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가시나들' 감독이 KBS아침극 폐지에 분노한 이유 [★날선무비]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9.02.23 16:00 / 조회 : 1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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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칠곡가시나들' 스틸컷


날선시각, 새로운 시선으로 보는 영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의 김재환 감독이 공영 방송 KBS의 아침 드라마 폐지에 분노했다. 영화 감독이 아침드라마 폐지에 목소리를 낸 이유가 무엇일까.

'칠곡가시나들'의 김재환 감독은 지난 1월 31일 진행된 영화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영화에 대한 소개 보다, KBS 아침드라마 폐지를 알리는데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환 감독은 "영화를 소개하는 자리이지만, 제가 입장을 말한 기회가 많지 않다보니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라며 KBS 아침드라마 폐지 이야기를 꺼냈다.

앞서 KBS는 '차달래 부인의 사랑'을 끝으로 아침일일극을 폐지했다. 현재 이 시간대에는 저녁 일일드라마가 재방송 되고 있다. 그렇다면 김재환 감독이 단 한번뿐인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자신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보다, KBS아침드라마 폐지에 더욱 목소리를 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할머니들'이다.

'칠곡 가시나들'은 인생 팔십 줄에 한글과 사랑에 빠진 칠곡군의 일곱 할머니들 이야기다. 촬영 당시 평균나이 86세, 지금 현재는 평균 나이 90세가 육박하는 할머니들 7명이 주인공. 김재환 감독은 '칠곡가시나들'을 만들기 위해 약 3년간 할머니들과 함께 했다. 김 감독은 할머니들과 함께 지내며 이 막장 아침드라마가 할머니들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재미인지 직접 확인했다.

시골에 계시는 할머니들은 주로 공영방송 KBS를 챙겨 본다. 특히 그중에서 노년층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아침드라마, '6시 내고향' 저녁일일드라마, '가요무대', '전국 노래자랑', 주말 드라마 등 총 7개다. 이 중에서 가장 시청률이 낮은 것이 바로 아침 드라마다. KBS의 주말드라마 시청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가요무대'나 '전국노래자랑'노 시청률이 높다. 아침드라마 만은 시청률이 낮은데, 이 때문에 KBS는 제작비 등을 이유로 사전 고지 없이 아침드라마를 갑자기 폐지한 것이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할머니들에게 간다.

문제는 피해자인 할머니들이 이 같은 아침드라마 폐지에 대해 아무런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MBC '무한도전' 같은 경우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반발이 강했다. 이들은 인터넷과 게시판 등을 통해 의견을 쏟아냈다. 하지만 90 할머니들은 이 같은 자신들의 의견을 게시판에 올리기가 힘들다. 어른들의 아침 소일거리인 아침 드라마가 없어졌지만, 그냥 앉아서 없어 지는 것을 보고 재방송을 봐야만 한다. 김재환 감독은 KBS가 이 시간을 재방송으로 때우는 것은 공영방송의 책무를 망각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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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가시나들' 김재환 감독 / 사진제공=단유필름


"꼭 아침드라마가 아니라도 괜찮아요. 이 시간대의 주 시청자인 할머니들을 위한 교양방송이나 시사방송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할머니들의 즐거움이었던 아침드라마를 없애고, 그 시간에 재방송을 하는 것은 안됩니다.

김재환 감독은 MBC 교양국 PD 출신으로 '트루맛쇼', 'MB의 추억', '쿼바디스', '미스 프레지던트' 등 이른바 문제적 작품으로 불리는 의미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왔다. 누구보다 방송의 본질과, 방송의 의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김 감독이기에 할머니들에게 필요한 방송을 소리 소문 없이 폐지한 KBS에 대한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내고 있는 것이다.

다행인 것인 김재환 감독이 KBS 아침 드라마 폐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후 KBS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2월 28일까지 KBS가 아침 드라마를 폐지한 것에 대한 사과와 앞으로의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으면 직접 '행동'을 게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할머니들의 메신저가 되어 할머니들의 목소리, 할머니들의 영상을 담아서 전달하겠다고 알렸다. 김재환 감독은 3년간 할머니들과 함께 했던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할머니들의 권리와 즐거움을 찾아주기 위해 행동하기로 한 것이다.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없어진 KBS아침드라마 대신, (재방송이 아닌) 유익한 방송이 시청자에게 돌아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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