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팔기 바빴던' 시애틀, 초반 폭주 어떻게 봐야 하나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4.12 14:39 / 조회 :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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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선수들. /AFPBBNews=뉴스1
시애틀 매리너스의 ‘미친’ 질주는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까.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이 시즌 초반 거침없는 진군을 이어가고 있다. 12일(한국시간) 벌어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원정 4연전 최종전에서 9회 2점 차 열세를 뒤집고 연장 10회 역전 홈런으로 짜릿한 승리를 따낸 시애틀은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최고인 13승2패(승률 0.867)를 달리고 있다.

첫 15경기에서 13승을 거둔 것은 1987년 밀워키 브루어스(14승1패)와 지난해 보스턴 레드삭스(13승2패)에 이어 지난 32년 동안 단 3번째다. 그리고 이 기간 시애틀은 한 경기도 예외 없이 홈런을 때려 메이저리그 최다인 개막 15경기 연속 홈런 신기록도 세웠다. 한마디로 ‘미친’ 질주다.

지난 달 일본에서 벌어진 메이저리그 2019 정규시즌 개막 2연전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상대로 난타전 끝에 2연승을 거뒀을 때만 해도 시애틀이 이런 스타트를 보일 줄은 전혀 몰랐다. 미 본토 개막전에서 월드시리즈 챔피언 보스턴을 상대로 3승1패를 거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오프시즌 동안 '미친 듯이' 팀의 간판선수들을 내다 팔았던 구단이기에 초반에 잠깐 반짝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었다. 어쩌다가 뜨거운 스타트를 끊었긴 했지만 결국은 머지 않아 중위권 정도로 제 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리고 그 예상은 아직도 충분히 유효하다. 사실 아무리 지금 시애틀이 잘하고 있다고 해도 이제부터는 내려갈 길만 남았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시즌 첫 2주 동안 보여준 시애틀의 폭주는 정말 인상적이다. 특히 타선의 폭발은 실화인지를 의심하게 할 수준이다. 야구에서 구단 성적은 마운드와 수비에 좌우된다고들 하는데 올해 시애틀의 경우엔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이 특이하다. 시애틀의 투수력은 메이저리그 평균 정도에 불과하고 수비력은 아예 바닥인데 엄청난 타선으로 그런 핸디캡을 커버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첫 15경기에서 시애틀 투수진은 메이저리그에서 딱 중간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은 3.98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13위이고 피안타율(0.243)은 16위, WHIP(이닝당 안타+사사구)은 1.32로 15위, 피홈런(18개) 공동 9위 등으로 거의 모든 분야가 평균이나 그 이하다.

수비는 더 심하다. 시애틀은 이번 시즌 15경기에서 실책 21개를 범했다. 11경기에서 14개의 실책을 범한 2위 시카고 컵스보다 무려 7개나 많다. 30개 구단 가운데 두 자리수 실책을 기록한 팀은 단 5개뿐인데 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1위인 팀이 시애틀이다. 총 기회당 평균실책(FPCT)이 0.963으로 30개 구단 중 꼴찌다.

투수력은 중간쯤이고 수비력은 바닥인 셈이다. 도저히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가 불가능한 구조다. 그런데 잘 하고 있다. 잘 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거의 매 경기를 이기는 수준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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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제이 브루스(가운데). /AFPBBNews=뉴스1
당연히 타격 통계를 살펴보게 된다. 별 볼 일 없는 투수력과 형편없는 수비에도 거의 9할에 육박하는 승률을 올리며 폭주하는 원동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시애틀은 15경기에서 총 117점을 뽑아냈다. 경기당 7.8득점이다. 첫 15경기 중 13경기에서 6점 이상을 득점했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시애틀의 팀 타율(0.295)과 장타율(0.565), OPS(0.935)은 모두 메이저리그 최고이며 단지 출루율(0.370)만 LA 다저스에 이어 2위다. 36홈런과 116타점은 물론 17도루도 1위다. 압도적으로 많은 도루에도 도루 실패는 2번밖에 없다. 타격의 거의 전 부문에서 ML 최고급이다.

진짜 놀라운 것은 이런 현상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는 점이다. 지난 시즌 89승을 올리고도 17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무산된 시애틀은 지난 오프시즌 제리 드포토 단장의 지휘 아래 완전히 다른 어프로치를 선택했다.

넬슨 크루스, 진 세구라, 에드윈 디아스 등 올스타 3명을 트레이드했고 팀의 간판이자 최고 스타인 로빈슨 카노도 내보냈다. 팀의 에이스 제임스 팩스턴과 주전 포수 마이크 주니뇨도 내보냈고 팀의 베테랑 불펜투수진 대부분을 물갈이했다. 마이애미 말린스급이 아니더라도 사실상의 ‘탱킹’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됐다.

이 과정에서 유망주들을 대거 확보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래’의 자산이지 올해의 자산은 아니었다. 그런데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시애틀의 미래가 생각보다 현재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이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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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제리 디포토 단장. /AFPBBNews=뉴스1
물론 이제 겨우 15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시애틀의 신데렐라 시즌을 예상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언제 식을지 모르는 타선을 뒷받침하기엔 투수진과 수비가 너무 허약해 보인다.

첫 15경기에서 보여준 경이적인 타격이 시즌 내내 계속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데 투수진, 특히 불펜이 지금처럼 허약한 모습을 이어가고 수비가 향상되지 않는다면 시애틀의 신데렐라 드림은 조만간 냉혹한 현실과 만나게 될 것이다. 당장 지난해 뉴욕 메츠가 12승2패, LA 에인절스는 13승3패로 출발했지만 결국은 각각 77승85패와 80승82패로 승률 5할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된다.

뜨거운 스타트를 살려 끝까지 간 경우도 있다. 지난해 보스턴은 13승2패로 출발한 뒤 결국은 구단 최고 기록인 108승을 거두고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물론 시애틀은 아무리 뜨거운 출발을 보여도 구단 최다승 기록(2001년 116승)을 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과연 시애틀의 폭주는 과연 언제쯤이나 기세가 꺾일까. 당장 이번 주말이 될 수도 있다. 시애틀은 이번 주말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의 유력한 우승후보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3연전에 나선다. 휴스턴은 올해 2승5패의 부진한 출발을 보인 뒤 오클랜드와 뉴욕 양키스전을 잇달아 싹쓸이하고 6연승의 맹렬한 상승세를 앞세워 시애틀로 날아온다.

이번 주말엔 저스틴 벌랜드와 개릿 콜이 휴스턴 선발로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뜨거운 휴스턴을 상대로 시애틀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흥미롭다. 초반 미친 질주가 진짜 본격적인 허리케인으로 더 커질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수그러들지 이번 주말 3연전이 많은 것을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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