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감독 김인식의 MLB 通] "첫 타자 커터 삼진, 류현진도 깜짝 놀랐다"

신화섭 기자 / 입력 : 2019.03.30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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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한국시간) 애리조나전에서 투구하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오늘(29일) 오후 1시가 조금 넘어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류현진(32·LA 다저스)이었다. 이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정규시즌 개막전(6이닝 4피안타 1피홈런 무사사구 8탈삼진 1실점, 투구수 82)을 마친 뒤였다. 긴장감에서 벗어난 데다 승리까지 챙긴 덕분인지 목소리가 가벼워 보였다.

8분가량 통화하면서 크게 세 가지를 물었다. "1회 첫 타자 애덤 존스에게 삼진을 빼앗은 구종이 커터였는가." 류현진의 목소리가 더 밝아졌다. "네, 커터 맞고요. 안쪽으로 확 휘어 들어가서 저도 깜짝 놀랐어요."


류현진은 첫 타자부터 쉽지 않은 승부를 벌였다. 볼카운트 3-2에서 존스가 연달아 공을 커트해 냈다. 결국 8구째 커터가 타자 몸쪽으로 휘어 들어갔고 존스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이 장면이 결정적이었다. 생애 첫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 선발. 한국인로서는 2002년 박찬호 이후 무려 17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 대기록이었다. 큰 경기에 강하다는 류현진도 어찌 긴장을 안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자신도 깜짝 놀랄 정도의 공으로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낸 뒤 부담감이 크게 줄었고, 이후 경기를 술술 풀어나갈 수 있었다.


두 번째 질문은 "왜 두 차례 정도 투구 동작에 들어갔다가 다시 풀었는가"였다. 류현진은 "발을 잘못 디뎌 다시 풀고 던졌다"고 답했다. 궁금하기도 하도 걱정도 됐는데 별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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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한국시간) 애리조나전에서 투구하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구위도 뛰어났고 볼 배합도 좋았다. 경기 초반에는 커터를 결정구로 사용했는데, 애리조나 타순이 한 바퀴 돈 3~4회부터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빠른 볼로 승부를 했다. 류현진의 주무기가 커터나 체인지업임을 알고 있는 타자들에게 거꾸로 허를 찔러 삼진을 잡아냈다.

6회 1사 후 존스에게 내준 홈런은 초구에 볼카운트를 잡으려 커브를 던지다가 한가운데로 몰려 맞은 것이다. 애리조나 타자들 중에서는 케텔 마르테와 에두아르도 에스코바 등이 그동안 류현진의 공을 잘 쳤다. 이날 마르테는 유격수 땅볼과 삼진으로 봉쇄했지만 에스코바에게는 1회 내야안타와 6회 2루타를 허용했다. 자신에게 강한 타자들의 정보는 잘 기억해 다음 대결에서 활용해야 한다.

다저스 타선이 모처럼 화끈한 지원을 해준 것도 호투의 배경이 됐다. 다저스는 1회말 맥스 먼시의 땅볼로 선제점을 뽑고 2회에도 작 피터슨의 투런 홈런으로 스코어를 3-0으로 만들었다.

또 하나의 백미는 피터슨의 홈런 직전 1사 1루에서 류현진이 투수 앞 희생번트를 성공시킨 것이다. 상대 투수 잭 그레인키가 번트 수비를 잘 하는 편인데, 절묘한 위치로 타구를 보냈다. 류현진으로선 투구도 타격도 만점 활약을 펼친 셈이다.

마지막으로 "작년보다 투구 때 팔 스윙이 빨라진 것 같다"고 물었다. 류현진도 "그렇다"고 인정했다. 하체가 강해지면서 엉덩이 회전(힙턴)이 빨라진 덕분이다. 그러면 투구 밸런스가 안정되고, 같은 구속이라도 공의 회전력이 마지막까지 좋아진다. 그만큼 류현진이 하체 훈련을 많이 했다는 뜻이다.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중 하나로 불렸던 그레인키와 맞대결에서도 류현진은 완승을 거뒀다. 36세의 그레인키(3⅔이닝 7피안타 4홈런 7실점)는 공의 위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이었다. 볼에 힘이 없고 속구 스피드도 좋지 않았다.

체인지업이나 투심으로 땅볼을 유도하고 코너워크로 승부를 하려 했으나 타자들의 눈에 공이 다 보이는 듯했다. 나이가 있는 데다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개막전이라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거기에 동료 타자들까지 류현진에게 막혀 더욱 힘겨운 경기를 치른 듯 싶다.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야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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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고문은 한국 야구를 세계적 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지도력으로 '국민감독'이라는 애칭을 얻었습니다. KBO리그 쌍방울-OB(두산)-한화 감독을 거치면서 한국시리즈 2회 우승을 이뤄냈고, 대표팀 사령탑으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 2015년 제1회 프리미어12 우승 등 빛나는 업적을 남겼습니다. 국내 야구는 물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WBC 감독으로서 MLB 최고 스타들을 상대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MLB 경기를 빠짐 없이 시청하면서 분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류현진(LA 다저스)과는 한화 감독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2018년 결혼식의 주례를 맡는 등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스타뉴스는 2019시즌 '국민감독 김인식의 MLB 通(통)'을 연재해 깊이 있고 수준 높은 MLB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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