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우 문체부 장관 내정자에게 영화계가 바라는 것들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03.12 11:05 / 조회 : 1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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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문체부 장관 내정자/사진=임성균 기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 영화계 일각의 반발이 상당하다.

11일 반독과점 영화인대책위는 박양우 CJ 사외이사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 지명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영대위는 지난 5일 박양우 내정자가 장관 물망에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자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지난 8일 청와대가 박양우 내정자를 임명하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지금이라도 장관 지명을 즉각 철회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반독과점 영대위가 박양우 장관 내정자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건, 그가 CJ ENM 사외이사를 지냈기 때문이다.

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문화관광부 차관을 지냈다. 이후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중앙대 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그가 2014년 3월1일부터 CJ ENM 사외이사와 감사를 맡은 데 대해 반독과점 영대위는 "그가 이끄는 한 영화정책단체를 통해 배급-상영 겸업과 스크린 독과점을 줄곧 옹호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양우 현 CJ ENM 사외이사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지명한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창고를 맡긴 격"이라고 반발했다.

반독과점 영대위에는 민주노총,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한국진보연대,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영화다양성확보와 독과점해소를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보다 자세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반독과점 영대위가 박양우 내정자에게 강하게 반발하는 것에 대해 영화계에선 여러 의견이 있다.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지만, 임명 철회가 목적인지, 스크린 독과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전술의 일환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박 내정자가 관료 출신이라 정무적인 판단에서 영화계 현안은 뒤로 밀릴 수 있다.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 개최 등을 우선순위에 놓으면 스크린 독과점 문제 등 영화계 현안 해결은 늦어질 수 있기에 선명한 목소리를 지금 내고 있는 것 같다"라며 "이런 우려를 내정자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배급,상영 분리를 담은 영비법 개정안이 발의만 된 채 표류하고 있는데다 스크린 상한제도 아직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선 정책 순위로 의제 설정을 선점하려는 전술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영화계 한편에선 현안이 스크린 독과점 문제 해결만 있는 게 아닌데 반독과점 영대위 목소리가 과잉 대표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영화 제작 환경 변화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지난해 7월부터, 50~300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 5~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상업영화는 50~300인 사업장에,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는 5~50인 사업장에 해당되니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2021년이면 모든 영화 촬영현장에 적용된다.

영화계의 변화 노력과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영화 촬영 현장이 어떤 식으로 바뀌게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독립, 저예산영화는 근로기준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제작 자체가 쉽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영화계 주52시간 근무제 안착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가이드는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인건비 상승 등으로 상업영화 평균제작비가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영화 관람료가 사실상 묶여 있는 것도 영화계 현안 중 하나다. 현재 한국 상업영화 평균 제작비는 P&A 비용을 포함해 80억원 가량으로 상승했다. 2018년 개봉한 '목격자' 총제작비가 85억원 가량이었다. 현재 추세라면 평균 제작비가 100억원 가량으로 상승하는 건 시간문제다. 극장에서 수입의 대부분을 거두는 한국영화 시스템에서 손익분기점의 기준이 되는 관객수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그렇지만 영화 제작비가 상승하고 있는데도 영화 관람료 인상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해 영화 관람료 인상 담합 여부를 놓고 각 멀티플렉스를 조사했다.

제작비가 계속 상승하는데도 영화 관람료가 제자리에 계속 있게 되면, 한국영화 다양성은 실종되기 쉽다. 100억원에 달하는 돈을 투입할 영화에 신인 감독, 참신한 소재, 새로운 배우를 선뜻 쓰기는 어려운 탓이다. 흥행이 검증된 감독, 배우, 안정적인 소재와 장르 영화들에 더 투자가 몰리기 쉬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영화계 한켠에선, 영화 관람료를 올리기는 어려운 만큼 VOD통합전산망을 하루빨리 정책적으로 시행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시범적으로 실시 중인 VOD통합전산망에는 KT만 자료를 줄 뿐 SKT와 LGT는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전체 VOD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수입을 올리고 있는지 정확한 파악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영화 VOD 수입은 이통사가 50% 플러스알파를 가져간다. 대략 망사용료 50%에 이통사 등 대기업이 세운 대행사가 대행료 10%를 가져간다. 창작자에 돌아가는 몫은 상대적으로 적다. 한 중견 감독은 "정확한 VOD시장 규모를 파악해야 영화계가 음악계처럼 이통사에 창작에 대한 적절한 몫을 요구할 수 있다. 그렇기 위해선 VOD통합전산망 시행이 최우선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립,예술영화 상영관 상황도 심각하다. 제대로 된 정책 지원이 없어 고사 직전이라고 하소연한다. 익명을 요구한 예술영화 상영관 대표는 "(영진위에서)지원 정책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데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지난해 영진위 직원 평균 임금이 5000만원이다. 이 돈은 영화 관람료에 포함된 영화발전기금에서 나온다. 왜 영진위 임금을 관객이 줘야 하나, 차라리 이 돈을 독립, 예술영화 지원에 쓰면 지금보단 상황이 좋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상영관 대표는 "신임 장관 내정자는 독립,예술영화 지원 정책에 보다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영화계의 우려에 대해 문체부는 "아직 장관 후보자 신분이라 공식입장을 드릴 수 없음을 양해바란다"며 "후보자에게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양우 장관 내정자가 영화계의 목소리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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