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 김서형 "김주영 표현 난해..뛰쳐나가고 싶었다"[★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19.01.3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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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서형 /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 말을 전적으로 믿으셔야합니다 어머니" "혜나를 댁으로 들이십시오" "그 어떤 비극이 와도 감당하실 수 있겠냐 물었습니다"

배우 김서형(44)이 김주영의 명대사로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했다. JTBC 금토드리마 'SKY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 스카이캐슬)에서 그가 또 한 번의 명품 연기로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2008년 '아내의 유혹'에서 신애리 역으로 국민 신드롬을 일으킨 김서형이 10년 만에 'SKY캐슬'로 또 한 번 전성기를 맞았다. 과거 신애리가 단순 악녀였다면, 이번 김주영은 소시오패스 악녀인 듯하면서도 이면에 상처난 모성애를 지닌 복잡다단한 인물이었다.

이번 캐릭터가 난이도 최상이었다는 김서형은 "뛰쳐나가 소리 지르고 싶었고 이렇게 많이 울어본 작품은 처음이었다"고 털어놨다. 오죽 김주영이 난해하고 답답했으면 "새벽 3~4시에 동네를 걸어다니기도 했다"며 연기 고민을 밝혔고, 김서형은 결국 만인의 "쓰앵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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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서형 /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SKY 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극.

김서형은 극 중 극소수 아는 사람들만 아는 성공률 백 프로의 탑급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으로 분했다. 김주영은 학생을 원하는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 합법과 편법은 물론, 온갖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며 대한민국 상위 0.1% VVIP들에게 상전처럼 떠받들여졌다.

김주영이 박영재(송건희 분)의 입시코디네이터를 맡은 후 영재네 가정이 파탄나고, 강예서(김혜윤 분)의 코디가 된 후에도 예서네에 어둠이 드리워졌다. 김주영은 김혜나(김보라 분)를 추락사 하게끔 만든 장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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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서형 /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SKY캐슬'의 폭발적 인기를 실감하지 않나. 주변 반응은?

▶일단 초반부터 같은 업계의 배우분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다. 배우인 엄마들이 특히 '좋다' '드라마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반응해줬다.

-캐릭터가 워낙 강렬하다 보니 표현에 고민도 많았겠다.

▶단어 선택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극적으로 비춰질까봐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제작발표회 때도 내 캐릭터 소개를 할 때 처음엔 많은 걸 말씀드리지 못했다. 상황 전개가 워낙 빠르다 보니 김주영에 대한 반응이 커졌던 것 같다. 워낙 강렬했던 드라마다. 10부 이후에 혜나를 집으로 들이고 나서는 '멘붕'이었다. 대본이 나올 때까지 저희도 전개를 알 수가 없었다. 혜나를 들인 다음에 아무래도 김주영의 감정이 올라오지 않았다. 김주영의 전개를 전혀 알 수가 없으니 감정선에서도 답을 찾지 못했다.

-연기하며 가장 걱정됐던 부분은?

▶혜나를 들이고 난 후 한서진과의 밀당과 전개를 보여줘야 했는데 반복되는 패턴으로 비춰질까봐 걱정했다. 대본을 받았는데도 연기가 비슷하게 나올까봐 고민했다. 그 다음에 감독님을 찾아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한서진이 김주영의 사무실을 오면서는 나도 동선에 이동이 없으니 갑갑했다. 한서진과의 완급조절을 고민하면서 눈물도 찔끔 흘렸다. 감독님이 보다가 '가서 쉬고 와라'고 한 적도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사건을 찾아 다니고 김주영은 우두머리 자리에 있는 상황이었는데, 나로서는 처음 다뤄보는 지점이었다. 가만히 있는 입장이 나로서도 지루하게 느껴졌다. 한서진이 어떻게 다니는지 뒤라도 밟았으면 했다. 조선생에 대한 이상한 답답함도 있어서 뛰쳐나가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김주영의 마음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돌파구를 찾는 것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김주영의 공간이 유독 조명 없이 어둡게 그려졌는데.

▶세트가 막혀 있고 조명을 딱 하나만 설치 해놨다. 한 컷만 찍어도 머리가 아팠다. 산소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카메라 스태프도 같이 나를 따라 돌아서 함께 호흡이 느껴졌다. 한 컷만 찍어도 우리 모두 숨을 몰아 쉬었다. 그러다 밝은 데에 나오면 머리가 띵했다. 이후 한서진(염정아 분)의 집에 갔을 때는 '이렇게 넓은 데서 산다니'라며 감탄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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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서형 /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김주영의 서사를 어떻게 이해했나.

▶감독님이 처음 대본 연습을 하면서 해주신 말씀이, 한서진과 김주영이 같은 '엄마'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잊지 않고 연기를 해왔다. 그래서 나에겐 14회에서 한서진이 김주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물을 끼얹는 장면에서 "그렇게 기다려 주는 게 부모 아닙니까"라고 말한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 때 의외로 울컥하면서 눈물이 났다. 김주영도 살인은 했지만 틀린 말을 한 여자는 아니었다. 김주영도 케이를 한서진 식으로 키웠던 거다. 나도 사람이고 배우이고 감정이 있다 보니 김주영의 사연을 기다리는 데 힘듦이 있었다. 15회쯤 김주영의 이야기를 푼다고 들었는데 그걸 기다리면서 지치고 힘들었다.

-노련한 배우들과 센 캐릭터로 맞붙었다. 부담되지 않았나.

▶너무 과대평가만 안 하셨으면 좋겠다. 김주영은 나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그런 결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제작발표회 때도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염정아 언니, 정준호 선배 등 다 너무나 톱배우였다. 그 안에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싶었고 설사 잘 한다 한들 내가 잘 보이거나 다른 배우들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캐릭터에 대한 도전은 해도 사람에 대한 도전은 쉽지 않았다. 이상한 고민을 했는데 현장은 생각보다 연기하기가 편했다. (염)정아 언니도 편하게 대해줬다.

-우리나라 입시 현실을 진지하게 생각해봤나.

▶내가 입시 준비를 할 당시엔 열심히 한 만큼 성적이 나왔다. 지금도 공부를 하면 그만큼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당시 풍요롭진 않았지만 사교육 없이 공부를 했다. 나는 놔둬도 공부를 알아서 하는 편이었다. 입시코디네이터가 있을까 나도 생각해봤는데 있는 집에선 더 잘하는 아이들이 나온다지 않나. 그들은 사교육이 아니라 외국으로 보낼 것 같고 한국에서 힘을 쓰진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사실 사교육에 관심도 없었고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이 드라마는 부모 자식 간의 문제보다 서로 '인정'을 해주면 부딪힘이 없을 거란 걸 얘기하는 것 같다. 그러면 모든 사회에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다.

-김서형도 부모와 갈등해 본 적이 있나.

▶부모님과 나는 아직도 많이 다르다. 나는 스무살 때 서울에 올라왔는데, 서울에 올라온 후에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달라진 김서형을 부모님은 아직도 잘 모르신다.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이 교육의 문제에서 온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 작품을 보고 아이들의 이야기가 더 와 닿았다. 엄마 뱃속에서 울면서 태어나는 순간 아이는 하나의 인격체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는 '욕심'을 다룬 드라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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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서형 /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김서형의 어린 시절 꿈은 연기였나.

▶어릴 때 다른 일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연기'를 위해 방송반 활동을 하기도 하고 녹음기로 내 목소리를 녹음해서 다시 들어보고 지금도 큰 소리로 책을 읽으려 한다. 아직도 그런 훈련을 계속 하려고 한다.

-김주영으로 인생캐릭터를 경신했다.

▶사실 이전의 연기들이 김주영을 만든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샐러리맨 초한지' 등에서 다양한 전문직을 연기해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제스처를 알게 된 것 같았다. '기황후'에서 황태후 역할을 했기 때문에 김주영으로 '감수하시겠습니까'란 대사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신애리 때는 질러봤고 지금은 지르지 않은 재미가 있었다. '자이언트' 때는 캐릭터가 총집합 됐던 것 같다. 영화 '봄'에서는 지고지순한 아내를 연기하면서 깊이 있게 누르는 법을 배웠다. 그런 것들이 지금까지 나에겐 다 공부가 됐다. 김주영으로선 완급조절이 어려웠다.

-김주영이 'SKY캐슬'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주영스럽게 표현을 잘 한다고 말씀해주시는 게, 마케팅을 잘 해서인 것 같다. '아내의 유혹' 신애리 때는 후반부에 의상과 헤어를 포기했다. 초반에는 뱅머리를 신경썼다가 신애리로 소리를 지르면서는 외적인 걸 포기했다. 그 때 소리만 지르지 않았나 싶은 안타까움을 경험했다. 그래서 이후의 연기에서는 포인트를 더 잡으려 했다.

-신애리에 이어 김주영까지 센 캐릭터로 화제가 됐다. 이후에 김서형이 보여줄 색깔은?

▶나는 센 캐릭터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애리도 너무 불쌍했다. '기황후'의 황태후도 불쌍했고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김주영도 너무 한이 많고 불쌍했다. 다음 작품이 악녀이더라도 다른 색깔이라면 해볼 수 있겠다. 한편으론 '나는 왜 나를 불쌍해하고 스스로 고독하게 만드는 역을 할까' 생각해 봤다. 이렇게 많이 울어본 작품은 처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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