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킴' 호소문 사실로... 폭언에 9300만원 미지급까지(종합)

정부서울청사=심혜진 기자 / 입력 : 2019.02.21 13:30
  • 글자크기조절
image
지난해 11월 15일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 파크텔에서 부당대우 및 논란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뉴스1

스킵 김은정을 비롯해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로 구성된 여자컬링 '팀 킴' 이 호소문으로 폭로한 지도자들의 비리 행위는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컬링 대표팀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팀 킴은 지난해 11월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직무대행, 그의 딸인 김민정 전 경북체육회 여자컬링 감독, 사위인 장반석 전 경북체육회 믹스더블 감독이 자신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에 문체부는 대한체육회, 경북체육회와 함께 경북체육회 컬링팀과 대한컬링경기연맹, 의성 컬링훈련원 등을 대상으로 특정 감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19일부터 12월 21일까지 5주간에 걸쳐 문체부 2명, 경상북도 2명, 대한체육회 3명 등으로 이루어진 합동 감사반 7명은 의성군청과 경상북도체육회에서 실지감사를 진행했다. 또한 외부 회계전문가 2명을 감사에 참여시켜 회계 분야도 검토했다.

이번 감사 결과 경북체육회 컬링팀 지도자들의 선수 인권 침해, 선수 상금 및 후원금 횡령, 보조금 집행과 정산 부적정, 친인척 채용 비리, 경북체육회 컬링팀과 의성컬링센터 사유화 등을 확인했다.


◇상금-후원금 축소하거나 미지급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일가는 선수들에게 욕설(폭언), 인격 모독, 과도한 사생활 통제를 했다. 선수들의 소포를 개봉하거나 인터뷰 시 김경두 부회장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하도록 강요했다. 또 특정 선수를 훈련에서 배제하는 등 선수들이 호소문에서 제기한 인권 침해 내용의 대부분이 사실이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또 경북체육회 지도자의 부실 지도도 드러났다. 김민정, 장반석 감독은 지도자로서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으며, 훈련장에 출근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선수들을 위한 훈련 지도보다 외국팀 초청, 훈련계획 수립 등 행정업무에 치중하는 등 선수단 지도에 충실하지 않았던 것도 확인됐다. 또한 경북체육회는 지도자들의 부실한 지도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

'팀 킴'의 상금 및 후원금도 축소하거나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 감독은 2015년 이후 대회에 출전해 획득한 상금을 축소해 선수들에게 입금하고, 다른 지원금 항목에서 이미 지출한 외국인 지도자 성과급을 중복 지출하는 등 상금 총 3080만원을 횡령한 정황이 확인됐다.

또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선수단에게 지원된 후원금과 격려금도 선수들에게 지급하지 않고 통장에 보관하고 있었으며. 특별 포상금 5000만원은 선수들의 동의 없이 경북컬링협회 수입으로 계산하는 등 총 9386만8000원을 선수들에게 지급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김경두 일가는 국고 보조금과 경북 보조금을 지원받아 해외 전지 훈련에 참가한 후 동일한 영수증으로 이중 정산하고, 택시비를 부당하게 정산, 허위 증빙자료 정산 등 부적정하게 예산을 집행, 정산하기도 했다.

경북 남자 컬링팀이 사용한 숙박비를 여자팀과 믹스더블팀이 지원받은 국가대표 촌외 훈련비로 집행하기도 했다. 장 감독은 숙소 관리비 일부를 선수들에게 부담시키거나, 선수들이 외부에서 강습을 하고 지급받은 강의료를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이야기한 후 자신의 통장에 입금하게 한 행위도 확인됐다.

◇장남 대표 선발 참가 신청서 허위 작성도

채용비리도 있었다. 김경두 전 부회장은 회장 직무대회 기간 중 친인척을 채용할 수 없게 돼 있는 정관을 위반하며 조카를 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채용했다. 채용 면접에는 김경두 일가가 참여했다. 김 전 부회장의 조카는 전력분석관 이전에는 필요한 행정 절차 없이 경북체육회 남자 컬링팀에 입단하기도 했다.

또 김 전 부회장의 장남은 입대 전에 경북체육회 남자컬링팀에서 활동하다 입대했는데 2017년 3월 건강상의 이유로 군에서 조기전역했다. 그런데 경북체육회는 그의 건강상태에 대한 확인과 계약을 위한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심의 없이 계약하기도 했다. 또 재계약 당시 과도한 연봉을 책정하는 행위도 확인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장남이 평창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할 수 있도록 출전 신청서를 허위로 작성했다. 이후에는 주전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남자대표팀 지도자에게 강요하는 등 권한을 남용한 정황도 밝혀졌다.

김민정 감독은 2015년 이후 선수로 활동한 실적이 없음에도 2018년 재계약 시 '우수선수 영입금'을 지급받는 등 특혜를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경북체육회는 심의 문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편의를 제공했다.

◇선수들의 열악한 인권 실태 확인

김경두 일가는 의성컬링센터도 사유화했다. 의성군청과 협의 없이 수익산업을 운영했음이 밝혀졌다. 매출과소신고 및 세금계산서 미발행 등을 통해 조세를 포탈했고, 본인의 인건비 및 수당, 개인 비용 등을 근거 규정 없이 지급받는 등 수익을 부당하게 사용했음을 확인했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이번 감사를 통해 체육 현장에서의 선수들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감사결과는 체육 분야 구조 혁신을 위해 문체부가 운영하고 있는 '스포츠혁신위원회'에 별도로 보고하고, 이후 위원회와 함께 선수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번 감사결과에 따라 ▲수사의뢰 6건(중복 포함, 수사의뢰 대상자 3명·2개 기관) ▲징계요구 28건(중복 포함, 징계대상자는 10명) ▲주의 1건 ▲ 환수 4건 ▲기관경고(주의) 4건 ▲개선 7건 ▲권고 11건 ▲통보 1건 등 총 62건의 감사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