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별점토크]'눈이 부시게', 단 두 회만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9.02.15 18:00 / 조회 : 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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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JTBC


1990년대 MBC에 이휘재가 주인공으로 '그래 결심했어'라는 유행어를 낳았던 ‘인생극장’이라는 방송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늘 갈등이 되는 두 가지 상황을 놓고 A냐, B냐,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따라 인생이 다르게 풀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생극장'이 당시 히트를 쳤던 건, 어느 쪽이든 일장일단(一長一短)이라 한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는지를 보는 재미 때문이었다. 선택하는 데 있어서 한 쪽은 다 좋고, 다른 한 쪽은 다 나쁘다면 갈등할 필요조차 없지 않은가.

JTBC에서 새로 시작한 드라마 김혜자, 한지민 주연의 '눈이 부시게'가 딱 그렇다. 주인공 김혜자 역의 젊은 김혜자를 맡은 한지민은 어릴 때 우연히 마법의 시계를 줍게 된다. 이 시계가 마법인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을 못 보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 공부한 후 시험을 백 점 맡을 수 있고, 나쁜 상황이 벌어지면 그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가면 된다. 인생에 이런 시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과거로 돌아간 시간만큼 신체 시간이 빨리 들어버린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이는 열 살이라도 과거로 3년을 돌이켰다면 겉모습이 열세 살 정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자, '현재의 안 좋은 상황을 돌이킬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대신 빨리 늙는다'라는 A와 '빨리 늙을 순 없다. 대신 현재 안 좋은 상황을 그냥 받아들인다'라는 B, 만약 당신이라면 이 두 가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정말 고민스러운 일이다. 한지민은 자신이 또래 아이들보다 너무 빨리 성숙해지자 B를 선택하고 스물다섯 살까지 살았다.

그런데, 이게 웬 운명의 장난인가? 어느 날 갑자기 A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택시운전 기사인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해 하루아침에 돌아가시게 되는 것이다. 병원 응급실에서 아빠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한지민은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마법 시계를 사고 날 아침으로 미친 듯이 돌린다. 딱 한 번만 돌려서 하루만 과거로 돌아가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빠의 죽음을 돌이키는 일이 녹록하지 않다. 사고 나기 전에 아빠를 잡아야 하는데, 택시 운전을 하는 아빠의 속도와 한지민이 뛰어가서 잡을 수 있는 속도는 차이가 너무 크다. 그래서 시간을 돌려서 아빠의 택시 뒤를 아무리 쫓아가도 아빠는 계속 트럭과 충돌하게 된다.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 과거로 돌아가 보지만 실패다. 결국 숫자를 셀 수도 없을 만큼 수십 번, 수백 번 시도 끝에 아빠를 죽음으로부터 간신히 건져냈다. 그러나 이를 어쩌랴! 스물다섯 살의 한지민의 겉모습은 김혜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아빠, 엄마보다도 더 늙어버린 모습을 보고 한지민은 충격에 빠진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방송 된 2회분의 이야기다.

이렇게 극적인 상황을 김혜자와 한지민은 너무나 완벽하게 표현해 낸다. 이 두 배우의 열연 덕분에 아빠의 죽음을 돌이키기 위해 수도 없이 시간을 돌릴 때, 그리고 갑자기 할머니로 변신(?)하는 모습을 볼 때 단순히 슬프다, 정도의 감정이 아니라 가슴을 쥐어뜯는 듯한 고통까지 느껴진다. '눈이 부시게'의 김혜자, 한지민과 완벽하게 동일시되어 주인공이 겪는 고통과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특히 극 중 한지민의 캐릭터가 발랄하고 유쾌했기 때문에 첫 회는 한 없이 밝았던 그녀가 2회에서 갑자기 고통스런 상황에 처하는 것이 더 드라마틱하다. 김혜자, 한지민 두 사람 속에는 귀여움, 밝음과 함께 아픔이 공존하고 있는데, 놀라운 건 두 배우는 씬마다 두 개의 캐릭터를 한치의 어색함 없이 변화시키며 연기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두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 눈이 부시다.

특히 기존에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많았지만, '눈이 부시게'는 여기에 불리한 조건까지 가미해서 더욱 흥미롭다. 이미 할머니가 되어버린 김혜자 한지민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과거 이휘재의 '인생극장'만큼 궁금해진다.

'눈이 부시게', 김혜자, 한지민과 동일시되는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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