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곰 세 마리' 유한준, 심야에 감독 방 찾아간 사연

잠실=심혜진 기자 / 입력 : 2019.04.0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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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준./사진=KT 위즈

이강철(53) KT 위즈 감독과 주장 유한준(38)이 최근 팀의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낮은 득점권 타율'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유한준은 지난 3일 잠실 두산전이 끝난 후 늦은 밤 원정 숙소에서 이강철 감독의 방을 찾았다. 이 감독에 따르면 '말동무'를 해주기 위해 찾아왔다고 했다. 말을 그렇게 했지만 고민 상담 차 방문한 것임을 안다. 안 그래도 타격 침체로 연패에 빠지면서 골머리를 앓던 와중에 유한준이 먼저 다가와 주니 이 감독에게도 큰 힘이 됐다.


이강철 감독은 "(유)한준이가 '그동안 볼을 너무 아꼈다'고 말하더라. 이기려 하다 보니 너무 신중해진 탓이다. 그러다 보니 볼카운트는 몰리고 행동까지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유한준은 방에서 곰곰이 생각해봤다고 했다. '득점권 타율'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오면서 자신은 물론 선수단이 자신들도 모르게 위축됐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나름대로 혼자 고민해보고 깨달음을 얻은 뒤 감독의 방문을 노크했다. 자신이 깨달은 것이 맞는지 물어보고 바꿔 나가겠다는 계획이었다. 유한준의 생각과 이 감독의 생각은 일치했다. '너무 신중하게 한 것이 독으로 작용했다'가 핵심이다.

이 감독은 유한준을 통해 선수들에게 '공격적인 타격'을 주문했다. 그는 "차라리 헛스윙 3번하고 들어오는 것이 낫다. 그것이 더 희망적이다. 타자가 계속해서 배트를 내게 되면 다음에 만났을 때 투수가 쉽게 공을 던지지 못한다. 오히려 투수가 더 망설이게 된다. 타자가 어느 공에도 배트가 나올 걸 알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기적으로 보일 정도의 자신감도 있어야 한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좀 이기적이어도 될 것 같다. 후회 없는 타격을 하고 들어왔으면 좋겠다. '내가 해결할 것이다', '제발 나한테 기회가 오라'는 마음으로 타석에 서야 한다. 내가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야 하는데 결과만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승리만을 좇으면 모든 플레이가 경직된다. 하던 대로 해야 승리가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유한준은 "감독님과 30~40분 정도 이야기하면서 내 가슴 속은 조금 후련해졌다. 사실 감독님을 뵈러 가기 전 후배들을 만났는데 한 후배가 '형, 힘내세요. 어깨에 곰 세 마리가 앉아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더라. 그만큼 내가 고민이 많아 보였나 보다"고 멋쩍게 웃었다. 주장으로서 자신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던 탓이다.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KT는 4일 두산전에서도 4-5로 져 4연패에 빠졌다. 유한준도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그나마 윤석민의 멀티 안타, 황재균의 솔로 홈런, 박경수의 적시타 정도가 시원한 타격이었다.

특히 이날 KT는 8개의 삼진을 당했는데, 이 중 6개가 스탠딩 삼진이었다. 9회에 3점을 뽑은 것은 위안거리이지만 일단 공을 쳐야 어떤 플레이도 가능하다. KT의 득점권 타율은 여전히 1할대(0.196)다. 당분간 이강철 감독과 유한준의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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