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란트-클리퍼스 PO 맞대결에 숨은 또 하나의 의미 [댄 김의 NBA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4.19 15:59 / 조회 :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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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듀란트. /AFPBBNews=뉴스1
LA 클리퍼스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 서부 콘퍼런스 1라운드 시리즈는 만인의 예상대로 출발했다.

3년 연속이자 5년 만에 4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자타공인 우승후보 0순위 골든스테이트는 지난 14일(한국시간) 오클랜드 오러클 아레나에서 벌어진 시리즈 개막전에서 8번 시드 클리퍼스를 121-104로 완파하고 서전을 가볍게 승리로 장식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2차전에서 클리퍼스는 엄청난 ‘대형사고’를 쳤다. 적지에서 3쿼터 중반까지 31점 차로 박살나고 있던 경기를 뒤집은 것이다. 3쿼터 7분31초를 남기고 63-94로 뒤지던 경기를 135-131로 뒤집는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31점 차 열세를 뒤집은 것은 NBA 플레이오프 역사상 신기록이었다. 이전 기록은 1989년 LA 레이커스가 시애틀 수퍼소닉스(오클라호마시티 선더의 전신)를 상대로 기록한 29점 차 역전승이었다. 이날 클리퍼스는 3쿼터에서만 플레이오프 신기록인 44점을 뽑아냈고 4쿼터에선 골든스테이트를 41-23으로 압도하는 경이적인 스퍼트를 선보였다.

물론 이 충격패에도 골든스테이트가 클리퍼스와 이번 시리즈를 패할 것으로 믿는 사람은 전혀 없다. 19일 클리퍼스의 홈 코트인 스테이트플스센터에서 열린 3차전에선 골든스테이트가 132-105로 여유 있게 이겨 시리즈를 2승1패로 다시 앞서 나갔다. 골든스테이트 간판 케빈 듀란트(31)는 38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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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클리퍼스 선수들. /AFPBBNews=뉴스1
하지만 2차전에서 막강 골든스테이트가 안방에서 31점 차 리드를 허무하게 날리고 무너진 것은 상당한 충격파를 남기고 있다. 더불어 클리퍼스라는 팀에 대한 NBA 팬들의 관심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닥 리버스 클리퍼스 감독은 2차전 후 자신의 팀에 대해 “우리는 죽지 않는다. 우리는 아무리 죽여도 계속 늘어나는 바퀴벌레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난 내 선수들을 농담 삼아 바퀴벌레들이라고 부른다. 바퀴벌레는 아무리 죽이고 죽여도 없어지지 않고 계속 늘어난다”면서 “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지는 것도 받아들이고, 이기는 것도 받아들인다. 모든 걸 다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계속 싸운다. 정말 지도하기에 재미있는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클리퍼스는 단 한 명의 올스타도 없는 ‘블루칼라’ 팀이다. 팀의 최고 스타였던 토바이아스 해리스마저 트레이드 데드라인 때 필라델피아 76ers로 이적했다. 하지만 화려한 스타는 없어도 클리퍼스 선수들은 하나같이 모든 경기에서 미친 듯이 싸우는 투지로 똘똘 뭉쳐 있는 ‘싸움닭’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골든스테이트를 상대로 적지에서 3쿼터 중반까지 31점 차로 끌려갔다면 승부를 포기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데 루 윌리엄스, 패트릭 페벌리, 몬트레즐 해럴 등 클리퍼스 선수들은 계속 미친 듯이 싸웠다.

그들의 그런 투지에 질렸기 때문일까. 골든스테이트 선수들의 슛은 빗나가기 시작했고 턴오버는 계속 쌓여만 갔다. 플레이오프에서 절대 유리한 홈 경기임에도 맹추격에 나선 상대의 모멘텀에 제동을 걸 수가 없었다.

특히 듀란트는 자신보다 무려 8인치(20cm)나 키가 작은 클리퍼스의 포인트가드 패트릭 베벌리의 찰거머리 같은 전담 마크에 걸려 경기 내내 신경전을 되풀이하며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날 21득점을 올리긴 했으나 이 중 11개가 자유투 득점이었고 야투 시도가 8개뿐이었던 반면 턴오버는 양팀 최다인 9개나 범했다. 이날 시도한 야투보다 턴오버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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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듀란트(오른쪽)를 수비하는 페트릭 베벌리.
그런데 클리퍼스에 이날 대역전 드라마는 그렇게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지난 2월10일엔 보스턴 원정에서 보스턴 셀틱스를 상대로 28점 차 열세를 뒤집고 123-112로 두 자릿 수 차 승리를 따냈고 그에 앞서 2월3일엔 디트로이트 원정에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 25점 차 리드를 뒤집고 111-101로 승리했다.

2월6일엔 샬럿 호네츠와 원정경기에서 20점 차 열세를 뒤집기도 했다. 정규시즌에 20점 차 이상 열세를 뒤집는 역전승을 3번이나 거둔 팀은 지난 20년 동안 클리퍼스가 유일무이했다. 더구나 3번 모두 적지에서 거뒀다. 그리고 이번엔 그것보다 더 큰 역전극을 플레이오프에서, 그것도 골든스테이트를 상대로 재현해낸 것이었다.

클리퍼스의 가드 개럿 템플은 “사람들은 이번 시즌 우리들의 스토리를 모른다”면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경기에서 완전히 쓰러진 다음에 일어났다. 이번 경기도 그런 경우 중 하나였다. 우리는 아주 질긴 팀”이라고 말했다.

리버스 감독은 “계속 싸우라고 독려했다. (점수 차를) 25점 차로 줄이고 20점 차로 줄인 뒤 10점대 차가 되자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면서 “선수들에게 너희들은 바퀴벌레들이라고 말했다. 우린 아무리 죽여도 죽지 않는다. 계속 싸우기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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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퍼스의 닥 리버스 감독. /AFPBBNews=뉴스1
그리고 그런 팀을 상대하는 듀란트가 어떤 인상을 받게 될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듀란트는 올 여름 다음 팀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클리퍼스는 듀란트 영입전에서 유력한 계약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팀이다. 이미 샐러리캡에서 5000만 달러가 넘는 여유공간을 확보한 채 FA 계약기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올 여름 FA 시장에서 최소한 두 명의 슈퍼스타를 영입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첫 후보가 바로 듀란트이고 카와이 레너드와 지미 버틀러, 카이리 어빙 등도 모두 사정권 내에 두고 있다. 듀란트로서도 클리퍼스라는 팀에 대해 더 잘 알기를 원할 것이고 이번 시리즈는 그것을 알아볼 최고의 기회임이 분명하다.

사실 듀란트가 클리퍼스를 다음 행선지로 고려할 이유는 충분하다. 모든 선수들이 살기 원하는 LA 마켓의 팀인 데다 선수단 구성도 롤 플레이어와 젊은 유망주들이 이상적으로 배합돼 있어 장래 희망도 밝다. 듀란트급 슈퍼스타 두 명이 가세한다면 당장에 우승후보로 발돋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승후보급 팀이 될 가능성도 있는 팀이다.

특히 르브론 제임스라는 절대적인 스타와 스포트라이트를 나눠 가져야 하는 LA 레이커스와 달리 클리퍼스에선 완벽하게 팀의 간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만약 듀란트가 온다면 클리퍼스는 완벽한 듀란트의 팀이 될 것이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선 러셀 웨스트브룩, 골든스테이트에선 스테픈 커리와 스포트라이트를 나눠 가져야 했던 듀란트는 어쩌면 이젠 자신만의 팀에서 뛸 때가 됐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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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듀란트(오른쪽)와 스테픈 커리. /AFPBBNews=뉴스1
듀란트는 여러 언론과 인터뷰에서 클리퍼스에 대한 관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클리퍼스의 루키 가드 랜드리 샤멧에 대해 “엄청난 재능의 선수”라고 찬사를 보냈고 또 다른 루키 샤이 길저스-알렉산더에 대해선 “내가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은 젊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그렇게 맘에 드는 젊은 선수들이 있다면 클리퍼스를 고려할 이유는 더욱 충분하다. 더욱이 클리퍼스의 억만장자 구단주 스티브 발머는 FA 계약기간이 시작되자마자 듀란트에게 전화를 걸 준비를 한 지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강력한 듀란트의 계약 후보팀은 뉴욕 닉스다. 상당수의 NBA 전문가들은 듀란트가 뉴욕과 계약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계약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만약 듀란트가 뉴욕행에 확신이 갖고 있지 않다면 마지막까지 클리퍼스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후보다.

그렇다면 이번 클리퍼스 시리즈는 듀란트가 결심을 굳히기에 있어 상당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클리퍼스의 가능성을 직접 상대하면서 확인한다면 그가 결심을 굳히는 것이 훨씬 쉬어질 수 있다.

클리퍼스는 지금 어쩌면 팀의 미래를 완전히 바꿔놓을 슈퍼스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만에 하나 클리퍼스가 시리즈를 6차전 이상까지 끌고 갈 수 있다면 ‘바퀴벌레 군단’의 저력이 듀란트의 마음을 사로잡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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