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 '극한직업' 김성환 대표로 본 흥행비결 [★FULL인터뷰] ②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02.23 08:15 / 조회 : 14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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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제작사 어바웃필름 김성환 대표/사진제공=CJ ENM


망하면 대체로 핑계를 찾는다. 남 탓을 하기 마련이다. 사이가 안 좋아지기 쉽다. '극한직업'을 제작한 어바웃필름 김성환 대표(45)는 다르다. '도리화가'를 공동제작하고, '올레'를 만들었다. 둘 다 흥행과 비평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래도 김 대표는 줄곧 '도리화가'와 '올레' 출연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서로가 좋은 사람, 좋은 작업, 좋은 관계가 아니었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술, 담배를 하지도 않는다. 쿵짝이 맞아가며 형,동생하는 너스레를 떨지도 못한다.

오롯이 좋은 사람과 좋은 인연으로 성실하게 일하며 신뢰를 쌓았다. 그 인연이 '극한직업'으로 이어졌다. '도리화가'의 류승룡과 이동휘, '올레'의 신하균에 '과속스캔들'에 각색으로 참여했던 이병헌 감독, '적과의 동침'으로 인연을 맺은 배세영 작가가 '극한직업'에서 힘을 모았다.

김성환 대표는 광고회사에서 출발해 제작사 아이픽쳐스를 거쳐 투자사 디씨지플러스를 거쳐 어바웃필름을 세웠다. 그가 고르고 만든 영화들은 좀 다르다. 작지만 다양한 영화에 애정이 분명하다. 크더라도 이야기가 촘촘한 영화들을 찾았다. '과속스캔들' '최종병기 활'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그런 김 대표가 '극한직업'을 하게 됐을 때, 주변의 도움이 적잖았다. 시작은 콘텐츠진흥원에서 당선된 문충일 작가의 시나리오였다. 제작사 해그림에서 문 작가와 처음 기획을 했다. 그 기획이 피칭을 통해 CJ ENM에 발견됐다. 마침 CJ ENM은 '수상한 그녀' 이후 한국과 해외에서 같은 내용, 다른 포맷으로 만드는 작품을 한창 찾았다.

CJ ENM에서 김성환 대표에게 제작을 부탁했다. 지분이 복잡한 영화에 선뜻 참여하는 건 부담스러운 법이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지만, 좋은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좋은 결과가 나와도 고생한 만큼 몫을 제대로 챙기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김성환 대표는 '극한직업'을 즐겁게 했다. 그는 "아무래도 코미디 영화를 많이 만들다 보니 제안을 해준 것 같다"며 "좋은 분들이 많이 도와줘서 서로 욕심을 내지 않아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결 같이 공을 남에게 돌렸다.

김성환 대표는 "'과속스캔들'이 2대가 아니라 3대로 한 단계 나간 게 좋았던 것처럼 '극한직업'도 위장창업에서 그게 프렌차이즈로 한 단계 더 나간 게 좋았다"고 했다. 그 원안을 들고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사람 찾는 것부터 시작했다.

김 대표는 '극한직업' 원안을 갖고 우선 이병헌 감독을 찾았다. 이병헌 감독과는 무명 시절 '과속스캔들' 각색에 참여했을 때부터 인연을 이어왔던 터. 마침 이병헌 감독이 '바람바람바람'에 들어간다고 해서 시나리오 각색 작업을 배세영 작가와 허다중 작가에게 부탁했다. 배세영 작가와는 '적과의 동침'부터 친분을 쌓아왔다.

원안에 배 작가와 허 작가가 살을 붙였다. 자칫 늘어지기 쉬운 중후반부와 캐릭터를 두 작가가 쌓아올렸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란 대사는 배 작가의 손에서 탄생했다. '바람바람바람'을 끝낸 이병헌 감독이 합류했다. 냉면을 먹다가 김 대표와 의기투합했다.

이병헌 감독은 '극한직업'에 오프닝과 엔딩을 더 분명한 자기 색깔로 만들었다. 말맛 넘치는 대사를 더했다. 시나리오가 완성되고 캐스팅이 시작됐다.

류승룡과 김 대표는 '7급 공무원' '불신지옥' '최종병기 활' '도리화가'를 같이 했다. 류승룡과 '극한직업'이 적합하기는 하나 그가 최근 줄줄이 흥행에서 참패를 맛봤던 터라 불안하기도 했을 법 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의심 없이 류승룡을 찾았다. 이하늬와 진선규는 이병헌 감독의 추천이었다. 의외의 선택이 더 신선할 것이란 감독의 말을 믿었다.

이동휘는 사실 선뜻 주기 힘들었다. 원하긴 했으나 시나리오에선 다른 캐릭터에 비해 밋밋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도리화가'를 같이 한데다가 마침 집도 근처이긴 했다. 이동휘가 연락이 와서 차를 마시다가 부담 없이 생각해보라며 권했다. 이동휘가 먼저 캐스팅된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를 워낙 좋아해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시나리오에서 부족한 부분을 이동휘가 만들어서 채웠다. 공명은 착하고 어울릴 법한 배우를 찾아가 캐스팅했다.

악역인 신하균도 선뜻 하겠다고 했다. '올레'를 같이 해서 꾸준한 인연이 있었다. 특유의 성격답게 "할게"라고 했다. 오정세도 마찬가지. 오정세는 공명이 맡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농담 삼아 할 만큼, 적극적인 의사를 밝혔다. 그렇게 '극한직업'이 출발했다.

김 대표는 쉽지 않을 현장일 법 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을 비롯해 류승룡이 술을 안 하니, 현장에서 불화가 없었다. 김성환 대표는 배우들 사이가 너무 좋았고, 너무 열심이라 감사하다고 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 제작부에서 배우들이 사무실에 모여서 대본 연습을 하려고 하니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 자신도 사무실로 달려갔다. 그렇게 배우들 스스로가 먼저 열심인 게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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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제작사 어바웃필름 김성환 대표/사진제공=CJ ENM


'극한직업'이 1500만명이 넘었다. 이곳저곳에서 축하 전화가 쏟아진다. 김 대표는 아직 실감도 못할 뿐더러 뭘 즐겨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저 촬영 전에 몸이 편찮았던 부모님이 "아들이 잘 돼서 이제 안 아프다"고 한 게 가장 기쁜 일이었다. 다른 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왜 잘됐냐는 우문에 그는 "만든 사람들이 자기 욕심을 안 내고 서로 열심히 했기 때문"이라며 "관객분들이 서로 추천할 만한 영화로 생각해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소심해서 영화평도 제대로 못 봤다는 김 대표는 "웃을 일이 없었던 임산부가 웃고, 10년만에 아버지에게 영화를 권해 같이 봤는데 처음으로 웃는 모습을 봤다는 소리를 전해 듣고 너무 감사했다"고 했다.

누구는 때돈을 번 줄 안다. 제작에 참여하고 투자하고 배급한 CJ ENM에 원안을 갖고 있는 해그림, 배우 인센티브, 감독, 각 투자사 등 나눌 몫이 적잖다. 세금도 만만찮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축하 인사와 한 턱 내라는 주위에 그저 감사하다고 웃는다. 아직 정산이 되지 않아 여전히 다음 달 카드빚이 걱정이지만. 이 모든 것에 그저 감사해 하고 있다.

다음 작품은 '해치지 않아'다. '극한직업'이 말로 하는 코미디였다면 '해치지 않아'는 상황 코미디다. 망해가는 동물원을 살리려 직원들이 동물탈을 뒤집어 쓰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열악한 상황이 놓여있는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들에겐 절실한 방법으로 일하는 과정에 많은 관심이 간다"고 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코미디 영화를 많이 했기에 웃기고 울리는 흥행공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극한직업'은 한 번도 울리는 걸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코미디가 반복되면 중후반에 지루해지기 마련인데 그걸 신파로 푸는 방법도 있지만 '극한직업'은 액션으로 푸는 걸 택했다고 했다. 이해가 명확했기에 변주도 가능했단 뜻이다. '해치지 않아'도 그래서 기대된다.

어바웃필름이란 회사 이름은 김성환 대표와 닮았다. 영화에 대해서란 뜻이지만, 한편으론 영화 주변부란 뜻이기도 하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김 대표는 "내가 능력이 없기에 영화를 만들 땐 가장 먼저 좋은 사람을 찾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쩌면 '극한직업' 흥행 비결은 이 단순한 미덕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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