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그래 풍상씨' 유준상 "지천명 배우? 이제 1살 됐어요. 하하"[★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19.03.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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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준상 /사진=나무엑터스


배우 유준상(48)이 KBS에서 또 한 번 웃었다. 2012년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시청률 45% 돌파의 저력을 보여준 그가 이번엔 '왜그래 풍상씨'로 최고 22.7%의 수목극 시청률 역사를 다시 썼다.(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최근 지상파 평일 미니시리즈는 10%대를 넘어서는 것도 힘든 게 현실. 유준상은 "오랜만에 KBS 드라마가 잘 됐다고 해주시니 감사했죠"라며 웃는다.

'왜그래 풍상씨'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남자 풍상씨(유준상 분)와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일상과 사건 사고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이야기를 전했다.


유준상은 극중 풍상네 오남매 맏이 풍상 역을 맡아 '짠내' 가득한 캐릭터를 보여줬다. 풍상은 동생들 이진상(오지호 분), 이정상(전혜빈 분), 이화상(이시영 분), 이외상(이창엽 분)이 각종 사고로 속 썩임에도 뜨거운 가족애로 험난한 인생을 헤쳐나갔다. 거듭 동생들 뒷바라지로 몸도 속도 곯아가던 풍상은 간암 투병 과정에서 끝내 동생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삶도, 가족간의 관계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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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준상 /사진=나무엑터스


-'왜그래 풍상씨'가 종영했다. 최고 22.7%로 성적도 좋아 지난 17일 부산으로 2박3일 간 포상휴가도 다녀왔는데.


▶쫑파티까지 하고나니 바로 동생들이 보고 싶었다. 같이 의지하며 촬영했다. 나도 신인 때 KBS에서 '태양은 가득히'를 했고, 2012년에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했는데 오랜만에 KBS 드라마가 잘 됐다고 해주시니 감사했다. 포상휴가 간 멤버는 저희 팀에서 100명이 넘는다. 진형욱 감독님이 비행기를 못탄다고 해서 최대한 다 같이 갈 수 있는 부산으로 휴가를 갔다. 모든 스태프들과 있게 돼서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시청률 공약으로 13%가 넘었을 땐 배식 봉사, 20%가 넘었을 땐 책 이벤트를 이행했다.

▶봉사활동하는 공약을 지금까지 해본 적은 없었는데 이번 작품으로 그걸 두 번씩이나 했다. 우리들에게도 되게 뜻깊었고 전우애 이상이었다. 짧은 3개월이었지만 소중한 시간이었다.

-'왜그래 풍상씨'는 문영남 작가 작품인 것 자체로도 화제였다. 출연 계기는?

▶처음에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다. 1~4부까지 봤을 때 대본대로만 해도 재미있겠다 생각했고 캐스팅도 좋았다. 어느 순간부터 풍상이한테 푹 빠져서 연기했던 것 같다.

-풍상으로 분하며 지금까지와 다른 외적인 변신도 눈길을 끌었다.

▶감독님이 풍상이에게 항상 기름때가 낀 손가락을 원하셔서 추운 겨울에 장갑도 끼지 않고 손 분장을 하고 촬영했다. 첫 리딩 이후 내가 코디에게 '이번엔 좀 쉬라'고 하고 KBS 팀에 가서 '첫 의상을 끝까지 입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옷을 너무 계속 입으니까 나중엔 시청자들까지 '저 옷 그만 입어라'고 하시더라.(웃음) 그 옷이 겨울에 그렇게 또 추웠는데, 지금까지 작품 중에 비슷한 옷으로 끝까지 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름 의미가 있었다. 시청자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건데, 사실 한 벌만 입은 게 아니라 두 벌의 같은 옷을 바꿔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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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준상 /사진=나무엑터스


-데뷔한 지 25년째다. 문영남 작가와 함께 하면서 연기 지적을 받은 적도 있을까.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오히려 감사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향이었구나 느낄 수 있었고 더 완성도 있게 풍상이를 만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이 나에겐 또 한 번 성장한 계기가 됐다.

-'왜그래 풍상씨'가 수목극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었던 인기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작가님이 전하려는 의도가 정확히 있었다. 한 장면을 나오게 하기 위해 저희는 고군분투했는데, 모든 배우들이 독기를 품고 몸을 불살랐다. 누구 하나 현장에서 소홀히 하지 않았고 한 번 모였을 때 다섯 장의 장면을 만드는 식으로 열정을 가지고 작업했다. 처음 풀샷으로 촬영을 하는데 다섯 장(대본 12쪽)의 장면을 한 번도 NG를 안 내고 찍었다. 감독님도 '연극 보는 줄 알았다. 이런 경우가 없었다'고 말해주셨고 다들 박수를 쳐줬다. 그 때 드라마가 잘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지호는 연습하면서 울기도 했고, 우리 모두 촬영이 끝나고서도 남아서 실전처럼 연습을 했다. 서로 칭찬하면서 연기한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유독 눈물을 많이 흘렸다.

▶감독님이 잘 디렉팅을 해주셔서 동생들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났다. 내가 실제로 여동생이 있고 맏이여서 풍상이에게 공감하며 연기했다. 신기하게 처음에 작가님이 내 얼굴을 보고서 '딱 풍상이네'라고 하시더라.

-간암 투병 장면을 위해 절식을 했다고.

▶풍상이가 암 환자로 진단 받은 이후엔 실제 나도 절식을 했는데 쌀 같은 탄수화물은 안 먹었다.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밥을 먹으면서 '풍상이 어떡하냐'며 미안해하더라. 그때 몸무게 3~4kg이 빠졌다. 그 상태에서 소리 지르고 우느라 힘들었다.

-엔딩 OST '나는 행복한 사람'을 직접 부르기도 했다.

▶OST 작업이 처음은 아니고 그동안 꽤 해왔다. 마지막에 감독님에게 내가 불러보겠다고 제안해서 자연스럽게 엔딩곡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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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준상 /사진=나무엑터스


-실제 가정을 이끄는 입장으로서, 풍상에게 공감한 바는? 아내인 배우 홍은희의 시청 반응도 궁금하다.

▶모를 줄 아는데도 아이들은 다 기억한다는 점이다. 애들은 너무 정확하게 잘 알고 있다. 우리 애들도 딱 풍상이 아이와 같은 또래다. 드라마 하기 전에 우리 아이들에게 뭐라 한 적이 있는데 드라마 속에서 진심을 담아 '미안하다'고 했다. 아내는 같이 드라마를 보면서 같이 울어주고 내 검은 손톱을 보면서 자랑스러워했다. '손톱을 창피해하지 말라'고 말해줬다.

-드라마, 영화, 연극 등 쉬지 않고 '열일'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소식을 한다. 이번에도 느낀 건데 사람이 욕심을 부리지 않고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편안한 것에 익숙해 있으면 한없이 편하려 하는 것 같다. 소식을 하니 잠이 많이 안 오긴 한다.

-지천명(知天命) 배우다. 나이듦에 대해 생각하고 있나.

▶항상 생각한다.(웃음) 감독님과 함께 '지천명이 넘었으니 한 살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반백년을 시작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다. 100세 시대이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연기의 폭을 더 넓히고 싶다. 무대에서 내가 보여주는 모습들로 관객들에게 힘들 주려면 내가 더 관리를 잘 해야겠다. 건강이 최고인 것 같다.

-2019년 활동 계획은?

▶'그날들'이란 뮤지컬을 공연하고 11월에 새 공연을 한다. 아마 그 사이에 또 다른 작품을 하지 않을까 싶다. 공연만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쉬고 있는 줄 아는데 드라마도 하고 공연도 하면서 다양하게 활동하려 한다. 매일 연습하면서 나와의 싸움을 한다. 관객들이 좋아해주는 커튼콜 5분이 지나면 다시 그 과정을 반복한다. 이제는 지치고 힘들때면 솔직하게 얘길 한다. 그럴 때 스스로 '너 이렇게 해서 되겠니? 힘을 내야지'라고 대화를 한다. 오랫동안 이 일을 하면서 관객들,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최상의 지점은 어디인가를 스스로 생각하는 것 같다. 스스로 그렇게 안 됐을 때 괴로움이 있는데 내가 모자라더라도 조금씩 열심히 하고 좋은 반응이 나올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풍상씨'도 그렇게 힘을 얻었다.

-지금 시점에서 배우로서의 목표는?

▶오랫동안 버티는 것이다. 박인환 선생님이 쫑파티 때 '독을 품고 해준 너네한테 너무 고마웠다'고 말해주셨는데 70대 중반을 넘으신 분이 그런 말을 하기 쉽지 않지 않나. 한 번은 화장실에서 박인환 선생님이 NG를 안 내기 위해 중얼중얼 대본을 외는 소릴 들은 적이 있다. 그 때 눈물이 핑 돌았는데, 나도 다시 나와서 대본을 열심히 보고 또 다짐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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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가요방송부 연예 3팀 한해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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