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퀴즈' 김재원 "'조커' 같은 악역..변화 두렵지 않아"[★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19.01.2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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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재원 /사진=이기범 기자


과거 '살인미소'로 여심을 훔쳤던 배우 김재원(38)이 OCN 수목드라마 '신의 퀴즈:리부트'(극본 강은선, 연출 김종혁, 크리에이터 박재범,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이하 '신퀴')를 통해 '살인자'로 파격 이미지 변신을 했다. 단정하게 정돈됐던 옆 머리를 시원하게 밀고 외모부터 '날티나게' 탈바꿈한 그는 '신의퀴즈'에서 미워할 수 없는 빌런으로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김재원의 변신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 SBS 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을 촬영할 당시 공황장애란 걸 앓은 그는 '확실한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 때 찾아온 신작 '신의 퀴즈' 현상필 캐릭터는 김재원에게 또 다른 기회였다.


지난 2010년 첫 시즌을 선보인 '신의 퀴즈'는 한국대 법의관 사무소의 천재 촉탁의 한진우(류덕환 분)가 희귀병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메디컬 수사극으로, 새로운 장르물의 포문을 열었다는 호평과 함께 지금까지 시즌5를 선보였다. 2014년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신의 퀴즈:리부트'는 기존 배우 류덕환, 윤주희, 박준면에 김재원, 김준한, 김기두, 유정래, 박효주, 송지호, 윤보라, 석태준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김재원은 극 중 홍콩 구룡 최대 조폭 조직의 넘버2이자 살기와 광기로 가득한 '브레인 또라이' 현상필 역을 맡았다. 광기 어린 살인을 저지르다 후반부에는 이유 있는 복수로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 미워할 수 없는 악역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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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재원 /사진=이기범 기자



-김재원의 악역 변신이 신선했다.

▶ 나는 그렇게 낯설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떤 캐릭터를 해도 연기할 자신은 있었다. 대중에게 비춰지는 이미지상으로 그동안 선한 역을 많이 한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만 연기하다가는 고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질 것 같았다. 이번 역할은 빌런이었지만 드라마의 핵심적인 축을 가지고 이유 있는 악행을 하길래 괜찮다 생각하고 연기했다. 빌런이 잘못 연기하면 선과 악 양쪽에서 욕을 먹을 수도 있어서 그 중심을 잘 지키면서 연기하려고 했다.

-스스로 악역에 도전하며 어색한 점은 없었을까.

▶ 처음엔 의식을 했는데 나중엔 의식하지 않았다. 의식을 한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캐릭터 자체가 어떤지에 대해 구도가 안 내려왔는데 모든 곳에서 의식을 하면 캐릭터 중심이 서지 않겠더라. 기존에 있었던 드라마의 틀은 있지만 '리부트'는 버전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한상필이란 인물 자체도 새로운 인물이니 그 인물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보려고 했다.

-현상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작진의 주문은 무엇이 있었나.

▶ 감독님께서는 처음에 '조커' 같은 악역을 얘기하셨다. 나는 순수 악을 구상했다. 처음 촬영할 때는 나중 이야기가 그렇게 변화할 거란 걸 몰랐다. 그래서 현상필의 이야기가 바뀐단 얘길 들었을 때 캐릭터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봤다. 나는 개인적으로 함무라비 법전을 좋아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법칙을 좋아한다. 그래서 보육원에 있었던 아이들이 불타 죽었던 걸 상기하고 복수를 생각하며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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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재원 /사진=이기범 기자


-현상필이 안타깝게 최후를 맞이했다. 결말에 만족하나.

▶ 만족한다. 내가 악역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과 동떨어지지 않고 접근한 가능성 자체로 스스로에 만족한다. 욕심을 크게 부리진 않았다. '신의 퀴즈'가 '한국의 CSI'였기 때문에 완전히 모든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는 없었을 거란 걸 알았다. 매니아층을 위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내가 장르물을 처음 접근했을 때, 김재원이란 배우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다.

-그렇게 강인해 보이던 현상필도 바이러스에 따른 죽음을 피할 순 없었다.

▶ 의외로 죽는 역할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번엔 그런 역을 하지 않길 바랐는데 이번에도 희귀병에 걸려서 죽게 됐다.(웃음) 감독님께서 처음엔 상필이가 죽는지 말씀을 안 해주셨는데, 차라리 병을 모르고 갑자기 죽는 게 나에겐 연기할 때 나았다. 처음부터 죽는다는 설정을 들었다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졌을 것이다. 감독님께서는 나라는 배우에 대해 알고 미리 죽는 걸 말 안해주신 것 같았다. 오래된 연출자 분만이 가진 깊이가 있었다.

-다음에도 악역에 도전할 용기가 생겼나.

▶ 사실 이전에도 '화정'에서 인조로 악역을 해봤다. 하지만 인조는 태어난 게 그러한 인물이었지 악인은 아니었다. 인조를 연기했을 때 완전한 악인이 아니었는데도 연기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인조를 연기 하자마자 안 좋은 댓글이 많이 달리더라. 나는 인조를 하나의 남자로 표현하려고 했다. 세계적인 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하는 우리나라 문화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접근을 잘못하면 누워서 침 뱉기가 되지 않을까 고민했다. 악역이 들어와도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충분히 연기하고 싶다. 연기를 연기학적으로만 접근해서 자유롭게 연기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인조 때는 몰골이 망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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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재원 /사진=이기범 기자


-김재원도 현상필처럼 극도로 화가 날 때가 있나?

▶ 물론 있다. 과거에 사기를 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참 화가 났다. 심할 때는 파리, 모기 죽인 것까지 죄가 되나 생각한 적도 있었다. 내가 당한 것에 대해 행정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누군가 일을 해결해주길 원할 때가 있는데 '네가 참아야 해'라고 조언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나도 모르게 악한 기운이 올라왔다. 될 수 있으면 폭력을 쓰지 않는 게 제일 좋지만 그만큼 화가 올라올 때도 있는 것 같다. 예전엔 '모든 게 내 잘못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분통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신이 아니니 때로는 하소연도 하고 풀기도 해야 하겠다고 생각을 했다.

-데뷔 초 '살인미소' 시절과 대비되는 연기를 펼쳤는데.

▶ 그때는 생각이 맑았다. 활동을 오래하다 보니 생각이 어지러워진 것 같다.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내고 싶을 때가 있다. 의도하지 않은 표현이 더 강렬한 것 같다. 신인 때가 그랬다. '살인미소'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당시엔 나에게 아무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내 모습이 아닌 것들을 요구받다 보니 생각이 어지러워졌다.

-이번 작품 이후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 지금은 충분히 쉬어야 할 것 같다.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건 체력인 것 같다. 체력이 없으면 안 되는 것 같다. 촬영이라는 것도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감정소비를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체력을 안배해 놓아야 다음 작품에서도 그걸 충분히 표현할 수 있겠다.

-앞으로 파격적인 시도를 해볼 자신이 있나.

▶ 이제 욕먹는 것에 대해 두렵지가 않다. 이젠 욕을 먹으면 더 좋다. 연기에 있어서 변태가 되는 것 같다.(웃음) 변화가 두렵지 않아졌다. 만약 두려움이 있었다면 이번에도 이 정도로 호응을 얻지 못했을 거다. 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연기를 했고 좋은 반응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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