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김은희 작가 "좀비 액션 대신 배고픔이란 감정 표현" [★FULL인터뷰]

강민경 기자 / 입력 : 2019.02.17 10:11 / 조회 : 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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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극본을 쓴 김은희 작가 /사진=이기범 기자


드라마 '싸인', '유령', '쓰리데이즈', '시그널'을 통해 장르물의 대가로 떠오른 이가 있다. 바로 김은희(47) 작가다. 그는 3년 전 종영한 드라마 '시그널'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으로 돌아왔다.


'킹덤'은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가 향한 조선의 끝, 그곳에서 굶주림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킹덤'은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과 김은희 작가의 만남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연기파 배우 주지훈, 배두나, 류승룡 등이 합세해 강렬한 시너지를 보였다. 지난달 25일 전 세계 190개국에서 동시 공개돼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조선순조실록 순조대왕행정에 '가을에 괴질이 유행하여 서쪽에서부터 들어왔는데 열흘 사이에 도하에서 발생한 사망자의 수효가 수만 명에 달하였다'라는 구절이 기록되어 있다. 김은희 작가는 이 글귀로 인해 '킹덤'을 시작하게 됐다. '시그널' 이후 '킹덤'으로 오랜만에 대중 앞에 나선 김은희 작가를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3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김은희 작가. 그는 방송가가 아닌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넷플릭스는 단순히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에 '킹덤'으로 국내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탄생하게 됐다. 김은희 작가는 '시그널' 전부터 '킹덤'을 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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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극본을 쓴 김은희 작가 /사진=이기범 기자


"'시그널' 끝나고 넷플릭스 직원분과 만나게 됐다. 그때 제게 '넷플릭스와 일할 의향이 있냐'고 물었다. 저는 '킹덤'을 지난 2011년부터 하고 싶었다. 좀비라는 크리처에 모든 사람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거나 목을 자르는 등의 수위가 있다. 그래서 공중파에서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다. 넷플릭스와 함께한다면 수위를 생각하지 않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넷플릭스에 수위 있는 장면들이 있는데 괜찮냐고 물었더니 환영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킹덤'을 쓰기 시작했다"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와의 작업으로 소원을 성취했다고 밝혔다. 앞서 말했듯 지상파는 시청자 나이 제한이 있지만, 넷플릭스는 없기 때문. 그는 간섭을 받지 않고 작업에만 몰두했다고 했다.

"넷플릭스 측 관계자가 한국말을 하지 못해서 간섭이 없었다. 오히려 '킹덤' 뒷 이야기는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을 많이 했다. '문화권이 다른 문화도 있는데 괜찮을까요?'라고 물었더니 오히려 신경쓰지 말고 일하라고 했다. 그래서 자유롭게 작업했고, 소원을 성취했다"

'킹덤'은 서양권 소재인 좀비와 조선시대의 배경이 합쳐졌다. 앞서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 '창궐'(감독 김성훈)이 관객과 만났기에 좀비는 익숙해진 소재다. 그 중에서 지난해 10월 개봉한 '창궐'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산자도 죽은자도 아닌 야귀떼가 창궐하자 청나라에서 돌아온 강림대군이 맞서 싸우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이란 점에서 '킹덤'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은희 작가는 차별점으로 인물의 감정과 배고픔을 꼽았다.

"'창궐'이 기획된다고 듣긴 했었다. 듣고 '사람은 비슷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궐'은 액션 위주의 영화였던 것 같다. '킹덤'은 액션보다 캐릭터들의 감정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배고픔에 대해 표현하고 싶었다. 예를 들면 여덟 식구가 조기 한 마리를 가지고 싸운다면 정말 빨라야만 먹을 수 있다. 이런 게 조금 더 슬프게 다가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웃, 이 사람들이 죄가 있어서 좀비로 변한 게 아니라 언제나 배고픔에 지쳐있던 이웃이 역병에 걸리게 된다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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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극본을 쓴 김은희 작가 /사진=이기범 기자


'킹덤'의 배경이 조선시대인만큼, 전 세계에 한국만의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그 중에서도 툇마루가 눈길을 끈다. 툇마루는 목조 건축물의 툇간(집채의 원 칸살 밖에 딴 기둥을 세워 붙여 지은 칸살)에 놓인 마루를 뜻한다. 좀비들이 빛을 피하기 위해 숨은 곳이 때문이다. 김은희 작가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한옥 구조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여느 툇마루라는 공간이 나왔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한옥 고택을 찾아보러 다녔었다. 제가 영화 '그해 여름'으로 데뷔했는데, '그해 여름' 역시 한옥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때부터 한옥 구조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실제로 민속촌에서 뛰어보기도 했다. 직접 뛰어보니 위험하겠더라. 그래서 좀비 배우들이 고생했다"

'킹덤'에서 왕세자 이창(주지훈 분)과 호위무사 무영(김상호 분)은 지율헌의 이승희 의원이 있는 동래로 향한다. 지율헌 의녀 서비(배두나 분)과 사람들은 흔히 알고 있는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김은희 작가는 왜 지율헌의 위치를 동래로 선택했을까. 또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고 모두 표준어를 쓰게 했을까.

"땅끝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제주는 바다를 건너야 한다. 창이가 한양까지 올라가는 여정이 힘들 수 밖에 없다. 힘든 여정을 거리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한양과 제일 먼 곳으로 생각한 게 동래였다. 사실 제가 북쪽 지방을 잘 모른다. 실제 지도를 보면 백두대간이 경상도를 감고 있어 자연스럽게 막혀져 있다. 사투리 역시 고민을 했었다. 부산과 상주의 사투리는 다르다. 서비는 동래 출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 전란으로 떠도는 민초들을 자세히 표현하기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깔끔하게 표준어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킹덤'은 출연자를 소개하는 한국 드라마와 달리 전통 장례의 한 부분인 '습'과 '염'을 차례로 보여준다. '습'은 주검을 목욕시키고 수의를 입히는 것을 뜻하고, '염'은 '습'이 끝난 뒤 수의에 매듭을 짓는 것이다. 김은희 작가는 김성훈 감독의 연출력에 대해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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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극본을 쓴 김은희 작가 /사진=이기범 기자


"타이틀 영상은 김성훈 감독이 생각한 것이다. 보고 난 뒤 김성훈 감독에게 '너무 잘 만드셨다'고 말했다. 김성훈 감독은 작은 것 하나 세세하게 자기가 모르면 확인하고 넘어간다. 같이 일해보니까 '독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타이틀만 봐도 저와 김성훈 감독의 전체적인 기획 의도와 드라마에 대한 이해도가 일치했다. 너무 잘 찍었다(웃음)"

김은희 작가는 배우 김성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성규는 극중에서 영신 역을 맡았다. 영신은 서비와 함께 지율헌에서 살아남은 또 다른 생존자이자 비밀에 싸인 과거를 가진 남자다. 그는 누구보다 강인한 전투력과 정신력을 지녀 왕세자 이창 일행과 함께 역병의 비밀을 쫓지만, 그 누구도 그의 정체를 알지 못해 흥미를 유발하는 인물이다.

"영신 역할은 기득권층의 부조리를 목격하지만 힘 있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영신이라는 존재 때문에 역병이 시작된 것이기도 하다. 그 사람의 동력은 죄책감이다. 과거의 비하인드나 스토리를 이겨 나가는 역할이다. 시즌 2에서 영신의 비하인드가 나온다. 극본을 쓸 때 제일 멋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김성규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해줘 뿌듯하다"

마지막으로 김은희 작가는 이미 '킹덤 시즌2' 대본이 모두 나왔다고 밝혔다. 촬영은 지난 11일부터 시작해 오는 6월 중에 끝날 예정이다. 그는 시즌2에 대해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시그널 시즌2'도 집필을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앞으로 그가 대중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드라마 안에 사회적 메시지가 없다고 해서 나쁜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쓰다보니 제가 알고 느끼는 만큼 나오는 것 같다. 저 같은 게 자꾸 나오다보니 '킹덤', '시그널'에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것 같다. 제가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비슷할 것 같다. 비슷하게 보이겠지만 앞으로 새로운 소재나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SF나 호러물도 해보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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