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마블'은 페미니즘 슈퍼히어로 영화다..여성의 날에 부쳐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03.08 09:59 / 조회 : 1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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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마블'은 페미니즘 슈퍼히어로 영화다. 전형적인 슈퍼히어로 각성물인 것과 동시에 상업적으로 잘 포장된 페미니즘 영화다. '캡틴마블'이 마블의 여느 슈퍼히어로 각성물과 다를 바 없다든가, 떠들썩했던 것과 달리 페미니즘 요소가 별로 없다든가, 딱히 페미니즘 영화가 아니라 볼만한 마블 영화라고 짐짓 공정한 척 이야기하는 건, 보이는 걸 외면하든가, 안 보이든가, 봐도 모르던가,이다.

알려졌다시피 '캡틴마블'은 마블의 첫 여성 슈퍼히어로 단독영화다. 공군 파일럿 시절의 기억을 잃고 크리족 전사로 살아가던 캐럴 댄버스가 지구에 불시작해 쉴드 요원 닉 퓨리와 만나 팀을 이루면서 지구로 향하는 위협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6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했다. 박스오피스를 강타했지만, 그것과 동시에 평점 전쟁이 시작됐다. '캡틴페미'라는 비아냥에 1점을 투척하는 사람들이 많은 가하면 드디어 여성 슈퍼히어로 영화가 탄생했다는 박수와 함께 10점을 던지는 사람들이 적잖다. 주인공을 맡은 브리 라슨이 사각턱이라며 외모에 대한 비난을 하는 사람도 만만찮다. 페미니즘에 강한 지지를 표명해온 브리 라슨에게 인성이 잘못됐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미국이라고 다를 바 없다. '캡틴마블'은 개봉 전부터 로튼토마토, IMDB 등 여러 영화 사이트에 악평이 줄줄이 달렸다.

'캡틴마블'은 페미니즘 영화다. 슈퍼히어로 각성물인 데 여성이 주인공일 뿐이란 말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하다. 남자아이들이 슈퍼맨과 배트맨, 아이언맨을 꿈꿀 때 여자아이들은 공주를 꿈꿨다. 이제 '캡틴마블' 이후 여자아이들은 슈퍼히어로를 꿈꿀 수 있게 됐다. 여자도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 이 당연한 명제를 '캡틴마블'은 증명한다.

'캡틴마블'은 여성을 둘러싼 많은 유리천장, 그리고 여성의 힘을 제약하는 가스라이팅을 전면으로 돌파하는 영화다. 남자들만 하는 카트를 타고, 야구를 하고, 공군 조종사에 도전하는 여성. 여자는 위험한 카트를 타면 안돼, 여자는 전투기를 몰 수 없어, 캐럴 댄버스는 지구에선 유리천장과 싸웠다. 넌 우리가 힘을 줬기에 싸울 수 있어, 우리가 줬기에 우리가 그 힘을 가져갈 수 있어, 캐럴 댄버스는 크리족 가운데선 철저히 가스라이팅됐다. 늘 너는 부족해, 넌 아직 멀었어, 세뇌를 당했다.

하지만 캡틴마블은 이 유리천장과 가스라이팅을 돌파한다. 글자 그대로 콘크리트 천장을 뚫고 날아간다.

믿고 신뢰한 여자 상사. 어릴 적부터 우정과 꿈을 같이 키운 여자 친구. 엄마의 꿈을 이루라고 등을 밀어주는 딸. 시스터후드를 찍어낸 듯이 보여준다. 딱히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구도도 없다. 그냥 싫어서 싫었을 뿐이다.

'원더우먼'은 비키니를 입어야 했다. 사랑 타령도 해야 했다. 여성 슈퍼히어로는 남성 슈퍼히어로의 보조이거나 남자를 유혹하는 기술 한 두가지는 있어야 했다.

'캡틴마블'은 다르다. 제대로 슈츠를 입고, 제대로 슈퍼파워를 가졌다. 사랑 타령은 없다. 고양이와 케미도 닉 퓨리의 몫이다. '캡틴마블'에서 소녀는, 여성은, 쓰러지고 넘어지고 미끄러졌지만 결국 일어나서 맞서 싸운다. 이 모든 걸 슈퍼히어로 영화 공식 아래 녹여냈다. '캡틴마블'의 주제이자 존재 이유다. '캡틴마블'은 전쟁을 끝내려는 슈퍼히어로다. 다른 슈퍼히어로와 가장 큰 차이이자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그래서 연결된다. 남성이 일으킨 전쟁을 끝내는 여성 슈퍼히어로.

'캡틴마블'은 페미니즘 슈퍼히어로 영화다. '캡틴마블'을 '캡틴페미'라고 부른다면, 칭찬이다. 비웃음은 위대한 도전의 시작이다.

'캡틴마블'은 미국에서 여성의 날인 3월 8일 개봉한다. 여성의 날은 하루 12시간씩 공장에서 일하면서 임금은 남자의 절반도 안되던 20세기 초, 열악한 환경의 피복공장에서 화재로 146명이 숨지자 이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여성 노동자들이 1908년 3월 8일 궐기한 것을 기념해 제정됐다. 여성 노동자들은 빵(임금)과 장미(권리)를 달라며 군대와 맞섰다.

100년이 훌쩍 지나고 '캡틴마블'이 등장했다. 페미니즘 팔이여도 괜찮다. 장삿속이라도 괜찮다. 언제나 돈은 힘이 된다. 페미니즘 슈퍼히어로 영화를 페미니즘 슈피히어로 영화라고 부르는 것. 그것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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