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 엘 "배움의 연속..10년 뒤에도 난 '연기돌'"[★FULL인터뷰]

[★차한잔합시다]'2018 AAA' 배우 부문 베스트 아이콘상 수상 인피니트 엘(김명수)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9.01.19 10:30 / 조회 : 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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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휘선 기자


매년 배우로 인생 2막을 여는 '아이돌 가수'들이 늘고 있지만,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이는 손에 꼽는다. 가수로서 정점을 찍었다 하더라도, 탄탄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출중한 외모를 갖춰다 하더라도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금세 밑천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소위 '아이돌 가수 출신'에 대한 편견을 스스로 깨고 살아남은 몇 명 정도가 주연으로 발돋움해 성장할 수 있다.

보이 그룹 인피니트의 엘(27·김명수)은 그 손에 꼽는 사례 중 하나다. 지난 2010년 데뷔 이후 꾸준히 연기 활동을 병행해온 그는 최근 들어 '배우 김명수'로 더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17년 MBC 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남자 인기상을 차지했고, 지난해는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로 '2018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2018 ASIA ARTIST AWARDS, 이하 '2018 AAA')에서 배우 부문 베스트 아이콘 상을 수상했다.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배우 김명수'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엘을 스타뉴스 인터뷰 코너 '차한잔합시다'를 통해 만났다. 차갑고 무뚝뚝해 보이는 첫인상과 달리 스스럼없이 다가 와 포옹을 하며 기자를 반겼다.



-'2018 AAA' 베스트 아이콘 상 수상을 축하해요. 혹시 못했던 소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이것 관련해서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제가 재작년에 혼자 상을 받게 됐을 때 멤버들의 이름을 말 못했거든요. 그해 팬 미팅을 했는데, 멤버들이 팬들이랑 같이 저를 그걸로 엄청 놀리는 거예요. 그게 그렇게까지 놀릴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어쨌든 이번 'AAA'에선 꼭 멤버들과 팬들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못 다한 얘기는 없어요. 물론 주변에 도와주신 분들껜 따로 연락을 드렸죠.

-멤버들에게는 바로 피드백이 있었나요?

▶없던데요. 하하. 오히려 제가 언급을 안 했더라면 더 연락이 왔을텐데, 막상 언급하고 나니 더 연락이 없었어요. 참 희한하죠.

-'AAA' 시상식은 어땠나요?

▶배우와 가수가 함께 상을 받는 시상식은 처음이잖아요. 신선하고 너무 좋았어요. 이런 통합적인 시상식에 제가 속해 있다는 것도 좋았고요. 이번 시상식은 배우 신분으로 가서 기분이 새로운 것도 있었어요.

평소 시상식에서는 제가 (인피니트로) 준비한 무대를 뭔가 보여드리곤 했는데, 이번엔 후배들의 무대를 보고 있으니까 감회가 새로웠어요. '나도 무대를 해야할 것 같다'는 기분도 들고 '준비하느라 많이 고생했겠구나' 생각도 들고…뭔가 느낌이 묘하더라고요.

-무대를 안 하니까 부담은 덜 했겠어요.

▶부담은 덜하죠. 그렇다고 제가 무대에서 긴장하는 편은 아니라서요. 저희 팀(인피니트) 자체가 연습을 워낙 많이 했거든요. 자는 시간 빼고 하루에 15시간씩 연습을 했으니까요. 후배들의 리믹스 무대를 보고 있으면 '아, 저건 최소한 몇 시간 걸렸겠구나' 생각하곤 했어요. 2PM 준호 형도 옆에 앉아계셨는데, 저랑 같은 입장이다 보니까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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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휘선 기자


-이번에 '미스 함무라비'로 '2018 AAA'에서 수상을 했어요. 본인의 연기 점수를 매겨 줄 수 있나요?

▶스스로 연기 점수를 매기기에는 아직 계속 나아가고 있는 단계라 뭐라 말씀드리긴 그런 것 같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매 작품 아쉬운 것은 사실이에요. 잘 한 것보다 못한 게 많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댓글도 많이 보는 성격이에요. 말도 안 되는 것들도 있는 반면에 저한테 도움이 되는 글들도 많이 있거든요. 객관적으로 평가해주시는 분들의 얘기를 참고하면 연기하는 데 많이 도움이 돼요.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아서 자체적으로 점수를 매기기에는 미흡해요. 노력을 해야겠죠.

-방송에서 보여준 차갑고 무뚝뚝한 이미지와 달리, 말씀을 제법 잘 하시네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팀 활동을 할 때는 각자의 역할이 있고, 어떤 질문이 왔을 때 저 말고도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거든요. 지금은 100% 제가 해야 하죠.

그리고 지금에야 말씀드릴 수 있는 거지만, 회사에서 정해준 이미지 때문에 그랬던 것도 있어요. 이제는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고 '배우'라는 새로운 직업군에 있기 때문에 '제가' 했던 캐릭터, '제가' 했던 작품에 대해 '제가' 설명해야 하는 게 있어요. 아니면 상대방이 모르니까요. 오롯이 저의 설명으로 인해 사람들이 이해하는 거니까요.

-데뷔 초 정해준 이미지는 어떤 거였나요?

▶차갑고 말 없는… 도도한 캐릭터를 원했던 것 같아요. 그게 어떤 건지 알고 그렇게 행동해오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리얼리티 같은 걸 통해 제 본 성격이 노출되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알고 보면 '따도남'이란 얘기도 많이 들었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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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휘선 기자


-'미스 함무라비'에서 판사 임바른 역을 연기했어요. 본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아있나요?

▶'법정물'이라는 장르물인데, 이 작품에선 캐릭터에 대한 성격을 많이 얻어가는 것 같아요. '판사'라고 한다면 지식이 많고, 법률 용어도 많이 아는 사람이잖아요.

작품 외적으론 선배님들을 만나면서 많이 배웠어요. 성동일 선배님에겐 애드리브를 많이 배웠고, (류)덕환이 형이랑은 친해져서 편하게 연기하는 것을 배웠어요. (고)아라 누나랑 연기하면서도 많이 배웠어요.

아! 제가 유독 선배님들을 잘 따라 해서요. 성동일 선배님이 애드리브를 되게 많이 하시는 편인데, 나중엔 제가 적응이 돼서 예측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애드리브를 오히려 받아치면 선배님이 당황해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되게 재밌었죠.

-'미스 함무라비'를 통해 연기적으로도 인간 관계적으로 많은 걸 얻어 가게 됐네요.

▶네. 덕분에 'AAA'에서 이렇게 좋은 상도 받게 됐죠.

-성동일, 고아라 씨와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잘 맞았죠. 성동일, 고아라 선배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워낙 호흡을 잘 맞췄었고, 저도 되게 좋아해 주셨어요. 우선 리허설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리딩도 많이 했고요. 법정신이라서 대사가 굉장히 많았고, 서로 말을 많이 맞춰봐야 했어요. 서로 캐릭터를 잘 알고 어떤 연기를 해야 할지 알아서 현장에서도 잘 맞았던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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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휘선 기자


-얼마 전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은밀하고 위대한 동물의 사생활'(이하 '동물의 사생활')에도 출연했죠? 타히티에 가서 혹등고래를 만나고 왔던데,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우선 '혹등고래를 살아서 볼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어요. 저는 사진작가로 가게 됐는데, 국내에 고래 사진을 찍은 사람이 몇 명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사진 자체가 부족하다니까 만약에 '제가 찍은 사진이 자료로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는 생각에 나간 것도 있어요.

요즘 환경 문제도 많은데 '환경 보호를 위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는 것도 좋은 취지라 생각했어요. '좋은 그림을 만들 수 있을까' 걱정도 했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요. 물론 좋은 조력자들이 있었어요. 출연자 간의 합도 잘 맞았고요.

-직접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나요?

▶아무래도 방송이다 보니까 영상 위주로 많이 나가고, 사진이 나간 횟수는 부족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제가 찍은 사진들을 모아서 혹등고래나 타히티와 관련된 사진전을 열고 싶어요. 준비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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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휘선 기자


-촬영 당시 인상 깊었던 순간을 꼽아줄 수 있어요?

▶혹등고래가 '브리칭'(고래가 물 위로 뛰어오르는 행위)을 할 때가 있어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몸에 붙은 기생충을 떨어뜨리기 위함이라는 설도 있고, 노는 것이라는 설도 있어요. 그걸 볼 수 있었다는 자체가 신기했던 것 같아요. 저는 사진 찍느라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고 카메라를 통해서 봤어요.

-타히티에 함께 갔던 이하늬 씨는 '2018 KBS 연예대상'에서 상도 받았잖아요. 함께 한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던데.

▶타히티를 다녀온 사람들끼리 '단톡방'(단체 대화방)이 있어요. 원래 송년회를 하자고 했는데, 다들 바쁘다 보니까 1월에 보기로 했어요. 이 자리를 빌려 (이)하늬 누나 상 받은 거 정말 축하 드려요. 정말 좋아하는 선배기도 하니까 나중에 좋은 작품에서 또 만났으면 좋겠어요.

B>-사진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던데, 어느 정도인가요?

▶카메라를 되게 좋아해요. 어렸을 때 처음 받은 계약금으로 산 것도 카메라였어요. 이 일을 하면서 좋았던 것은 재킷 앨범이나 프로필 촬영을 하다 보면 정말 잘하는 사진 작가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는 거예요. 그 분들을 통해서도 되게 많이 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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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휘선 기자


-지난 연말에 팬 미팅을 했던데, 어떻게 준비했어요?

▶이번엔 (성규 군 입대로) 5명이 안무를 했거든요. 바꿔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기존 안무가 몸에 많이 베어 있는데, 새로운 안무 구성을 갖고 노래를 해야 하니까 되게 힘들었어요.

노래 파트도 되게 많아졌어요. 특히 고음 파트가 되게 많아졌어요. 제가 톤이 높은 편이 아니라서 그동안 고음을 잘 맡지 않았거든요.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굉장히 생기더라고요. 바로 또 '연기대상'에 가서 시상도 해야 했고, 다음 날엔 바로 또 공연이니까 힘들었어요. 그래도 팬들과 함께 단체로 만나는 공식적인 자리니까 굉장히 재미는 있었어요.

-아무래도 메인 보컬이었던 (김)성규 씨가 군에 가니까 노래 파트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네요.

▶네. (성규 파트를) 제가 많이 가져 갔어요. 반 이상은 제가 한 것 같아요. 그래도 멤버들이 모두 보컬을 하다 보니까, 보컬에 대한 공백은 메울 수 있었죠. 무엇보다 기존 안무를 바꿔서 무대를 한다는 게 더 힘들었어요. 안무를 하면서 이전과 다른 위치로 가야 하니까 그게 되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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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휘선 기자


-올해도 인피니트 활동을 볼 수 있을까요?

▶워낙 개인 일정이 각자 많아서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 계획 중인 단계에요. 무언가 실행된 것은 없지만 이것저것 준비한 것은 많으니까 다른 단체활동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인피니트는 엘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멤버들은 데뷔 전 어릴 때부터 봐온 사이라 그냥 알아요. 앞으로도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하면서 잘 만나고 있을 것 같아요.

-이제 27살인데, 군 복무 계획은 언제쯤 하고 있나요?

▶음…때가 되면 가야죠.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어요. 당장 해야 할 일이 워낙 많아서요. 어떻게 보면 저에게 중요한 시기니까요.

-아무래도 가수에서 배우로서 영역을 넓히고, 입지를 다져가는 시기라 그런 걸 까요?

▶'가수 엘'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아는 분이 계세요. '배우 김명수'는 아직 엘 만큼의 큰 이름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연기자로서 입지를 넓혀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매 순간 안 중요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더욱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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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휘선 기자


-올해 벌써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던데요. KBS 2TV 새 드라마 '단 하나의 사랑'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어요.

▶가수로서 시작을 한 만큼,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재작년에 사극을 했었고, 작년에는 법정 장르물을, 이번에는 로맨틱 코미디를 하게 됐어요. '가수 출신 배우'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명수'라는 배우가 이런 장르도 할 수 있는 친구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기대를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또 계획은?

▶우선 '단 하나의 사랑'이 잘 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해야죠. 한 번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거든요.

어느덧 데뷔한 지 9년이에요. 앞으로 10년 뒤엔 또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가수와 배우 두 가지 다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삶은 배움의 연속이니까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저를 성장하게 만드는 계단 같은 거랄까요.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실망 시키지 않기 위해 계속 실력을 키워나가고 있을 것 같아요.

-김명수의 2018년은 어땠나요?

▶배움의 연속이었어요. 2019년도 배움의 연속일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고 배운 것 같아요.

기자 프로필
윤성열 | bogo109@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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