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프레드 커미셔너, '피치 클락' 양보하고 더 많은 것 얻었다 [댄 김의 MLB 산책]

댄 김 재미 저널리스트 / 입력 : 2019.03.15 13:41 / 조회 : 3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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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AFPBBNews=뉴스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올해 정규시즌 개막을 불과 2주 남겨놓고 선수노조와 합의를 통해 ‘혁명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큰 폭의 룰 개정안을 전격 발표했다.


달라지는 규정의 종류와 범위가 그동안 예상됐던 것보다 더 큰 데다 그 중엔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의 흐름을 크게 바꿔놓을 여지가 있는 조항들도 포함돼 있어 이번 룰 개정이 불러올 효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일(한국시간) 발표된 룰 개정안의 주요 내용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가장 관심을 모았던 투구시간 제한(Pitch clock) 조항은 이날 발표된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 노사협약이 만료되는 오는 2021년 12월까지 3년간 메이저리그는 피치 클락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롭 만프레드(61)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그동안 가장 중점적으로 주장해왔던 피치 클락이 이번 룰 개정안에서 빠진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는 만프레드 커미셔너가 피치 클락 외의 다른 역점 조항들에 대한 선수노조의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선수들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피치 클락 조항을 협상의 반대급부, 또는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기 시간 단축을 최대 역점사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만프레드 커미셔너지만 피치 클락 조항에 막혀 다른 조항들의 협상도 어려워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다른 방법으로 경기 시간 단축 효과를 이끌어내면서 피치 클락 조항은 포기해 선수노조와의 협상에 탄력을 보태는 쪽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당장 올 시즌부터 적용되는 룰 개정안을 보면 공수교대 시간을 2분으로 단축하도록 돼 있다. 미국 내 지역 중계 경기의 경우 2분5초, 전국 중계 경기는 2분25초이던 공수교대 시간이 모두 2분으로 줄어든다. 커미셔너는 2020년부터 이 시간을 1분55초로 5초 더 줄일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지난해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마운드 방문횟수 제한규정은 종전 6회에서 올해부터 5회로 줄어들고 내년에 4회로 더 축소된다. 물론 경기 시간 단축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또 다른 큰 변화는 트레이드 데드라인과 관련한 것이다. 7월31일인 트레이드 데드라인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그동안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지난 뒤에도 웨이버를 거치면 선수 이적이 가능했던 조항이 삭제돼 7월31일 이후엔 어떤 트레이드도 할 수 없게 됐다. 결국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지난 뒤에 외부에서 선수를 보강할 유일한 방법은 웨이버 와이어를 거치는 것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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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MLB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서 우승한 브라이스 하퍼. /AFPBBNews=뉴스1
이밖에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올스타게임 관련 규정이다. 우선 선발 과정에 변화를 줬다. 지금까지처럼 팬들의 올스타 투표를 통해 포지션별로 톱3 선수들을 따로 추려낸 뒤 별도의 올스타 선거일을 하루 정해 이날 24시간 동안 팬들의 투표를 통해 올스타 주전선수들을 선발한다는 것이다. 올스타 선발 과정에서 팬들의 흥미와 몰입도를 키우고 관심을 유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톱3에 선발되는 선수들에겐 추가상금도 지급된다.

또 올스타게임에서는 경기가 연장으로 갈 경우 10회부터는 공격 때 주자를 2루에 놓고 시작하는 이른바 ‘승부치기’ 방식이 도입됐다. 또 올스타 홈런더비에는 승자에게 100만 달러가 수여되는 등 총상금 250만 달러가 걸렸다. 스타급 선수들의 홈런더비 출전의욕을 고취하고 팬들의 흥미도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변화는 2020년부터 찾아온다. 우선 구단 로스터 정원이 현재 25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나며 현재 9월1일부터 적용됐던 40인 확대 로스터 제도는 폐지되고 대신 28인 로스터로 대체된다. 지금까지 40인 확대 로스터 규정은 최대 인원일 뿐 무조건 40명을 올리라는 규정이 아니었기에 어떤 팀은 40명으로, 어떤 팀은 25명의 로스터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무조건 28명으로 통일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룰 개정안 가운데 가장 큰 반발을 부르고 논란이 되고 있는 조항은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면 이닝을 끝마치거나, 최소한 3명의 타자를 상대해야 교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더 이상 던질 수 없는 부상을 입었을 경우에는 이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른바 원포인트 릴리프로 불리는 왼손타자 스페셜리스트 투수들은 이 조항이 도입될 경우 생존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또 감독들도 상대 타순을 감안해 투수를 투입하는 매치업 기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중반 이후 불펜 가동 전략에 근본적인 발상 전환이 불가피하게 됐다. 시카고 컵스의 조 매든 감독을 포함한 여러 감독들이 이 조항에 대해 극도의 불만을 표시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일각에선 과연 이 조항이 내년부터 적용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라고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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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 마운드에 오른 데이브 로버츠(가운데) LA 다저스 감독. /AFPBBNews=뉴스1
한편 부상자명단(DL)의 기간도 10일로 단축됐던 것이 15일로 다시 늘어난다. 여러 구단들이 사실상 10일간의 짧은 DL 기간을 로스터 관리와 휴식기간으로 변칙 사용했던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오티나 쇼헤이(LA 에인절스) 같은 투타겸업 선수에 대한 조항도 신설됐다. 투타 겸업선수로 지정되려면 직전 시즌이나 현 시즌에 20이닝 이상을 던지고 야수로서 20경기 이상 출전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 투타 겸업선수로 지정되지 못한 야수는 경기에서 투수로 나설 수 없다. 다만 경기가 연장으로 갔을 때와 어느 한 팀이 6점 차 이상 격차가 벌어졌을 때는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번 룰 개정안들의 핵심은 경기 시간 단축이다.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3시간 넘게 지속되는 현 경기 시간을 가능한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 규정들이 적용된다면 분명히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이번에 도입된 새 룰들은 상당수가 특별한 문제 없이 적용 가능해 보인다. 문제는 투수당 최소한 3명의 타자 상대 규정이다. 야구의 특성상 언제 어떤 방법으로 이 규정이 승부에 영향을 미칠지는 거의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 규정으로 인해 승부가 뒤바뀌는 경우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왼손타자 전문 원포인트 릴리프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지속해왔던 투수들은 이제 생존을 위해 진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현재로선 예측하기가 쉽지 않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새로운 변화는 분명히 시도해볼 만한 도전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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