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4월' 탬파베이·미네소타, 가을까지 웃을 수 있을까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5.0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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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파베이의 윌리 아다메스(왼쪽)-기예르모 에레디아. /AFPBBNews=뉴스1
4월이 지나가고 5월로 접어들었다. 그냥 달력 한 장이 넘어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특히 메이저리그에선 4월과 5월은 분위기부터 확연히 달라진다.

시즌 개막 후 4월까지 첫 한 달 정도는 사실상 새 시즌에 대한 적응기간이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와 흥분,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불확실성이 리그를 지배한다. 그에 따라 시즌 개막 전엔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나 트렌드가 나오는 경우가 흔히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시즌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5월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흔히 말하는 ‘평균의 법칙’을 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월엔 4할대 타율을 치는 타자가 가끔 나와도 5월 이후엔 ‘멸종(?)’ 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선수 개개인뿐 아니라 팀 성적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뜨겁게 출발했다가 5월부터 차갑게 식는 팀이 있는가 하면 얼음장처럼 차갑게 출발한 뒤 날씨가 더워지면서 경기력이 올라가는 팀들도 있다.

지난해 4월까지 LA 다저스는 12승16패로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에서 선두 애리조나에 무려 8게임 차 뒤진 4위였으나 시즌을 마쳤을 때는 애리조나에 9게임 차로 앞서 우승했다. 반대로 뉴욕 메츠는 NL 동부지구 선두로 출발했으나 결국은 선두에 13게임 차 뒤진 지구 4위까지 내려갔다. 4월 순위를 크게 믿어선 안 되는 이유다.


당연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출발부터 뜨겁게 출발한 후 끝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질주하는 팀들도 가끔 있다. 반대로 출발부터 하위권으로 떨어진 뒤 끝까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팀들은 흔한 편이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4월까지 나타난 주목할 만한 추세들을 살펴보고 과연 그 추세가 시즌 전체로 이어질 만한 지속력이 있을지를 살펴봤다.

■ 탬파베이 레이스

4월까지 가장 인상적인 팀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탬파베이를 우선 꼽지 않을 수 없다. 유력한 월드시리즈 후보들인 디펜딩 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를 제치고 20승11패를 거두며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에서 선두로 출발했다.

지난해 7월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트레이드로 합류한 타일러 글라스노는 시즌 첫 6번의 선발등판에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75를 기록하며 지난해 블레이크 스넬에 이어 탬파베이에 2년 연속 사이영상 트로피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탬파베이의 이런 출발은 과연 지속력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스”다. 사실 지난해 108승을 올린 보스턴과 100승을 거둔 양키스에 가렸지만 탬파베이도 지난해 90승을 올린 팀이다. 투타에 걸쳐 쉽게 무너지지 않은 안정된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글라스노가 지금 같은 페이스를 시즌 내내 유지할 수는 없겠지만 투타에 걸친 두터운 선수층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쉽게 무너질 팀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끝까지 양키스와 보스턴의 추격을 뿌리칠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쉽게 따라 잡힐 팀도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 보스턴 레드삭스

가장 실망스런 팀 부문에서 단연 1번 팀일 것이다. 지난해 108승을 올린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4월 내내 리그 최하위권에서 오르내렸고 부동의 에이스 크리스 세일은 첫 6번의 등판에서 단 1승도 없이 5패, 평균자책점(ERA) 6.30을 기록하고 있다. 세일 뿐 아니라 릭 포셀로(ERA 5.52), 에드와르도 로드리게스(6.16), 네이선 이볼디(6.00) 등 선발투수 4명이 5~6점대 평균자책점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그 누구도 보스턴이 위험하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세일이 올 시즌을 무승과 6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마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마라톤 시즌이라도 보스턴 입장에선 가능한 빨리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탬파베이, 양키스와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에 6월 이전에 본격적으로 분위기를 바꾸어 놓지 못하면 시즌 전체가 힘겨운 추격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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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 선수들. /AFPBBNews=뉴스1
■ 미네소타 트윈스

초반 급속히 다크호스로 떠오른 팀이다. 현재 승률 기준 메이저리그 전체 1위팀(19승10패)으로 투타에서 매우 안정된 전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11홈런으로 AL 홈런 선두로 나선 에디 로사리오를 앞세운 미네소타는 올 시즌 상대팀을 홈런수에서 52-33으로 크게 압도하고 있다.

오프시즌 1년 계약으로 큰 부담 없이 영입한 조나단 스쿱, 넬슨 크루스, C.J. 크론이 모두 5개씩의 홈런을 때리고 있다. 지난해 미네소타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홈런 23위였는데 올해는 현재 4위다. 4월 한 달간 팀의 장타율은 0.493에 달해 구단 신기록을 다시 쓰며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미네소타가 속한 AL 중부지구의 맹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슬로 스타트도 눈여겨볼 만하다. 클리블랜드가 에이스 코리 클루버와 트레버 바우어 등을 트레이드하지 않은 것은 AL 중부지구에서 아직도 충분히 우승권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네소타의 출발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훨씬 향상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다 클루버는 경기 도중 라인드라이브 타구에 맞아 장기 결장할 위기를 맞고 있다. 클리블랜드가 이대로 주저앉는다면 미네소타의 진군은 막을 팀이 있을지 의문이다.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NL 중부지구는 이번 시즌 NL 동부지구와 함께 최대 격전지로 꼽힌 디비전이다. 세인트루이스는 4월 중순까지도 겨우 승률 5할선 위를 유지하는 모습을 이어갔으나 하순부터 12경기에서 10승을 거두는 맹렬한 스퍼트를 앞세워 단숨에 NL 승률 1위(20승11패)까지 치고 올라왔다.

최근의 기세를 보면 시카고 컵스와 이번 시즌 디비전 패권을 놓고 치열한 라이벌전이 시즌 내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밀워키 브루어스는 물론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신시내티 레즈도 호락호락한 팀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세인트루이스가 계속 이런 질주를 이어가긴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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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의 엔리케 에르난데스(왼쪽)-오스틴 반스. /AFPBBNews=뉴스1
■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현재 20승13패로 애리조나(18승13패)에 1게임 차로 바짝 쫓기고 있다. 하지만 마라톤 레이스에서 가장 오래 버틸 만한 ‘지구력’을 지닌 것으로 첫 손꼽히는 팀이 다저스다. 현재는 애리조나 외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18승14패)도 바짝 추격하고 있지만 이들이 계속 이런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며 다저스를 상대로 페넌트레이스를 이어갈 것으로 생각하기는 힘들다.

투수력과 타력, 수비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안정된 전력을 구축한 팀으로 이미 가장 플레이오프에 가장 근접해 있는 팀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저스의 올 시즌 성패는 디비전 우승이 아니라 플레이오프 성적, 특히 월드시리즈 우승 여부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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