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컵현장] 벤투, '은퇴암시' 기성용 心 또 한번 붙잡을 수 있을까

두바이(UAE)=김우종 기자 / 입력 : 2019.01.22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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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왼쪽)과 기성용.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기성용(30·뉴캐슬)이 결국 아시안컵을 다 마치지 못한 채 영국으로 떠났다. 어쩌면 본인의 마지막 국제 대회가 될 수도 있었던 2019 아시안컵. 그러나 마무리는 허무했다.

기성용은 아시안컵 중도 하차가 확정된 후 지난 20일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의미심장한 글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이미지에는 'THANK GOD IT'S FINALLY OVER(하나님. 감사합니다. 마침내 끝났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대표팀 은퇴를 암시하는 것으로도 읽힐 수 있는 문구였다.


사실 기성용의 은퇴는 최근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뒤 기성용은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하지만 이후 대표팀 감독이 바뀌었고 기성용의 은퇴설도 잠잠해졌다. 배경에는 새롭게 부임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있었다.

벤투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기성용, 그리고 구자철의 은퇴 시사에 대해 "둘 다 대표팀에 영향력이 큰 선수다. 대화를 해보겠다. 앞으로 4년 후까지 이 선수들은 대표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 후 기성용은 벤투 감독과 대화를 나눴다. 이어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며 헌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벤투 감독의 A매치 데뷔전(우루과이전 2-0 승)을 마친 뒤 기성용은 "감독님도 새로 오셨고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 저의 생각을 전달했었다. 소집 시 장거리 이동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감독님께서 같이 가자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성용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는 "대표팀이 필요로 한다면 일단 엔트리 포함 여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아시안컵까지는 같이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기성용이 언급한 그 아시안컵이 현재 진행 중이다. 그렇지만 '기성용의 아시안컵'은 이제 다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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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사진=뉴시스
최근 뉴캐슬에서 확실한 주전으로 도약한 기성용은 여전히 대표팀의 '대체 불가' 자원이다. 그는 2008년 9월 5일 요르단과 A매치를 통해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른 뒤 한국 축구의 10년을 이끌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한국 축구도 또 한 단계 도약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2012 런던 올림픽, 2014 브라질 월드컵, 2015 호주 아시안컵, 2018 러시아 월드컵, 그리고 이번 2019 UAE 아시안컵까지. 기성용이 지키는 대표팀의 중원은 늘 든든했다. 안정적인 볼 간수 능력, 넓은 시야, 적재적소에 뿌려주는 롱 패스, 때로는 시원한 중거리포까지. 기성용이 없는 대표팀과 있는 대표팀의 차이는 늘 존재했다.

아직 기성용은 대표팀에서 은퇴한다고 공식적으로 못을 박은 적은 없다. 그래서 바레인과 16강전을 앞두고 지난 21일 열린 벤투 감독의 공식기자회견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혹여나 벤투 감독과 기성용이 은퇴에 대해 교감을 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벤투 감독은 기성용에 대해 "같이 앉아 이야기를 나눴고 여기서 소집 해제하는 게 모두에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며 "특별히 이야기를 한 건 없다. 최대한 빨리 재활해서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해줬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남은 기간에 복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특별히 이야기한 건 없다"는 벤투 감독의 발언만 놓고 살펴보면 아직까지는 '대표팀 은퇴'에 관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과연 한국 축구의 10년을 이끌었던 기성용이 또 한 번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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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좌)과 벤투 감독.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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