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생일' 힘든 선택이었지만 그 선택에 고맙다" [★FULL인터뷰]

강민경 기자 / 입력 : 2019.03.25 18:33 / 조회 : 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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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부른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함께 들으며 인터뷰를 읽으시길 추천합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이 사망했다. 4.16 세월호 참사라 말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만 5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는 적었다. 시기상조라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지난 20일 관객을 만난 '악질경찰'(감독 이정범)에서 세월호 참사 이야기가 상업영화로는 처음 등장했다. 오는 4월 3일 개봉을 앞둔 '생일'(감독 이종언)은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가족의 이야기를 다뤘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그렸다. 세월호 참사 이야기 뿐만 아니라 배우 설경구(52)와 전도연(47)이 18년 만에 재회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25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전도연을 만나 세월호 참사부터 '생일' 출연 결정 계기, 비하인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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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전도연은 '생일' 시나리오를 받고 출연을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범국민적 트라우마로 남은 세월호 참사 이야기였기에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고민 끝에 '생일' 출연을 결정했다. 바로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선택하기 전에 망설였던 것은 '세월호'라는 소재가 무서웠다. 다가가기에 엄두가 나질 않았다. 시나리오를 읽기 전에 '세월호'가 어떤 식으로 쓰여있을지, 자극적이거나 정치적으로 쓰여지진 않았는지 걱정이 됐었다.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생일'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선택하게 됐다"

전도연은 고민 끝에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사명감이 들었을까 아니면 의무감이 들었을까. 그는 자신에게 거창한 사명감이라든지 의무감, 책임감이 있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단지 '생일'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했다.

"힘들게 선택했지만, 그 선택에 대해 스스로 고맙다고 생각한다. 사명감, 책임감 또는 기억하고 잊지 말라는 강압적인 메시지가 담긴 게 아니다. 극 중에서 우찬 엄마(김수진 분)가 내게 자연스럽게 다가 와 안아주듯이 따뜻하게 있어주는 느낌인 것 같다. 우찬 엄마가 말하길 '이런 이웃이 어딨냐'고 한다. 영화를 본 분들이 그런 이웃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전도연은 극중에서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슬픔을 묵묵히 견뎌내는 엄마 순남 역을 맡았다. 그는 지난 2007년 결혼해 2009년 딸을 품에 안았다. 실제 엄마이기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2007년 개봉한 영화 '밀양'(감독 이창동)에서도 아이를 잃은 신애로 분했던 터. 전도연은 '밀양' 속 신애와 '생일' 속 순남은 차이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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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아이가 있으니까 아이를 잃었을 때 엄마의 마음, 여자의 마음이 어떤지 알겠더라. 제 생각엔 잘 알기 때문에 안다고 해서 다 알 수는 없지만 제가 느끼는 슬픔이 전도연의 감정인지, 순남의 감정인지 좀 헷갈렸다. 순남의 감정보다 제 감정이 더 앞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많이 검열하면서 연기했다. 순남은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한 발자국 빠져서 연기하려고 했다면, 신애는 감정적으로 달려든 것 같다. 그게 순남과 신애의 차이점이다"

전도연은 '생일' 속 모든 장면이 감정적으로 어려웠다고 말했다. 물론 하이라이트 장면인 생일 모임 장면도 힘들었지만, 혼자서 아들 방에 들어가 옷을 부여잡고 우는 장면은 힘듦을 넘어 무서웠다고 했다.

"한 신, 한 신 진지하게 접근했다. 이종언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연기로 인해 오해가 생기면 안 되기에 천천히 징검다리를 두들겨 건너 듯 촬영했다. 아들 방에 가서 옷을 부여잡고 우는 신은 힘듦을 넘어 무서웠다. 시나리오 안에서는 그 감정이 '아파트가 떠내려가는 울음'이 명확했다. 그래서 부담이 됐다.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을지 없을지 카메라 앞에 서기 전까지 계속 의심했다"

전도연이 '생일'을 촬영한 다음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있을까. 아니면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 것이 있을까. 그는 유가족을 꼽았다. 바로 지금도 살고 계시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분들이기 때문. 이 얘기를 하던 중 전도연은 눈물을 흘렸다.

"저는 연기만 했다. 그분들을 직접 뵙는 게 무서웠다. 그분들한테 어떤 말 한 마디가 위로가 될지 잘 모르겠더라. 사실 유가족을 안 뵙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었다. 유가족 시사회 당시 유가족 분들이 다 울고 계셨다. 인사를 하고 어머님들이 제 손에 손수 수를 놓은 지갑을 쥐어 주시면서 감사하다고 하셨다. 약간 무섭다거나 부담스럽게만 느꼈는데 죄스럽기도 하고, 누군가 먼저 다가갔어야 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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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숲


전도연은 무서운 감정을 느꼈지만, 하길 잘했다고 했다. 그는 '생일'을 하지 않았으면 굉장히 후회했을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가 용기 있게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생겼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무기력할 수 밖에 없었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트라우마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뉴스를 보면서 저도 그랬다. '에이 구조되겠지'라고 말했었다. 잊지 말자고 기억하자고 하긴 했지만, 잊고 있었다. 또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저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작품에 참여하게 되면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전도연은 '생일'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크게 바뀌진 않았지만 현실을 외면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을 대면했을 때 용기와 힘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기에 계속 관심을 독려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하다. 오해도 있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혹시라도 작품을 통해 '오해가 불거지지 않을까?', '없던 오해가 생기지 않을까?'라는 부분들이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세월호 참사라는 소재로 인해 사람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겠지만, 보고 나면 누군가에게 응원을 해줄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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