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후보' 보스턴과 컵스의 심상치 않은 스타트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4.09 15:56 / 조회 :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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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의 앤드류 베닌텐디. /AFPBBNews=뉴스1
2019 메이저리그 시즌이 이제 팀당 약 10경기 정도씩을 마쳤다. 팀당 162경기씩을 치러야 하는 ‘마라톤’ 시즌 차원으로 보면 이제 겨우 스타트 라인을 출발한 셈이다. 이 10여 경기 결과만 가지고 시즌 전체에 대한 어떤 전망을 이끌어내려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르다.


하지만 그럼에도 첫 인상은 무시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엔 “4월에 (페넌트레이스를) 이길 수는 없지만 4월에 질 수는 있다”는 말이 있다. 4월(초반)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끝까지 잘 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반대로 잘못된 출발로 인해 시즌 전체가 초반에 망가질 수는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좋은 첫 인상을 남기는 것보다 좋지 않은 첫 인상을 남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관점에서 봐도 올해 메이저리그 시즌의 첫 인상은 전체적으로 굉장히 혼란스럽다. 시즌 성적과 투타 통계, 그리고 시즌 전 전망이 엇박자로 나타나고 있는 경우가 너무 많다.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뉴욕 양키스 등 우승후보 팀들의 출발이 신통치 않은 것과 예상치 못했던 팀이 앞으로 치고 나오는 일이 나타나고 있지만 사실 그 정도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기보다는 시즌이 이제 시작 단계라는 점을 반영한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경기 내용적으로 볼 때 투타가 극과 극의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팀들이 있는가 하면 내용적으로 괜찮은 팀이 성적에서는 그렇지 못하거나, 아니면 그 반대인 ‘미스매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순위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시즌 전 강력한 우승후보들로 꼽혔던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보스턴과 컵스의 동반 부진이다. 이들은 각각 3승8패와 3승7패로 일찌감치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전혀 우승후보답지 않은 모습이다.

물론 이 두 팀이 이런 모습으로 계속 바닥에서 시즌을 보낼 리는 없다. 조만간 바닥권을 벗어나 위로 올라가기 시작할 것이다.

궁금한 것은 왜 이 두 팀이 이토록 출발이 나쁜가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누구의 눈에도 분명하다. 마운드가 전혀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무너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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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컵스의 마크 자구니스. /AFPBBNews=뉴스1
컵스의 팀 평균자책점은 6.70으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꼴찌다. 보스턴의 평균자책점은 6.28로 27위다. 투수진의 피안타율은 컵스가 0.304, 보스턴은 0.280으로 각각 30위와 26위다. WHIP(이닝당 안타+볼넷 허용)에선 1.90인 컵스가 30위, 1.56인 보스턴인 26위다. 양팀이 모두 3할 이하의 승률을 보이는 이유를 한 마디로 보여준다.

그런데 컵스와 보스턴의 마운드가 부진한 것은 알겠는데 왜 그런지는 이유가 분명치 않다. 두 팀 모두 우승후보답게 올해도 정상급 마운드를 구축한 것으로 예상됐으나 뚜껑을 열자 전혀 그렇지 못한 것뿐이다.

특히 지난해 108승으로 구단 최다승 기록을 세우고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보스턴의 마운드가 올해 경기에서 보여주고 있는 무기력한 모습은 쇼킹할 정도다. 크리스 세일, 데이비드 프라이스, 릭 포셀로, 네이선 에볼디, 에드와르도 로드리게스로 구성된 보스턴의 선발진은 두 명의 사이영상 수상자(프라이스, 포셀로)와 지난 7년간 사이영상 투표 톱6을 놓치지 않았던 만년 사이영상 후보 세일까지 포진해 남부러울 것이 없는 유닛으로 꼽혔지만 현재 이들 5명의 성적 합계를 보면 무승7패, 평균자책점 9.60이라는 끔찍한 수준이다. 총 10경기에서 이들 선발투수들이 얻어맞은 홈런 수만 16개에 달한다.

그런데 또 특이한 것은 컵스의 경우 마운드가 리그 전체 꼴찌로 떨어진 와중에 타격은 출발부터 상당히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는 사실이다. 컵스는 8일 현재 팀 타율과 출루율은 LA 다저스에 이어 ML 전체 2위이며 OPS(출루율+장타율)는 다저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에 이어 3위다. 마운드는 꼴찌, 타선은 최상급인 셈이다. 이처럼 막강한 타선을 가지고도 승률이 3할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컵스의 마운드가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마운드가 무너져 시즌 달랑 3승에 그치고 있는 팀들이 있는 반면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경우는 역시 3승에 그치고 있지만 그 이유는 전혀 다른 데 있다. 현재 3승8패로 보스턴과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공동 최하위인 토론토는 팀 평균자책점(2.75)과 피안타율(0.194)이 모두 ML 전체에서 3위에 올라 있고 팀 탈삼진은 119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는 등 투수진의 활약이 엄청나다.

98⅓이닝 동안 내준 홈런 수도 단 6개뿐이다. 언뜻 보면 어떻게 이런 막강한 투수진을 가지고 팀 성적이 꼴찌인지 도저히 이해하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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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의 찰리 몬토요(왼쪽) 감독과 투수 토마스 패넌. /AFPBBNews=뉴스1
그런데 토론토의 타격성적을 보면 그게 이해가 된다. 현재 토론토의 팀 타율은 0.183으로 리그 27위다. 출루율(0.261)은 29위, 득점은 27위다. 리그 최강급 투수진이 점수를 뽑지 못하는 타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컵스와는 정반대의 현상을 보이고 있는 케이스다.

사실 투수력과 타력의 불균형을 이루는 경우는 종종 볼 수 있지만 올해 토론토와 컵스처럼 투타의 불균형 현상이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는 자주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들 두 팀의 시즌이 과연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어느 쪽이 더 빨리 회복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토와 비교해 또 다른 흥미로운 케이스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다. 클리블랜드와 디트로이트는 팀 타율이 각각 0.182와 0.181로 토론토보다 더 낮은 28위와 29위다. 이들보다 팀 타율이 더 낮은 팀은 신시내티 레즈(0.170) 뿐이다. 그런데 이들도 토론토처럼 투수력은 좋아 투타가 완전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팀들이다. 현재 클리블랜드는 팀 평균자책점(2.85)과 피안타율(0.195)가 모두 ML 4위이고, 디트로이트(평균자책점 2.30, 피안타율 0.188)은 모두 ML 2위다.

그런데 모든 수치가 토론토와 비슷한 이들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팀 성적이다. 디트로이트는 7승3패, 클리블랜드는 6승3패인 반면 토론토는 3승8패다. 이걸 보고 도대체 어떤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지 분명한 것은 시즌이 이제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첫 인상을 놓고 보면 판도가 과연 어떻게 달라질지는 정말 오리무중인 것 같다. 하지만 그 때문에 정말 흥미 만점의 시즌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더 커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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