNews=뉴스1
올해로 7년 연속 디비전 우승에 도전하는 LA 다저스는 6일(한국시간) 경기까지 22승14패, 승률 0.611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다.


모두가 예상하고 기대했던 순조로운 스타트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20승14패)가 한 게임 뒤에서 바짝 추격하고 있지만 시즌이 진행될수록 다저스의 월등한 선수층이 힘을 쓸 것이고 나머지 팀들과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상이다.

그런데 현재까지 시즌 진행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런 다저스도 의외로 불안한 구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즌 초반 심상찮은 ‘아킬레스건’으로 등장한 불펜이다.

당장 6일 벌어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주말 원정 3연전 최종전에서 다저스는 5-4로 앞선 9회말 2사 후 마무리 켄리 잰슨이 끝내기 만루홈런을 얻어맞고 5-8로 역전패를 당했다. 초반 0-4로 끌려가던 경기를 5회와 8회 홈런포 2방으로 뒤집고 리드를 잡았지만 철문을 내리기 위해 9회 마운드에 오른 잰슨이 번트 안타 2개를 포함, 3연타를 허용한 뒤 결국 대타 헌터 렌프로에게 만루포를 얻어맞고 승리를 날리고 말았다.

사실 ‘마라톤’ 시즌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은 피할 수 없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어쩌다 마무리가 한 번 무너진 것으로 큰일 났다고 호들갑을 떨 수는 없다.


하지만 올해 계속 다저스의 경기를 지켜본 팬이라면 불펜 난조로 이길 경기를 놓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다저스 불펜의 핵심 멤버이자 원투펀치로 기대했던 잰슨과 조 켈리가 무너지는 경우가 너무 자주 나오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다저스의 불펜은 첫 3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73을 기록, 30개 MLB 구단 가운데 23위까지 처져 있다. 블론 세이브 7회는 내셔널리그(NL) 공동 1위이자 전체 2위다. 다저스가 올 시즌 진 경기가 14번 있는데 이 중 절반은 이기던 경기를 불펜이 날렸다는 것이다. 다저스보다 블론 세이브가 많은 팀은 올해 이미 23패를 당한 캔자스시티 로열스(8회)밖에 없다.

올해 다저스의 불펜은 기대보다 상당히 취약한 면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다저스가 당한 14패 가운데 선발투수의 호투로 5~6회까지 앞서가던 경기가 불펜 등장 후 뒤집혀 패한 경기가 5번이나 됐다. 여기에 초반 리드를 잡지는 못했어도 팽팽했던 경기가 불펜 등장 후 급격히 기운 경우도 2~3경기가 더 있었다.

이런 불펜의 부진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다저스의 선발투수진과 타선, 수비가 모두 리그 최상위급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다저스 타선은 현재 NL 득점 1위에 올라있고 선발투수진의 평균자책점은 4위, 수비 성공률 3위 등 거의 전 부문에서 리그 상위권에 올라 있다.

불펜만 조금만 기대에 부응했다면 다저스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이 가능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런 불안한 불펜을 가지고도 아직 14번밖에 패하지 않은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불펜 난조의 넘버 1 주범으로 꼽히는 선수는 지난 오프시즌 다저스가 불펜강화를 위해 3년간 2500만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해 영입한 켈리다. 지난해 불안한 불펜으로 인해 시즌 내내 고전해야 했던 다저스는 월드시리즈에서 다저스를 상대로 총 6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으며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던 켈리를 프리에이전트 계약으로 영입하고 마침내 가장 큰 골칫거리를 해결했다고 믿었다.

그런데 현재까지 결과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제대로 찍히고 있는 모양새다. 켈리는 첫 5경기 중 3경기에서 리드를 날렸고 올 시즌 13경기에서 13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0.13을 기록하며 다저스 불펜의 ‘폭탄’으로 떠올랐다. 잰슨과 함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가 이런 모습을 보이자 다저스 불펜도 연쇄반응으로 전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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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의 켄리 잰슨. /AFPBBNews=뉴스1
물론 불펜 난조의 모든 책임을 켈리에게만 뒤집어씌울 순 없다. 우선 마무리 잰슨 역시 지난 수년간 리그 최고의 클로저로 군림했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구위가 한결 떨어진 모습이다. 올해 14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12세이브를 올린 것만 놓고 보면 괜찮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기록에 비해 더 불안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잰슨은 마무리치곤 실점하는 경기가 너무 많아졌다. 지난 2017년 등판한 65경기 중 8경기에서만 실점을 허용했던 잰슨은 지난해엔 69경기 중 18경기에서 실점해 실점 경기 비율이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

그리고 올해는 시즌 한 달 만에 이미 17경기 중 8경기에서 실점을 해 벌써 2017년 전체 실점 경기 수와 타이를 이뤘다. 이미 그의 수준에서 최악이었다고 평가되는 지난해의 성적보다 훨씬 안 좋은 페이스로 가고 있다. 현재 그의 평균자책점 4.67은 커리어 최악이던 지난해(3.01)보다 훨씬 나쁘다.

이 같은 부진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구속 저하다. 잰슨의 주무기인 커터의 구속은 올 시즌 간신히 시속 92마일을 넘기는 수준인데 이는 2017년 93.6마일에 달했던 것보다 1.5마일 가량 떨어진 것이다. 그 때문인지 잰슨은 올해 피장타율이 0.439까지 치솟을 정도로 장타를 많이 내주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잰슨이 한 해 가장 많은 홈런을 맞은 것이 6개였는데 지난해는 갑자기 13개로 치솟았고 올해는 한 달여 만에 이미 4개를 허용했다. 일시적인 부진이 아니라 커리어가 하락세로 접어든 것임을 보여주는 숫자다. 이미 만 31세로 지난해 심장수술까지 받은 잰슨이 2~3년 전의 위력적인 구위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만약 가장 믿었던 켈리와 잰슨이 이런 부진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다저스 불펜은 지난해보다도 더 불안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선발자원이 넘쳐나 불펜으로 합류한 훌리오 우리아스와 로스 스트리플링에 페드로 바예스, 이미 가르시아. 스콧 알렉산더, 딜란 플로로 등으로 짜인 나머지 다저스 불펜은 충분히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 능력이 있지만 두 핵심리더가 흔들리면 불안한 운행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선발요원인 마에다 켄타를 불펜으로 돌려 불펜 보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다저스의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이 그동안 거액 FA 영입에 소극적인 모습에서 탈피해 켈리와 계약한 것은 불펜 보강이 숙원인 월드시리즈 우승에 필수적이고 켈리의 계약은 그런 노력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켈리와 잰슨의 동반 난조가 그런 믿음에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고 나서고 있다. 다저스의 전력은 상당히 탄탄하지만 불안한 불펜을 극복할 정도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올해도 불펜이 다시 한 번 다저스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를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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