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박훈 "'차좀비' 애칭·테마곡 생겨 감사"[★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19.01.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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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훈 /사진=이기범 기자


배우 박훈(38)이 현빈의 친구이자 연적으로 나섰다. 죽여도 죽지 않고 무한 반복해 나타나는 NPC(Non-Player Character) 캐릭터가 신선했다. 박훈에게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극본 송재정, 연출 안길호,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초록뱀미디어, 이하 '알함브라')은 대중에게 눈도짱을 찍는 결정적인 작품이 됐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투자회사 대표인 유진우(현빈 분)이 비즈니스로 스페인 그라나다에 갔다가 전직 기타리스트였던 정희주(박신혜 분)이 운영하는 싸구려 호스텔에 묵으며 두 사람이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극중 박훈은 차병준(김의성 분)의 아들로, 공학박사이자 IT 기업 '뉴워드' 대표 차형석 역을 맡았다. 친구 유진우와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했지만 첨예하게 대립한 후 반 복수심에 자신이 짝사랑하던 진우의 전 아내 수진(이시원 분)과 결혼했고, 유진우와 AR게임 속에서도 대결을 벌였다.

차형석은 실제로 죽음을 맞이한 이후 계속해서 유진우의 눈 앞에 나타나 그를 공격하는 미스터리한 존재였다. 말 없이도 위압감을 주는 연기로 주목 받았고, '차좀비'라는 별명과 함께 박훈은 시청률 10%를 달성한 '알함브라'로 또 한 번 대중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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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훈 /사진=이기범 기자



-'알함브라'가 종영했다. 인기를 얼마만큼 실감하나.

▶ 젊은 분들이 이 작품을 많이 좋아해주신다. 이태원, 홍대 등 젊은 분들이 많이 가는 곳을 내가 가질 않아서 직접적인 체감은 못했다. 그래도 전화 오는 빈도수가 후배들, 동생들에게 많아졌다. 이 작품이 젊은 층에게 어필을 한다고 생각했다. 대중에게 나를 알릴 수 있는 확장성이 생긴 것 같아서 좋다. '태양의 후예' 때와 비슷하게 인기를 느끼고 있다. 예능에서 가끔 패러디를 하는 것도 봤는데, 백종원씨가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차형석 OST를 깔고 나타났던 게 인상적이었다.(웃음)

-현빈의 상대역인 차형석 역으로 캐스팅 된 과정은?

▶ 차형석 역할로 오디션 겸 미팅을 했다. 굉장히 많은 배우분들이 미팅을 하신 걸로 알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내 연기를 보시고 마음에 들어하셔서 출연을 하게 됐다. 사실 이 작품의 형식상 스포가 되면 안 됐다. 오디션 볼 때 많은 걸 알려주지 않고 현장에서 대본을 받아보고 연기를 했다. 2부인가 3부에 죽는다고 들어서 특별 출연인 줄 알고 '정말 응원합니다' '이런 좋은 작품 많이 알려져야 합니다'라는 마음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대본을 보고 다시 살아나길래 충격을 받았다. 갑자기 부담감이 밀려왔던 기억이 난다.

-NPC 차형석은 어떻게 촬영이 이뤄졌나.

▶ 이 작품은 스태프들의 작품인 것 같다. 그 분들에 대한 감사함이 크다. 내가 죽는 모습은 단편적이었지만 그걸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태프들의 큰 노력이 들어갔다. 내가 죽었던 모습 그대로 피를 똑같이 묻혀야 했고, 가짜 피 특성상 옷이 상해서 옷도 똑같은 모양으로 여러 벌을 갈아 입어야 했다. CG팀, 음악팀, 효과팀 등 내가 나왔다 하면 촬영 마무리까지 4시간 정도 걸렸다. 그분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느꼈다.

-AR게임을 드라마상으로 구현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는데.

▶ 처음엔 촬영에서도 가늠이 안 됐다. 처음 유진우와 차형석이 대결을 할 때 '주위에 원이 생긴다'고 대본에 설명이 돼 있었지만 실제 원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런 걸 맞추는 과정이 힘들었다. 그러다 2~3개월 만에 다들 전문가가 다 됐고 CG까지 수월하게 이뤄졌다. 초반이 힘들었다. 많은 분들이 CG로만 컷이 이뤄졌다고 생각하시는데 의외로 많은 장면에서 실사로 촬영했다. 형석이가 등장할 때 비가 내리는 장면에서도 살수차를 썼다. 그래서 CG가 더 살아난 것 같다. 안길호 감독님의 연출을 되게 높게 산다. CG와 현실의 경계를 잘 살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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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훈 /사진=이기범 기자


-차형석이 '죽어도 죽지 않는' 캐릭터였다 보니 배우로서 반복의 지루함을 피해야 했던 숙제도 있었다.

▶ 반복이란 건 잘못 표현하면 지루할 수 있었다. 이걸 어떻게 안 지루하게 할 수 있을까가 맹점이었다. 감독님에게도 웃기지 않을까 물었는데 다행히 감독님의 놀라운 연출력과 스태프들의 노력으로 형석의 감정 흐름이 잘 쌓인 것 같다. 때마다 다른 의미로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

-기성세대의 시청층 유입이 힘들 수 있는 작품이었다.

▶ 저희 어머니는 재방송이 계속되는 줄 아시더라.(웃음) 다섯 번 정도 설명을 드렸는데도 혼란스러워하셨다. NCP 캐릭터의 개념을 설명해드려도 휴대폰으로 고스톱도 안 하시는 분들이라 이해하기 어려워하셨다. 현대사회에서 디지털 세대, 아날로그 세대 모두가 공감하기는 어려울 거란 맹점이 있긴 했다.

-'알함브라'의 탄생이 이후 다른 드라마들에 끼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 같다.

▶ 이 작품은 시청률 이외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이 다른 작품에 영향을 준 계기가 된 것 같다. 이 작품으로 어떤 작품에서는 우주를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CG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고 끝까지 유지된 것도 굉장히 큰 의미가 된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느낀 건, 사전제작 시스템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의미를 준 것 같다. 그런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로 즐겁다.

-차형석 역할 후유증이 있을 것 같다. 길에 다니면서 박훈을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 원래 얼굴 선도 굵은데 이번에 칼을 들고 나왔더니 더 무섭게 보신 것 같다. 나도 그렇게 무섭게 나올 줄 몰랐다. 내가 봐도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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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훈 /사진=이기범 기자


-워낙 무언(無言)의 역할이었다 보니 인터뷰 하면서도 말을 한다는 게 생경하다.

▶ 앞으로 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웃음) 시청자분들이 내가 말하길 기대하셨던 것 같다. 그런 관심이 감사하다. 어떤 분들은 나중에 말을 하겠지라며 기대하셨다. 애칭으로 '차좀비'도 붙여주시고 나에게 테마곡도 생겨서 감사하다. 진지함을 담은 작품이지만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드리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결말은 마음에 드나.

▶ 세 가지의 반응이 나올 것 같다. 기대를 많이 한 분들에게는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겠고, 생각을 못한 분들에게는 놀라움을 줄 수 있겠다. 또 어떤 분들에게는 다음을 기대하게끔 만들 수도 있다. CG가 굉장히 많이 사용된다. 열린 결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또 어떤 분들은 시즌제로 보실 수도 있겠다.

-연극부터 데뷔한 지 11년이 됐지만 매체로서는 이제 얼굴을 알린 정도다.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게 많겠다.

▶ 이제 시작이다. 선배님들 말로는 10년은 연기해야 숨 쉴 줄 안다고 하시더라. 지금 적역을 맡은 것 같고 다음엔 말을 해보려 한다. 나를 보고 배우의 꿈을 갖게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동떨어진 사람보다 동질감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 '희망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 나도 똑같이 오디션 보는 배우이고 많은 분들과 다르지 않다. 똑같이 고민을 하고 있고 똑같이 내 자신에 대해 질문을 한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지?' 자존적인 질문도 하고 감정의 동화도 겪는다. 이제 배우 일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나도 똑같다'고 과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알함브라' 애청자들에게 마지막 한 말씀.

▶ 이 작품을 통해 '차좀비'라는 애칭도 생기고 캐릭터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내가 양면적인 색깔을 가진 사람인데, 그걸 표현한 만큼 잘 이해해주셔서 감사하다. 배우로서의 의무나 책임감에 대해 더 생각해보겠다. 내가 해야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내가 늘 해왔던 식으로 갈 수 있게 애쓰겠다. 잘 하면 지켜봐주시고 못 하면 질책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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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가요방송부 연예 3팀 한해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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