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항일 시인 윤동주 작품이 일본 교과서에 실린 사연

공미나 기자 / 입력 : 2019.02.24 11:25 / 조회 : 7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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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과서에 실린 윤동주 시인 /사진='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방송화면 캡처


대표적 항일 시인 윤동주의 작품이 일본 국어 교과서에 실린 사연이 주목받고 있다.

24일 방송된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는 일본 교과서에 윤동주 시인의 시가 실린 사연을 소개했다.

1990년, 일본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윤동주 시인의 시가 실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이는 교과서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으로 '서시' '쉽게 쓰어진 시' '돌아와 보는 밤' '아우의 인상화' 등 윤동주 4편 인용해 생애와 작품 해설을 곁들인 수필이 실린 것.

우리나라 시인의 작품이 일본 교과서에 실린 것은 처음이었고, 무엇보다 대표적 항일 민족 시인의 작품이 일본 국어 교과서에 채택된 데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에 수필을 쓴 작가에게도 관심이 쏟아졌다.

수필을 쓴 이는 일본 문단을 대표하는 여류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 폭넓은 사회의식과 건전한 비평 정신을 보여준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이 같은 수필을 쓰게 된 계기는 윤동주 시인에게 첫눈에 반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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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과서에 실린 윤동주 시인 /사진='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방송화면 캡처


1945년 일본 패전 당시 19살의 나이에 시를 쓰기 시작한 노리코는 제국주의에 대한 반발로 어두운 역사와 전쟁의 비극을 테마로 시를 썼다. 자연스레 일본의 식민지였던 우리나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느 날 우연히 윤동주 시인의 시와 사진을 본 노리코는 첫눈에 반하게 됐다. 이후 일본어로 된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고 더욱 빠져버린 노리코는 급기야 한국어 공부까지 시작했다.

더 많은 윤동주의 시를 읽게 된 노리코는 윤동주뿐만 아니라 식민지 시대 한국인의 애환까지 폭넓게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이를 자신의 여러 작품에 담아냈다. 또 자신의 작품에서 윤동주의 시를 인용하며 일본인으로서 죄책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노리코의 글을 본 한 편집자가 교과서에 삽입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쉽지 않았다. 윤동주가 일본 경찰의 손에 살해당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기 때문.

그동안 윤동주는 일본의 생체 실험 때문에 사망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윤동주는 항일 운동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 중 해방 반년을 앞두고 죽음을 맞았다. 이후 그가 반복적으로 정체불명의 주사를 맞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생체 실험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일본은 이 같은 내용이 교과서에 실리는 것을 꺼려했다.

노리코의 노력 끝에 1990년, 윤동주의 시를 담은 수필이 총 11페이지에 걸쳐 일본의 교과서에 실리게 됐다. 이를 통해 매년 4만6000명의 고등학생이 이바라기 노리코를 통해 윤동주에 대해 배웠다.

윤동주의 작품과 인생에 알리고자 힘쓴 이바라기 노리코. 그는 윤동주 외에도 한국 문학을 연구하고 알리는 일을 계속했다. 이에 노리코는 '한국현대시선'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시를 번역 출간해 요미우리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이바라기 노리코는 한 인터뷰를 통해 "윤동주 시인이 대학생이었을 때 나는 여고생이었다. 실제로 만났더라면 동주 오빠라고 불렀을 것"이라며 친근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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