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효 감독 "'나의 특별한 형제' 좋은 유머 담고팠다" [★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04.30 10:43 / 조회 : 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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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형제' 육상효 감독/사진제공=NEW


원래는 신문기자였다. 영화 하고 싶어서 그만뒀다. 임권택 감독에게서 영화를 배웠다. '장미빛 인생' '금홍아 금홍아' '축제' 시나리오를 썼다. 단편영화 '슬픈 열대' '터틀넥 스웨터'를 만들고 미국 USC에서 시나리오를 다시 공부했다.


감독으로 그의 목표는 한결같았다.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을 코미디로 분출시키려 했다.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 '아이언팜'과 '달마야, 서울 가자'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초심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탄생한 영화가 '방가?방가!'다. 다시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을 만들었다. 그의 분명한 영화 색깔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5월 1일 '나의 특별한 형제'가 그의 손으로 세상에 소개된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몸 아래로 움직이지 못하는 세하와 지능은 5살이지만 누구보다 착하고 건강한 동구가 서로 한 몸처럼 지내다가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육상효 감독 영화답게 소외된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가득하다.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왜 '나의 특별한 형제'를 했나. 가제가 '특급형제'였는데.

▶'특급형제' 연출 제안을 명필름과 이 영화를 공동제작한 조이래빗에게서 6년 전쯤 받았다.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한 시놉시스 몇 장 정도였다. 7~8개월 정도 머리를 싸매고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당시 내가 연출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걸었던 조건은 코미디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장애인 이야기를 코미디로 안 하면 의미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코미디가 없으면 자칫 신파로 흘러가기 쉽다. 코미디여야 약자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리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막막했다. 두 형제가 떨어졌다가 만나는 이야기로 정하면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명필름과 같이 작업하면서 점점 이야기가 정리됐다.

-원래는 장애인등급제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돼 있었다. 가제가 '특급형제'였던 것도 그랬고. 그러다가 장애인등급제 폐지가 결정되면서 이야기가 수정됐는데.

▶처음에는 장애인들과 장애인단체가 왜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주장하는지도 잘 몰랐다. 몰라서 공부했다. 세하와 동구가 초반 시나리오에선 등급에 따라 이별해야 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장애인등급제를 담으려면 명확한 시선이 있어야 했고, 풍자할 의도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특급형제'라고 제목을 지었다. 그런데 장애인등급제 폐지가 영화 제작 직전에 결정됐다. 풍자할 대상이 없어지는 만큼 촬영 직전에 제목과 내용 일부를 바꿨다.

-'나의 특별한 형제'에는 장애인 자립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고립이 아닌 자립이 중요했다. 이 이야기를 어떻게 영화에 자연스레 녹여낼지 시나리오를 썼다가 지웠다가를 수차례 했다.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이 같이 지냈던 책임의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버전도 있었다. 하지만 자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해서 현재 이야기로 완성했다.

-영화 속에서 신부님이 오갈 곳 없는 장애 아동을 키운 곳의 이름을 '책임의 집'이라고 지었는데.

▶어디에서 본 글에서 영향을 받았다. 태어났으면 잘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다는 글이었다. 영화에 대사로도 썼다. 원래 실제 모티프를 준 곳의 이름은 작은 예수의 집이었다.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코미디 영화를 만들면 코미디와 감동의 수위를 어떻게 할지가 고민이 컸을 것 같은데. 자칫 희화화하거나 신파로 빠질 수 있는 만큼. 신하균은 코미디를 더 하려고 하면 육상효 감독이 수위를 조절했다고 하던데.

▶유머와 공감의 배치를 계산해야 했다. 담을 이야기가 많고 감정의 폭이 큰 만큼 현재 버전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버전은 처음 생각보다는 코미디가 좀 줄었다. 아무래도 희화화에 대한 고민이 컸다. 그래도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면 유머가 생긴다고 믿는다. 본질과 붙어있는 유머는, 조금만 과장하면 자연스런 웃음을 준다. 예컨대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동구가 세하에게 라면을 먹여주는 장면 같은 것들. 그래야 좋은 유머가 나온다. 좋은 유머는 자연스럽게 접근하고 쉬운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신하균에게 그래서 상황이 받쳐주니깐 가능하면 자연스러운 리액션을 부탁했다. 박철민의 코믹 연기톤도 과하지 않도록 절제하도록 했고.

-지적 장애와 지체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이 있다. '나의 특별한 형제'에는 그런 편견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편견을 이용하는 장치도, 그런 편견으로 분노나 웃음을 유발하는 것도 거의 없고.

▶지체 장애는 비장애인들이 보면 안다. 지적 장애는 가만히 있으면 잘 모른다. 지체 장애와 지적 장애에 대한 편견은 그래서 시간 차이가 있다. 시선의 폭력이기도 하고.

'나의 특별한 형제'에는 그런 시선의 폭력을 많이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지적 장애가 있는 동구 캐릭터는, 지적 수준, 지성적인 능력을 어떻게 드라마에서 드러내야 할까를 고민했다. 5살 수준이라고 지성이 없는 게 아니다. 그래서 지적 장애라기보다는 순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표현하려 했다. 세하 캐릭터는 목 아래가 안 움직이는 것을 제외하면 장애와 비장애가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표현하려 했다. 그래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는 이 영화와 맞다고 생각했다. 다만 실제 현실을 좀 더 반영해야 해서 두 사람의 화장실 장면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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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형제' 이광수 신하균 이솜 스틸


-동구 역을 맡은 이광수, 세하 역을 맡은 신하균에게 어떤 주문을 했나.

▶이광수에겐 이상한 행동을 하지 말자고 했다. 틱이랄지, 눈빛 등을 이상하게 표현하지 말자고 했다. 이광수도 그걸 강력하게 요구했고. 대사가 적어서 감정을 표현하기 힘든 역할인데 이광수가 아주 잘 해줬다. 이광수는 심재명 대표가 추천했다. 만나보니깐 느낌과 눈빛이 아주 좋았다. 거의 말없이 있다가 묻는 말에만 차분히 대답했다. 그 모습이 동구의 순수한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집중력, 몰입이 엄청났다.

신하균에겐 특별히 주문한 게 없다. 디지털 연기 머신 같다. 감정의 온도를 3도 낮춰달라고 하면, 정확하게 그렇게 해낸다. 물론 3도 낮춰주세요라고 표현은 안했지만. 감정을 올릴 때도 마찬가지다. 시나리오에 있는 대사를 토씨 하나 안 바꾼다. 현장에서도 나와 배우들의 가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감독이 일하기 굉장히 좋은 배우다.

-이솜은 어땠나.

▶이솜이 주연을 맡은 '소공녀'를 인상 깊게 봤다. 눈이 예쁘니 연기할 때 눈을 많이 쓰라고 주문했다. 눈으로 많은 감정을 투영하고 드러낼 줄 아는 배우다. 현장에서 정말 스태프들이랑 잘 지냈다. 먼저 인사를 건네고 같이 움직였다.

-주제가 드러나는 직접적인 대사가 전작들보다 많은데. 예컨대 장애인과 일반인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란 표현 같은 것들.

▶원칙은 재밌는 영화이지 계몽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들어가야 할 것 같은 대사들은 넣었다. 이건 꼭 이야기해야 하는 것들.

-이솜이 맡은 미현은 '나의 특별한 형제'의 관찰자다. 그 관찰자를 취업준비생으로 한 이유는. 한편으론 이런 구도에서 쉽게 넣기 마련인 러브스토리를 넣지 않았는데.

▶이 형제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이 필요했다. 관찰자이기도 했고. 요즘 젊은이들을 대변하는 역할인데 영화 속에서 같이 성장시키고 싶었다. 러브스토리를 넣지 않은 건 우리 영화에서 다뤄야 할 것들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브스토리가 들어가면 전혀 다른 영화여야 했다. 그렇기에 미현은 세하, 동구와 성(性)은 다르지만 좋은 친구로 그리려 했다.

-동구가 하는 수영이 영화의 주요 소재 중 하나인데. 보통 장애인을 영화에 담으면서 스포츠를 넣을 때는 성공 스토리나 감동 스토리를 넣기 마련인데 '나의 특별한 형제'는 다른데.

▶수영은 기획적인 장치다. 동구의 실제 모델이 수영을 했던 건 아니다. 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 분이 수영으로 성과를 낸 실제 사례가 있어서 참고했다. 우승보다는 완주가 더 다가가길 바랐다. 과거의 기억, 그리고 나중에 갖게 될 직업 등등이 수영으로 담기길 바랐다.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갖고 살아가는 것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두 사람의 자립을 위해선 직업을 갖고 있는 게 필수인데. 영화 속에선 그게 잘 드러나지 않는데.

▶편집됐다. 세하는 실제 모델처럼 복지사 자격증을 갖고 상담과 강연을 한다는 에필로그가 있었다. 동구는 수영 코치를 하는 에필로그가 있었고.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현재 버전으로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편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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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형제' 육상효 감독/사진제공=NEW


-'나의 특별한 형제'에는 특별한 악역이 없다. 전작들도 그렇고 육상효 감독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인 것 같기도 한데.

▶사람들이란 원래 악하기보다 상황이 그렇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상황을 배려하면 인물이 본성대로 좋아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난 모든 캐릭터들이 작품 속에서 마무리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 영화 속에서도 모든 캐릭터들의 마무리를 잘 지으려 했다. 필요한 대립은 분명히 영화 속에서 존재한다. 대신 슬픔보다는 공감의 눈물을 담기 위한 대립이어야 했다. 세하의 실제 인물도 영화를 보고 장애인 뿐 아니라 비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없어서 좋았다고 하시더라.

-동구가 타는 택시 아저씨가 동구가 지적 장애인이란 걸 알고 난 뒤에 "오늘 일진 참 좋다"라고 이야기한다. 장애인이 택시를 타면 재수 없다고 안 태우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걸 고려하면 같은 의미라도 참 좋은 대사인 것 같은데.

▶그 역할을 맡은 배우 김기천이 한 것이다. 같은 의미지만 그렇게 표현한 게 정말 좋았다. 원래 시나리오에선 그렇지 않았다. 또 원래 시나리오에선 동구를 택시운전사가 돈이 없다는 걸 알고 바닥에 팽개치는 것이었다. 그런데 김기천이 그렇게 하기보다는 자기 혼자 화내고 가는 걸로 바꿨다.

-음악이 감정을 울릴 때 울리고 적확하게 쓰였다. 한편으론 올드하다고 느낄 수 있고.

▶올드하다면 감독인 내가 올드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지수 음악감독은 굉장히 젊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많이 상의했다. 동구가 책임의 집에 혼자 가서 듣는 음악 같은 경우 모짜르트 피아노 소나타 같은 느낌이면 했는데 그 느낌을 잘 살려서 만들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코믹한 장면에 코믹한 음악을 안 넣었다는 점이다. 영화에 대한 이해가 좋은 음악감독이다.

-카메라 앵글이 세하의 눈높이에 많이 맞춰졌던데.

▶일단 신하균과 이광수의 투샷을 찍기가 어려웠다. 이광수가 큰데다 신하균이 앉아있으니 둘을 한 화면에 담기가 어려웠다. 그 고민을 하면서 세하의 시점샷을 많이 찍고 싶었다. 이 사람이 보는 세상을 담고 싶었다.

-차기작도 소외된 사람들의 코미디인가.

▶차기작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는데 아직 결정되진 않았다. 소외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건, 어쩌면 상업적인 약점일 수도 있겠으나 그냥 내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다. 소외된 사람을 코미디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접하게 하는 것, 그것으로 세상을 조금은 좋게 만드는 것, 그게 내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인 것 같다. 그래서 '나의 특별한 형제'는 좀 더 전달력에 중점을 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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