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액션? 멜로? 코미디? '사바하' 먼저" [★FULL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9.02.19 10:26 / 조회 : 8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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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 주인공 이정재/사진제공=CJ ENM


이정재가 현대극으로 돌아왔다. '관상' '암살' '대립군' '신과 함께' 등 시대극과 판타지 동굴 발성으로 호령하던 그가 '사바하'로 관객과 다시 만난다. '사바하'는 종교 문제 연구소장인 박 목사가 미심쩍은 종교단체 사슴동산을 조사하던 중 미스터리한 사건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이정재는 '사바하'에서 가슴 속에 품은 상처로 신을 찾아 헤매는 박 목사 역을 맡았다. 담배 피고, 돈 밝히고, 외제차 타고 다니는 목사. 그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악령을 쫓는 대신 "주여, 어디 계시나이까"를 낮게 기도한다.

-왜 '사바하'를 했나.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장재현 감독의 전작인 '검은 사제들'을 재밌게 봤고.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검은 사제들' 감독이 또 오컬트 장르 영화를 만드나 싶었다. 그런데 미스터리 스릴러더라. 한 번도 그 장르를 해보지 않아서 흥미있었다. 캐릭터도 재밌고.

-담배 피는 목사 캐릭터는 시나리오에 있었나, 본인이 만든 것인가.

▶나도 영화를 보니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우긴 하더라. 시나리오에선 담배 피는 장면이 없었다. 난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박목사 캐릭터에서 신에 대한 반항이 많이 보였다. 그걸 외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담배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영화 속에서 친구의 이야기인 것처럼 빗대서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렇다. 박목사 본인 이야기다. 선교를 갔다가 아내와 아이를 잃은. 그 장면은 대사를 많이 수정해서 다시 찍었다. 왜 박목사가 신에게 순종하지 않으려 않고, 그러면서도 신을 찾아 헤매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런데 그 설정이 너무 진하면 이야기가 너무 무거워질 것 같았다. 영화 속에서 박정민도 어둡고 다른 캐릭터들도 어두운데 나까지 어두우면 너무 전체가 심각해질 것 같았고. 그래서 처음에는 박목사 캐릭터를 가볍게 가고 나중에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토로하는 걸로 했다.

-믿는 종교가 있나.

▶기독교다.

-'사바하'는 보수적인 기독교인이라면 불편할 지점도 있다. 담배 피고 돈 밝히는 박 목사 캐릭터부터 불교가 더 돈을 많이 준다며 얽히는 부분도 그렇고. 부담스럽진 않았나.

▶'사바하'가 종교를 중점적으로 다룬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종교가 나오지만 범죄 영화 느낌이 나는 게 더 신선했다. 보는 분들에 따라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2~3번 읽으면서 이건 종교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건전치 못한 종교인을 간혹 뉴스에서 보는 데 사회적인 처벌을 받는 건 당연하다. 이 영화는 특정종교나 종교인을 다룬 게 아니라 종교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을 벌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더니 개인적인 거부감이 없어졌다.

-여느 오컬트 영화와 달리 성직자가 해결사가 아니라 관찰자인데.

▶그 구조가 신선했다. 박 목사는 관찰자 시점이고, 박정민은 자기 믿음에 대해 깨닫는 이야기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면 박정민이 주인공이구나란 생각도 들고.

오컬트라고 하지만,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훨씬 더 강조됐다.

-박 목사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려 했나.

▶영화를 본 몇몇 지인들이 뭘 그렇게 놀라나라고 하더라. 그 말처럼 내 표현의 수위를 고민했다. 좀 더 과장을 해야 할지, 아니면 냉담할지, 톤 조정이 필요했다. 현장에서 계속 모니터를 많이 한 이유기도 하다.

박목사 캐릭터는 장재현 감독을 많이 참고했다. 유머 코드가 독특하다. 처음 대본 연습을 사무실에서 했는데, 화이트보드가 있냐고 묻더라. 그러더니 두 시간 동안 박 목사 캐릭터의 전사를 설명하더라. 그리고 같이 대본을 읽는데, 이게 감독과 배우의 해석이 어긋난 게 아니라 아예 다르더라. 장재현 감독 특유의 연기톤이 있더라. 그냥 따라하기도 애매하고, 헤어지고 며칠 뒤에 다시 만났다. 그래서 장재현 감독이 연기를 하면 내가 핸드폰으로 그걸 찍었다. 그 영상을 보고 참고를 했다. 템포가 다르다. 그 호흡을 관찰하고 내 것으로 만들려 했다. 예컨대 영화 속에서 구글을 구선생이라고 표현하는 게 장재현 감독식 유머다.

-이번에는 동굴 발성을 하지 않던데.

▶동굴 발성은 의상이나 분장에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 시대극이어야 더 어울린다. 현대극에선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더 편한 목소리로 하려 했다.

'사바하'는 박정민도 그렇고 이재인도 그렇고 이 분들이 기가 막히도록 연기를 잘한다. 영화를 본 지인이 캐스팅을 정말 잘했구나라고 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가 연기력을 뽐내야지,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런 영화도 아니고, 그럴 시기도 아니다. 난 현대극을 빨리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간 형사나 안기부 요원 같은 역할들이 많이 들어왔다. 액션 비중이 많고. 그런 가운데 '사바하'는 신선했다. 재밌게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편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고. 시나리오보다 영화가 더 잘 나온 것 같다.

-극 중 대사 때문에 신천지에서 항의를 받고 재녹음을 했는데.

▶오해가 있었다. 극 중 대사에 강원도 신천지 본부를 조사하다가 사슴동산을 발견했다는 게 있었다. 거기가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다. 박 목사는 돈이 나오면 어디든 다 조사하는 캐릭터다. 거기에서 문제를 발견했다는 게 전혀 아니고 영화와 연관도 전혀 없다.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면 영화에서 중요한 게 아니니 고쳐드려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사바하'를 찍으면서 신앙에 대해 어떤 영향을 받은 게 있나.

▶종교를 가진 모든 분들이 비슷하겠지만 내 생각을 반성하고 뒤돌아보게 됐다. 잘 믿고 올바르고 건전한 믿음을 갖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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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 주인공 이정재/사진제공=CJ ENM


-한동안 쉬지 않고 연기 활동을 하다가 아티스트 컴퍼니 경영에 전념하면서 작품 활동이 뜸 해졌는데.

▶당연히 연기가 본업이다. 회사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연기에 전념하려 한다. 좋은 시나리오를 계속 찾고 있다.

-제작하려는 영화 '남산'은 계속 감독이 바뀌는 등 쉽게 진행이 되지 않고 있는데.

▶그래서 고민이다. 감독들이 손을 계속 놓는 건 이유가 다 있으니깐. 시의성도 필요하고. '남산'에는 작지만 멜로가 있다. 이 멜로가 어떻게 마지막을 연결할지가 관건이다. 이걸 연결할 수 있는 분을 모시려 한다.

-다시 멜로 장르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멜로를 하고 싶지만 그런 시나리오가 없다.

-절친한 친구인 정우성과 같이 출연하려는 영화들 기획이 계속 무산되는 데 제작도 염두에 두고 있나.

▶'태양은 없다' 이후 김성수 감독님이 원래 '감기' 전에 우리 둘이 나오는 영화를 하려다 무산됐다. 그 뒤로 몇 번 기획이 됐다가 안됐다. 외부에서 좋은 제안을 기다리다 보니 언제 될지 몰라 제작을 직접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감이 떨어지는 걸 기다리기보다 감나무를 심어서 따야겠다는 생각이 많다.

-코미디도 '오, 브라더스' 이후 안하고 있는데.

▶그건 김용화 감독님이니깐. 난 재밌는 사람이 아니다. 재밌게 보이도록 만들어주는 감독님과 같이 작업하고 싶다. 코미디도 좋은 시나리오가 있으면 하고 싶다.

-매 작품마다 가급적 다른 직업을 하려 하는 것 같은데.

▶영업비밀이다. 직업을 많이 신경 쓰는 편이다. 남자배우가 사실 캐릭터에 따라 변주할 수 있는 폭이 많지 않다. 그래서 적어도 직업군이라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급적 내꺼를 쓰려 하지 않고 감독이 주문하는 걸 입으려 한다. 내꺼를 계속 쓰다보면 나중에 쓸 게 없어지고 다 똑같아 지니깐.

그래서 '사바하'를 하고 싶었다. 빨리 현대물을 해서 다른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제안 받은 것들 중에선 상남자 류가 많았는데 박 목사는 전혀 달랐고. 장재현 감독과 작업도 너무 좋았다. 그래서 기자시사회 이후 간담회에서 장 감독이 울어서 의외였다. 영화를 내놓기까지 고민한 것들이 많이 생각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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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 주인공 이정재/사진제공=CJ ENM


-'사바하'에서 호흡을 맞춘 박정민, 이다윗은 어땠나.

▶정말 좋더라. 젊은 피는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다윗은 내추럴 그 자체다. 기성 연기자들이 종종 하는 실수가 과도한 표현인데 이다윗이나 박정민은 정말 자연스럽게 하더라.

-박정민이 이정재가 선배들이 어떤 건 알아서 할테니 연기에 집중하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동했다고 하던데.

▶나도 좋은 선배들에게 워낙에 큰 도움과 환경을 물려 받았다. 좋은 유산을 잘 받아서 잘 전달하는 게 선배의 몫인 것 같다. 현장에선 선배라기보다 다 동료다. 그저 선배라는 건 좀 더 경험을 쌓은 사람이니 그 몫을 하면 되는 것 같다.

-'사바하' 2편이 만들어지면 할 생각이 있나.

▶장재현 감독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것저것 조사한 내용을 보니 흥미로운 게 많더라. 왜 시나리오에 안 넣었냐고 했더니 1편이 잘되면 2편에서 써보려 한다고 하더라. 잘 되서 2편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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