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우리가 알던 케이로스 맞아? 그는 왜 '알부남'으로 변신했나

서울월드컵경기장=이원희 기자 / 입력 : 2019.03.26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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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케이로스 콜롬비아 대표팀 감독. / 사진=뉴스1
카를로스 케이로스(66) 콜롬비아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1년부터 8년간 이란 대표팀을 이끌었다. 한국은 케이로스 감독과 관련해 좋은 기억이 많지 않다. 한국은 케이로스가 이끈 이란과 치른 5경기에서 1무 4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고, 더구나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2013년 6월 울산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예선 경기에선 이란이 한국에 1-0으로 승리한 후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 감자'를 날리기도 했다. 명백히 한국 축구를 조롱하는 행동이었다.


또 케이로스 감독은 2017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르기 위해 한국을 찾았는데, 당시 훈련장에 불만을 토로하며 "과연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최상(경기장)인지 묻고 싶다. 한국 축구 팬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케이로스 감독이 "한국을 존중하고 싶다"는 발언을 했다. 한국-콜롬비아의 A매치 평가전을 하루 앞두고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였다. 마치 자신이 '알부남(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이라고 강변하는 듯했다.

파울루 벤투(50) 한국 대표팀 감독과 인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였다. 케이로스 감독과 벤투 감독은 사제지간이다. 케이로스 감독은 1992년 포르투갈 대표팀 코치진에 있을 때 벤투를 발탁해 A매치에 데뷔시켰다. 또 케이로스 감독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끝으로 포르투갈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는데, 그 뒤를 이은 인물이 바로 벤투 감독이었다.


그 때문인지 한국 축구와 악연이 깊었던 케이로스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처럼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케이로스 감독은 벤투 감독에 대해 "같은 팀에서 오랫동안 함께 했고 동료뿐 아니라 친구이자 평생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다. 벤투 감독의 인성과 커리어를 존중하고 있다. 이번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미소를 보였다.

케이로스 감독은 또 한국 축구를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 대한 얘기는 길게 하지 않겠다. 하지만 '주먹감자' 사건 당시 한국 미디어의 보도는 과장된 부분이 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도 징계를 내리지 않을 만큼 그 사건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나는 항상 한국 팬들과 미디어를 존중하고 있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 한국의 문화, 한국의 미디어를 더 존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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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 / 사진=뉴스1
벤투 감독도 케이로스 감독과 대결에 대해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케이로스 감독뿐 아니라 모든 감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상대를 존중한다. 좋은 인연이 대부분이다. 포르투갈 대표팀에 케이로스가 코칭스태프로 있을 때 내가 대표팀 선수로 데뷔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벤투 감독은 "케이로스 감독은 포르투갈 축구를 위해 많은 일을 해낸 분이다. 청소년 대회서도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8년간 많은 성과를 거뒀다"며 "여태껏 이룬 것만 놓고 보면 존중 받아야 마땅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케이로스도 새 과정을 시작한다. 좋은 대결을 기대한다"고 치켜세웠다.

벤투 감독과의 각별한 인연 때문이었을까.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케이로스 감독의 모습은 그동안 한국 팬들이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 보였다. 한국과 콜롬비아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평가전을 치른다. 양 팀의 역대적전은 한국이 3승 2무 1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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