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로망' 치매에 같이 걸린 노부부의 아릿한 로맨스

강민경 기자 / 입력 : 2019.03.2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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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로망' 스틸


어느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DJ의 멘트로 이야기 포문을 연다. 주인공이 라디오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됐다. 그렇다. 남봉(이순재 분)은 매일 라디오를 듣는 택시 운전기사다.

남봉은 택시 운전기사, 매자(정영숙 분)는 가정주부다. 두 사람은 여느 부부와 같이 평범하다. 백수이자 박사 출신인 아들 진수(조한철 분), 학원강사로 일하는 며느리 정희(배해선 분), 손녀 은지(이예원 분)와 한 집에서 살아간다.


어느 날 매자에게 갑자기 치매가 찾아온다. 설상가상으로 남봉에게도. 두 사람의 현재 기억은 잊혀져 가고, 과거의 기억이 선명해진다. 그 속에서 묻어뒀던 슬픔과 잊고 지냈던 자신들의 로망이 서서히 드러난다.

남봉과 매자의 가정 이야기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과 묵묵히 뒷바라지 하는 어머니의 모습까지. 두 사람의 모습에 '우리 집과 비슷하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두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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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로망' 스틸



무뚝뚝한 남봉과 묵묵히 뒷바라하지 하는 남봉과 매자의 일상은 따뜻한 색감으로 연출됐다. 하지만 두 사람이 치매를 선고 받음과 동시에 어둡고 흐릿한 색감으로 변한다. 색감 변화를 통해 '치매'라는 질환을 더 강조한다. 감성적인 영상미와 섬세한 연출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65세 이상이 되면, 10명 중 1명이 치매에 걸린다는 통계가 있다. 기술력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발병하는 치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흔히 그렇게들 말한다. 치매는 발병하는 사람도, 발병한 가족들도 힘들다고. 남봉과 매자 그리고 진수, 정희도 남모를 고통을 지니고 있다.

무뚝뚝한 남편은 매자의 치매 발병을 알게 된 후 다정한 남편으로 변모한다. 매자는 진작 치매에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다. 두 사람은 치매로 인해 아들 내외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여느 부모가 으레 가지고 있는 생각이기 때문에 더 현실적이다.

이순재와 정영숙은 20대 연인에서부터 70대 부부의 모습을 구현했다. 두 사람의 현실감 넘치는 대사부터 눈물을 쏙 빼놓는 연기력은 상상 그 이상으로 저릿하다. 여기에 진선규와 이규형의 깜짝 등장은 소소한 웃음을 전한다.

'로망'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부부의 사랑을 일깨워주며 노년의 부부의 아릿한 로맨스로 감동을 전한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당신의 로망은 무엇인가요', '바쁘다고 가족을 잊고 살고 있는 건 아닌가요?'라는 질문도 던진다.

4월 3일 개봉. 러닝타임 112분.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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