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매우 나쁨’ 때 취소 가능합니다 [김수인의 쏙쏙골프]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입력 : 2019.03.18 07:00 / 조회 : 1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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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지난 12일 대학동기 월례 모임을 경기도 이천 A골프장에서 가졌습니다. 3월 1~6일 사상 최초 엿새 연속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되는 등 미세먼지(초미세먼지 포함)가 극성을 부려 월례회를 앞두고 미세먼지 예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라운드 전날 경기도 이천의 미세먼지 예보는 ‘보통~나쁨’ 수준이어서 저는 마스크를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웬걸, 오전 7시49분 티업을 하니 산 속인데도 공중이 뿌옇지 않습니까? 이비인후과 계통 질환이 있어 미세먼지에 민감한 친구는 아예 1번홀부터 마스크를 착용하고 티샷을 하더군요.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미세먼지 상태를 검색하니 ‘최악’이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마스크를 준비하지 않은 3명의 동반자는 늠름하게(?) 샷을 이어 갔습니다. 마스크를 낀 친구는 안경까지 착용했는데, 입김이 안경알을 뿌옇게 만들어 드라이버샷은 물론 아이언샷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공이 이리저리 날아 다녔습니다. 저는 9홀을 마치자 바로 골프숍에서 마스크를 구입했지만 벌써 두 시간 이상 최악 미세먼지를 마신 후였습니다.

라운드를 마치고 예약실에 문의하니, 골프장 자체 규정으로 미세먼지가 최악인 상태가 2시간 이상 지속되는 날에는 취소가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물론 비가 많이 올 때처럼 전날 취소는 안되고 당일에 한해 취소가 가능하더군요.

한 달 전만 해도 미세먼지로 인한 취소는 불가능했는데, 올 들어 미세먼지가 사상 최악의 상태로 지속되니 골프장도 사실상 ‘자연 재난’으로 인정해 불가피한 조치를 취하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공식 결정사항이 아니고, 개별 골프장의 임시 규정입니다.


고객(골퍼)의 건강을 등한시하고 수익에 열을 올리는 일부 골프장은 ‘절대 취소불가’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골프장도 “미세먼지 '매우 나쁨' 상태가 2시간 이상 지속된다는 예보가 발령됐다”며 취소를 강력하게 요구하면 취소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미세먼지의 후유증에 대해서는 잘 아시죠? 1급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고, 심각한 폐질환과 치매로까지 이어진다니 건강을 위해 취소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시길 바랍니다. 아주 나쁜 상태의 미세먼지를 마시며 한 라운드를 끝내는 것은 담배 5개비를 피운거나 마찬가지의 후유증을 앓는다고 합니다. 담배를 하루 한 갑 이상 피우시는 이들이야 대수롭지 않을 수 있지만, 비흡연자는 담배 5개비를 피우는 건 끔찍한 일이죠?

미세먼지가 즉각적인 통증과 질환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몇 달, 혹은 몇 년후에는 심각한 병을 앓을 수 있습니다. 한국사람들의 골프에 대한 애정과 욕심을 미세먼지가 막을 순 없겠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나 여성분, 특히 이비인후과와 심장 질환이 있는 분들은 ‘미세먼지 매우 나쁨’시 골프 진행 여부를 잘 검토하시길 바랍니다. 새벽 골프나 단체골프는 취소 여부가 힘든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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