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없이 못 보는 모두가 불쌍한 풍상家 이야기

[김수진의 ★공감] KBS 2TV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김수진 기자 / 입력 : 2019.02.28 12:33 / 조회 : 1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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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방송 화면 / 제공=초록뱀미디어


"나와 엄마의 기억이 완전히 달랐다. 나는 상처받아서 당시 기억이 트라우마인데 엄마는 전혀 그렇게 기억하지 않았어. 놀랍도록 기억이 너무 달랐어."

분명 같은 공간에서 벌어진 일, 함께 있었지만 서로의 기억은 다르게 저장됐다.

방송 중인 KBS 2TV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욱, 제작 초록뱀미디어)에서 27일 방송분에 등장한 이정상(전혜빈) 남편 강열한 (최성재 분)대사다.

제작진에 따르면 '왜그래 풍상씨'는 일생을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 남자 풍상(유준상) 씨와 탈 많고 문제 많은 동생들 개진상이라 불리는 이진상(오지호 분), 이정상(전혜빈 분), 이화상(이시영 분), 이외상(이창엽 분)을 중심으로 일상의 사건 사고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볼 드라마란다.

지난 27일 29회, 30회를 방송한 '왜그래 풍상씨'의 핵심 스토리는 '누가 간암에 걸린 풍상이를 위해 간을 줄 것인가'다. 즉, 간을 둘러싼 소동이 전개되고 있다.

자신보다 아내보다 자식보다도 동생들이 먼저였던 풍상씨가 간암에 걸렸다. 병원에선 간이식을 하면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 "내 동생들은 나에게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거다"라는 평소 풍상씨의 생각이 틀렸다는 반전에서 '간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직업이 의사인 이정상을 제외하고 이진상, 이화상은 못주는게 아니라 간을 절대 안주겠단다. (이외상은 우연히 알게 된 자신의 부친이 형누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돼 충격에 가출, 이풍상의 간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여기까지 예상가능 전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니 훌륭한 드라마라 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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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 포스터 / 사진제공=초록뱀미디어


자식을 낳기만 했지 엄마로서 책임은 1도 없는 노양심(이보희 분)은 어린 자식을 버렸다. 풍상이에 의해 키워졌던 아이들.

이진상의 거절이유는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날 정신병원에 가둔 것(풍상과 정상은 진상이 사기를 당했다고 복수하겠다며 칼을 품고 다니니 정신병원에 보내야했다)도 모자라 어릴 적 내가 엄마를 만나면 형은 날 어두운 곳에 가뒀다. 너무 무서웠고 아팠다. 그때 충격에서 지금도 난 벗어나지 못했다. 내가 엄마 도박판에 심부름을 왜 했는지 알기나 하나, 너무 배고파서 그랬다. 엄마 심부름을 하면 돈이 생기니 그랬다. 형은 어린 날 어둠 속에 가둔 것은 기억하지 못하냐. "

이화상의 이유도 어린시절 기억이 지금도 상처라는 것. 성적우수자인 쌍둥이 이정상과 늘 비교당했고, 늘 차별대우를 당했고, 대학에 진학하는 정상이를 위해 자신은 집안 일을 해야했다고. 어린 외상이와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가슴에 화상을 입었지만 혼자만의 상처로 묻어야했다고. 가슴 흉터 만큼이나 마음의 흉터로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심지어 이정상은 자신의 간과 이화상의 간을 합쳐 이식하면 살 수 있다는 걸 알기에 화상을 속여 간이식 적합 검사까지 마쳤었다. "날 얼마나 무시했으면 내 간을 니(정상)가 이래라 저래라 결정 하느냐"며 울부짖는 화상이.

'간'을 둘러싼 가족들의 갈등은 절정. 동생들을 위해 늘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했는데 풍상이의 기억과는 너무 다른 동생들의 상처가 된 기억과 아픔. 풍상이는 "너희들에게 간 달라고 안한다. 그만해라"고 했다. 처자식보다 동생이 먼저인 풍상이와 이혼서류까지 제출했지만 간암이라는 사실을 알고 남편 살리자고 형제들에게 "제발 간 달라"는 간분실(신동미 분)까지 간을 둘러싼 이 집안은 아비규환이다.

30회 방송 말미에 풍상이는 말했다. "동생들에게 상처를 줄지 못했다. 당시 내 나이도 17살이었다"고.

이 불쌍한 사람들을 어찌해야할까. 누가 잘못했고, 못했고, 나빴다 말 할 수 있을까. 풍상이도 동생들도, 풍상이 아내 간분실도, 간분실 아버지 간보구(박인환 분), 풍상이 간분실 딸 이중이(김지영 분), 상처투성이 이화상을 짝사랑하는 전칠복(최대철), 풍상이네 식구를 가엽게 생각하는 전칠복 엄마 전달자(이상복), 이정상 남편 강열한, 이외상과 어려운 사랑 중인 조영필(기은세) 등등 등장인물 모두 다 불쌍해 눈물이 난다. 모두 다 가엽다. 풍상이네 집 얘기가 아닌 우리 집 얘기다. '왜그래 풍상씨'는 진형욱 PD의 섬세한 연출력, 문영남 작가의 필력, 명불허전 배우들의 호연이 환상의 조화를 이룬 2019년 수작 중에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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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skyaromy@mtstarnews.com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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