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이라도 어릴 때...' 연장계약 열풍에 FA는 갈수록 '찬밥'

김동영 기자 / 입력 : 2019.03.21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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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에인절스와 12년 4억 2650만 달러 연장계약에 합의한 마이크 트라웃.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에 연장계약 열풍이 불고 있다. 매니 마차도(27), 브라이스 하퍼(27)의 FA 계약이 큰 관심을 끌었지만,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선수들이 FA가 되기 전에 연장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뭔가 트렌드가 바뀐 모습이다. 결국 핵심은 '나이'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장기계약을 맺는 추이다.

오프시즌 최대 관심사는 마차도와 하퍼의 행선지였다. 초특급 FA 자원들. 시간은 걸렸지만, 예상대로 초대형 계약이 터졌다. 마차도는 샌디에고와 10년 3억 달러에 계약했고, 하퍼는 필라델피아와 13년 3억 3000만 달러라는 무시무시한 규모의 계약을 마쳤다.


하지만 FA 시장 전체로 보면 얼어붙었다고 볼 수 있다. 마차도-하퍼 외에 대형 계약은 패트릭 코빈이 워싱턴과 계약한 1억 4000만 달러가 거의 전부였다. 중소형 계약이야 적잖이 나왔지만, 미아는 훨씬 많았다. 베테랑들의 마이너 계약 소식도 잇달아 나왔다.

◇FA는 한파지만... 연장계약은 줄줄이

반대로 FA 자격을 얻기 전 연장계약을 맺는 케이스는 줄줄이 나왔다. 2019년 연봉을 두고 필라델피아와 갈등을 빚었던 애런 놀라(26)가 4년 4500만 달러에 계약했고, 소니 그레이(30)는 신시내티 이적 후 3년 3050만 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양키스는 루이스 세베리노(25)와 4년 4000만 달러, 애런 힉스(30)와 7년 7000만 달러에 계약을 마쳤다. 세인트루이스는 마일스 마이콜라스(31)에게 4년 6800만 달러 계약을 안겼다.

'예비 FA' 최대어로 꼽히던 놀란 아레나도(28)가 리그를 놀라게 했다. 콜로라도와 무려 8년 2억 6000만 달러짜리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2019년 연봉 2600만 달러에 계약했다는 소식이 나온 후 오래 지나지 않아 연장계약까지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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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로키스와 8년 2억 6000만 달러 연장계약을 체결한 놀란 아레나도. /AFPBBNews=뉴스1



그리고 '현존 최고의 타자' 마이크 트라웃(28)이다. 트라웃은 에인절스와 12년 4억 2650만 달러라는 충격적인 계약에 합의했다. 2년 6650만 달러의 잔여 계약에 10년 3억 6000만 달러를 추가했다.

10년 4억 2650만 달러는 하퍼의 13년 3억 3000만 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연평균 금액도 3554만 달러가 되면서 잭 그레인키(3440만 달러)를 넘는 역대 최고다.

트라웃이 계약한 날 휴스턴도 연장계약 소식이 있었다. 알렉스 브레그먼(25)과 5년 1억 달러짜리 계약에 합의했다. 2019년 연봉은 기존 계약대로 64만 500달러를 받지만,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2000만 달러를 받는다.

이처럼 연장계약이 많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FA 시장 상황이다.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메이저리그지만, 구단들은 냉정하다. 예전처럼 FA가 된 선수들에게 돈을 펑펑 쓰지 않고 있다. 사치세가 강화되면서 무작정 돈을 쓰기도 만만치 않다.

동시에 역대 장기계약이 실패로 끝난 케이스가 잦은 것도 이유다. 나이를 먹지 않는 선수는 없다. 기량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자연스럽게 계약 후반으로 갈수록 성적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리그 전체적으로 '유망주'를 중시하는 흐름도 무시할 수 없다. 같은 값이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케이스가 늘어나는 모양새. 성적 만큼이나 팜 시스템 관리가 중요해졌다.

◇핵심은 '나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계약하자

이런 점들을 종합했을 때, 핵심은 '나이'다. 마차도나 하퍼의 경우 20대 중반에 FA가 됐기에 장기계약에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선수들이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에 첫 FA가 된다. 현재 구단들은 30대에게 큰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선수 입장에서 차라리 FA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일찍 연장계약을 맺는 쪽이 유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19년 시즌 후 FA가 되는 아레나도와 2020년 이후 FA가 되는 트라웃이 일찍 연장계약을 맺은 것 또한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29세와 30세에 시장에 나왔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8년, 12년 계약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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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애스트로스와 5년 1억 달러 연장계약에 합의한 알렉스 브레그먼. /AFPBBNews=뉴스1



FA까지 3시즌을 더 뛰어야 했던 놀라와 세베리노 역시 일찌감치 계약을 마치면서 안정적으로 뛸 수 있게 됐다. 연봉 2000만 달러, 30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은 아니다. FA가 됐을 때 1억 달러 계약을 맺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반드시' 대형 계약을 맺는다는 보장 또한 없다. 5년 9000만 달러의 계약을 거부했던 댈러스 카이클(31)이 현재 FA 미아다.

구단 입장에서도 팀 내 슈퍼스타 혹은 주축 선수들과 연장계약을 하는 것이 나쁠 이유가 없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붙잡아두면서 전성기를 확실히 쓸 수 있다. 같은 7년 계약이라도 20대에게 주는 것과 30대에게 주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물론, 일찍 연장계약을 했다가 부상을 입는 등 탈이 날 경우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기량이 뚝 떨어지는 케이스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어쨌든 전체적으로 봤을 때 FA 영입보다 연장계약이 상대적으로 돈이 덜 드는 것도 사실이다.

2017년 6월 미국 현지에서는 "무키 베츠가 보스턴의 연장계약 제안을 거절했다. 단년 계약을 이어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베츠가 급할 이유는 없다. 팀 동료 잰더 보가츠도 마찬가지다"라고 전한 바 있다.

단적인 예지만, 전반적으로 특급 선수들이 연장계약보다는 FA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1년 9개월 정도 지난 현재, 상황이 꽤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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