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삼 눈물 "공황장애, 야구 포기하려다 정신과 치료도 받고" [★현장]

잠실=김우종 기자 / 입력 : 2019.04.18 05:18 / 조회 :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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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홍상삼. /사진=김우종 기자

한 마디 한 마디, 그리고 끝내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 주위가 숙연해졌다.

홍상삼(29·두산)이 지난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2017년 5월 3일 대구 삼성전 이후 약 2년 만에 잡은 선발 기회. 그러나 아쉽게도 승리 투수 요건에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둔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4⅔이닝(72구) 5피안타(1홈런) 2볼넷 5탈삼진 3실점(3자책).

이날 두산 타자들은 경기 초반부터 홍상삼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1회에만 대거 5점을 뽑은 뒤 2회 2점을 추가하며 7점을 안겼다.

홍상삼은 1회 선두타자 김강민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후속 세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2회에는 선두타자 이재원에게 좌중간 솔로포를 허용했으나 역시 후속 세 타자를 범타로 잠재웠다. 3회와 4회는 무실점. 그러나 5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선두타자 고종욱에게 우전 안타를 내줬으나 박승욱을 2루 땅볼, 김성현을 3루 땅볼로 각각 잡아냈다. 팀이 7-1로 앞선 상황. 하지만 김강민 타석에서 한 차례 폭투 끝에 좌전 안타를 얻어맞았다. 이어 한동민 타석 때 또 폭투를 범했다. 이 사이 1루 주자 김강민이 3루까지 갔고 또 폭투를 던지면서 3루 주자 김강민이 홈을 밟았다. 점수는 7-3이 됐다.

누상에 있던 주자가 모두 사라졌다. 두산은 홍상삼을 교체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5회를 채워 승리 투수 타이틀을 안겨주려는 벤치의 의지가 읽혔다.

그러나 홍상삼은 한동민에게 유격수 깊숙한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4점 차, 2사 1루. 다음 타자는 최정. 결국 두산 벤치는 결단을 내렸다. 윤명준이 마운드에 올라왔고 최정을 3루 땅볼로 잡으며 급한 불을 껐다. 이날 두산은 12-3으로 승리했다. 승리투수는 윤명준이 됐다.

경기 후 만난 홍상삼은 승리 투수 불발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많이 아쉬웠다. '선발 투수니까 승리 투수는 돼야지'라고 욕심이 앞섰는데 그 욕심이 화를 불렀던 것 같다"고 입을 뗐다.

이어 "중간으로 준비하고 있다 갑자기 이야기를 들었다. 이전 2군 등판이 지난 4월 14일이었다. 체력이 많이 비축된 상태였다. 좋은 타이밍에 선발로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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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삼이 5회 2사 후 마운드를 내려오는 순간.
홍상삼은 "내 공을 많이 못 던져 아쉽기도 하다. 충분히 더 잘 잡을 수 있었는데 욕심을 부렸다. 반은 잘하고 반은 못한 것 같다. 잘 던진 것 같기도 하고 아쉽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본인 스스로 제구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홍상삼은 1회 준 볼넷에 대해 "내가 컨트롤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스트라이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스트라이크를 넣으려다 보니 악영향을 미쳤다. 세게 던져야겠다 생각한 뒤부터 조금씩 제구가 잡혔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5회 홍상삼은 폭투를 세 차례나 범했다. 그는 "투아웃을 잡아놓고 승리 투수에 대한 욕심이 좀 생겼다. (포수 박)세혁이가 고생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날 홍상삼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사실을 고백했다. 그는 "(야구를) 포기하려고 했었는데, '1년만 버텨보자, 버텨보자'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해 강석천 2군 감독님과 정재훈 2군 코치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그분들이 많이 나를 잡아주셔서 조금은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승리로 보답을 했어야 했는데 많이 아쉬운 것 같다. 그래서 더 욕심이 났던 것 같다"고 울먹였다.

이어 "하도 욕을 많이 먹어 가지고요…. 그러다 보니 제가 되게 강한 줄 알았는데 마음이 약한가 봐요. 욕을 하도 많이 먹다 보니까. 사람이 심리적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압박감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저를, 뭐라 해야 하지, 압박을 받다 보니까, 사람이 확실히 많은 곳에서 던지다 보면 그런 게(공황장애) 생긴 것 같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자기가 혼자 스스로 만들어내는 그런…. 정신과 치료도 많이 받고 했는데, 굳이 그건 의사들이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옆에서 고마운 사람들이 많았어요"라면서 눈물을 간간이 훔쳤다.

이날 누구보다 홍상삼을 응원한 건 팬들뿐만 아니라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에서 함께했던 동료들이었다. 홍상삼은 "정말 고마웠어요. 던지면서 한마음이 되는 게 느껴졌어요. 사실 마운드에서 공황장애 증상이 어떻게 언제 나올지 몰라 노심초사했어요. 그래도 정말 옆에서 응원을 많이 해주니 힘이 확실히 났어요.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그런 게 보이더라고요"라며 다시 한 번 울컥한 뒤 "아, 한국시리즈 우승한 것 같아"라고 천장을 쳐다보며 어렵게 말을 이어나갔다.

홍상삼은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시려고 했으니 나를 2군에서 콜업해 선발로 내셨다. 보답을 했어야 했는데 많이 아쉽다"라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경기 후 "(홍)상삼이가 잘 던졌는데 승리를 챙기지 못해 안타까웠다. 본인 스스로 느끼고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다음 선발 자신 있는가'라는 물음에 홍상삼은 "모르겠어요, 솔직히. 어쨌든 나가야 된다면 최선을 다하겠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최선을 다해야죠"라고 수줍게 말한 뒤 꾸벅 인사를 하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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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투하는 홍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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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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