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한텐 답변 안 해!" 웨스트브룩, '인터뷰 보이콧' 찬반 논란 [댄 김의 NBA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4.23 17:33 / 조회 :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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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웨스트브룩. /AFPBBNews=뉴스1
미국프로농구(NBA)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슈퍼스타 러셀 웨스트브룩(31)의 인터뷰 태도가 플레이오프에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웨스트브룩은 특히 자신의 안방 매체인 ‘더 오클라호만’ 신문의 베리 트래멀 기자의 질문에 대해 노골적으로 답변을 거부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웨스트브룩이 트래멀 기자의 질문을 보이콧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과거에는 그 지역에서만 알려졌던 일인 반면 이제는 무대가 전국적인 플레이오프가 되면서 전국적인 이슈로 확장됐다.

웨스트브룩은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 1라운드 시리즈에서 트래멀 기자가 질문을 하고 나면 답변하는 대신 “다음 질문 없나요(next question?)"라는 말로 노골적인 응답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이에 대해 리그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22일(한국시간) 4차전 후 기자회견에선 “어~ 좋은 질문이군요. 음, 그런데 잘 모르겠네요”라고 바꿔 말했다. 표현은 달라졌지만 메시지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당신의 질문엔 대답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웨스트브룩의 행동에 대해 NBA는 아직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웨스트브룩은 경기 후 미디어를 만나야 한다는 조항을 위반하지도 않았고 부적절한 말이나 표현을 사용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행동에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는지 너무 잘 아는 NBA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티브 커 감독은 이런 웨스트브룩의 행동에 대해 “리그 차원에서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지금 아주 좋은 상태에 있다. 팬들이 우리를 사랑하고 인기도 높다”면서 “특히 팬들이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것은 선수들에게서 느끼는 일체감과 커넥션이다. 선수들이 그걸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선수이든 그걸 깨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팬들에게 계속 정보를 줘야 한다. 매번 뛰어난 대답을 할 필요는 없지만 커뮤니티케이션을 거부하는 쪽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팬들과 잘 소통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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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슛을 시도하는 러셀 웨스트브룩(위). /AFPBBNews=뉴스1
플레이오프 중계방송을 하는 TNT 채널에서도 이에 대한 반응이 나왔다. 스튜디오 해설가로 나선 전 슈퍼스타 찰스 바클리는 “일단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웨스트브룩을 비판한 뒤 “우리의 역할 중 하나는 언론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가 3000만~4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받는 것은 농구만 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에 수반되는 모든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다. 저녁 먹을 때 사람들이 찾아와 사인과 사진 촬영을 부탁할 때 응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리고 미디어와 이야기하는 것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자가 너에 대해 뭔가 안 좋은 보도를 했다고 질문을 거부할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또다른 슈퍼스타 출신 샤킬 오닐은 “웨스트브룩처럼 감정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원치 않는 사람과 이야기하기 싫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 “특히 모든 미디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한두 명만 거부하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고 웨스트브룩을 옹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웨스트브룩은 왜 이 기자의 질문을 거부하는 것일까. 트래멀 기자는 자신의 칼럼을 통해 이런 웨스트브룩의 자세는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자신이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 질문을 이어가는 것은 미디어가 그런 웨스트브룩의 욕구에 굴복해서는 안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2017년 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이 기자회견장에 웨스트브룩과 함께 나온 스티븐 애덤스에게 한 질문을 웨스트브룩이 가로막은 사실을 예로 들기도 했다.

트래멀 기자에 따르면 웨스트브룩은 지난 11년간 오클라호마시티(OKC)에서 뛰며 팀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해왔다. 하다 못해 누가 경기 전 국가를 부를지에도 그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한다.

그 대가로 그는 미 중서부의 스몰마켓팀을 11년째 떠나지 않고 팀의 간판이자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다. OKC가 지금의 위치로 발전하는 데 웨스트브룩의 역할이 엄청났음은 부인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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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웨스트브룩(오른쪽 2번째)과 동료들. /AFPBBNews=뉴스1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없을 수 없었다. 특히 경기 종반 너무나 자주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웨스트브룩의 자세는 여러 차례 OKC의 발목을 잡았다. 경기 막판 상대의 유도에 빠져 3점슛을 남발하는 것이 대표적인 일이다. 또한 심판 판정에 대한 지나친 항의로 태크니컬 파울을 받고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일도 있었다.

트래멀 기자에 따르면 웨스트브룩은 OKC 라커룸에서 답변을 거부하는 것으로 자신의 미디어에 대한 통제력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

사실 웨스트브룩이 이번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특히 기자들의 질문에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결과가 좋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현재 OKC는 포틀랜드에 1승3패로 밀리며 3년 연속 플레이오프 1라운드 탈락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22일 홈에서 벌어진 4차전에서 웨스트브룩은 후반 7개의 야투를 전부 미스하는 등 21개의 슈팅 중 5개만을 성공해 14득점에 그쳤고, OKC는 108-111로 패했다. 그러자 팬들은 트위터를 통해 “그는 또 플레이오프를 지고 또 한 번의 기자회견도 질 위기에 놓였다”면서 비꼬는 반응을 쏟아냈다.

웨스트브룩은 지난 2016~2017시즌 이후 3년 연속으로 시즌 트리플 더블의 위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패한다면 그 3년간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선 한 번도 이기지 못하는 셈이 된다. 이미 상대팀들은 경기의 결정적인 상황에서 웨스트브룩을 심리적으로 유인해 확률 낮은 선택을 하도록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스스로 모든 것을 통제하길 원하는 웨스트브룩이 오히려 자기 자신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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