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재의 간곡한 요청, 그리고 KIA의 대승적 결단

한동훈 기자 / 입력 : 2019.01.17 16:19 / 조회 : 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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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로 이적한 문선재. /사진=LG트윈스 제공
"어떻게 보면 KIA가 대승적인 차원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의 이번 맞트레이드 평가다.

LG와 KIA는 17일 우투우타 외야수 문선재(29)와 좌완 투수 정용운(29)을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주전급 선수가 아니라면 보통 투수에 무게를 둔다. 타자와 투수, 특히 희소성이 높은 왼손 투수의 교환은 그래서 쉽지 않다.

때문에 차명석 단장은 KIA가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줬다고 말했다. 차 단장은 "야수를 주고 투수를 데려오는 트레이드는 어려운 일인데 김기태 (KIA) 감독님이 길을 터주셨다"고 밝혔다. 문선재는 김기태 감독이 LG 사령탑이던 시절 애제자이기도 하다.

◇문선재, 마무리캠프서 트레이드 요청

퓨처스리그서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기도 했던 문선재는 잠재력을 높이 평가 받았다. 커리어하이 시즌이던 2013년은 김기태 감독 밑에서 활약했다. 당시 LG의 10년 암흑기 청산에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타 팀 팬들에겐 '양현종 킬러'로 알려졌다. 문선재는 통산 18홈런 중 3개를 광주동성고 선배 양현종(31)을 상대로 빼앗았다.

하지만 명확한 포지션이 없어 자리를 굳게 지키지 못했다. 펀치력과 빠른 발은 인정 받았지만 내외야를 떠돌았다. 현재 LG 외야진엔 이형종, 이천웅, 채은성이 뿌리를 내렸고 김현수까지 가세한 상황이다. LG에서 문선재의 앞날은 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1990년생으로 올해 29세, 인생에 승부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결국 문선재는 트레이드를 자청했다. 지난 해 10월 부임한 차명석 단장은 예상치 못한 요청에 깜짝 놀랐다. 코치 시절부터 문선재를 아꼈던 차 단장은 의기소침해 보인 문선재를 따로 불러 용기를 북돋아 줄 생각이었다. 마무리캠프 때 면담을 실시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내보내 달라는 것이었다.

차 단장은 "(문)선재에게 애정이 많았다. 앞으로 기회가 더 있을 테니 힘내라는 말을 해주려고 했는데 트레이드를 시켜달라고 했다. 나는 만류했는데 (문)선재가 이제 나이도 먹고 LG에선 뛸 자리가 없어 보이니 트레이드를 꼭 부탁드린다고 너무 간곡히 이야기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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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시절 정용운. /사진=OSEN
◇정용운, 잠실구장서 잠재력 터질까

카드를 맞춰보던 차에 KIA에서 연락이 왔다. 마침 LG가 꼭 필요했던 좌완투수를 반대급부로 제시했다. 차 단장은 "솔직히 경기에 나가지 않던 선수를 보내면서 우리 욕심에 맞는 좋은 선수를 어떻게 받아오나. KIA가 대승적으로 결정한 것"이라 말했다.

정용운 또한 제구가 들쑥날쑥하고 기복을 노출해 KIA에선 주전 멤버로 우뚝 서지 못했다. 부상 경력에 구속도 빠른 편이 아니다. 하지만 투수 친화적인 잠실구장을 홈으로 쓴다면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KIA와 SK를 거치며 5점대 평균자책점에 허덕이던 진해수도 LG에 와 홀드왕(2017년)으로 성장했다.

차명석 단장은 "일단 왼손투수니까 쓰임새가 많다. 로테이션이 비었을 때 들어갈 수도 있고 상대에 따라 표적 선발도 가능하다. 불펜 활용은 당연하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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