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1위..'아쿠아맨' 韓영화계 규칙 깬 첫 꼼수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12.23 10:18 / 조회 : 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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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라더스 코리아가 '아쿠아맨' 흥행을 위해 한국영화계 암묵의 룰을 깼다.

미래에서 온 1등. 할리우드 직배사 워너브라더스 코리아가 '아쿠아맨' 흥행을 위해 한국영화계 암묵적인 질서를 깨뜨렸다.

지난 21일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는 "<아쿠아맨> 박스오피스 1위 대역전극! 관객호평 등에 업고 흥행수직상승세"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아쿠아맨'이 이날 오후 배급사 집계 결과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는 내용이다.

별 내용 없는 자료 같지만 이는 박스오피스와 관련한 한국영화계의 암묵적인 질서를 처음으로 깨뜨린 사례다. 배급사 집계 결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는 말 자체가 영화계 내부 정보를 스스로 유출했다는 뜻이다.

현재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은 실시간 관객수를 집계해서 발표하지 않는다. 하루 단위로 관객수를 발표한다. 실시간 관객수를 발표할 경우 1위인 영화에 자칫 당일 관객이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 당일 실시간 집계를 하지 않고, 출구 조사를 투표가 끝날 때까지 발표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시스템상으로도 각 투자배급사들은 자사 영화들의 실시간 관객수만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각 투자배급사들은 서로 관객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일종의 협정을 맺었다.

각 투자배급사들은 단톡방을 만들어 자기 영화들의 일일 관객수 동향을 낮12시와 오후 5시에 각각 업데이트해서 올린다. 이 수치로 전체 박스오피스 동향과 예상 관객수를 파악한다. 이 수치로 대책 회의나 관련 마케팅 자료를 점검한다. 대략 오후 5시 집계면 그날 어떤 영화에 몇 명이 들지 거의 들어맞는 예상 스코어가 나온다. 낮12시 집계는 현장 판매에 따라 오차가 크기에 오후 5시 집계로 그날 예상 스코어를 추산한다. 이 수치는 외부에 공표하지 않는 게 암묵적인 룰이다. 각 투자배급사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는 데다가 외부로 실시간 관객수 집계가 공표될 경우 1위 영화 쏠림 현상이 일어날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아쿠아맨'은 이런 암묵적인 규칙을 처음으로 깨뜨렸다. '아쿠아맨'은 지난 19일 '마약왕' '스윙키즈'와 같이 개봉했다. 1위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했다. '아쿠아맨'을 배급하는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는 '마약왕'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 위해 결국 무리수를 뒀다. 각 투자배급사 내부 집계 자료를 외부에 공표한 것이다.

하지만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는 '마약왕'을 배급하는 쇼박스, '스윙키즈'를 배급하는 NEW의 격렬한 항의를 받자 다시 자료를 수정해서 재배포했다. 각 투자배급사 집계라는 표현 대신 CGV 실관람수 집계 결과라고 수정했다. 자료 제목도 "<아쿠아맨> CGV 실관람수 1위! 관객호평 등에 업고 흥행수직상승세"로 바꿔서 재배포했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셈이다.

이 같은 워너브라더스 무리수에도 21일 최종 관객수는 '마약왕'이 18만 2934명으로 1위, '아쿠아맨'은 18만 1813명으로 2위를 기록했다. '아쿠아맨'이 낮12시 관객수 집계로 1위라고 추정 발표했기에 결과에 차이가 났다. '마약왕'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라 오후 관객 동향과 현장 판매가 더 강세를 띤 탓이다. '아쿠아맨' 측은 이날 거센 항의를 하는 다른 투자배급사들에게 "그럼 오후 5시 집계에 1등을 하면 그쪽에서 발표하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암묵적인 한국 영화계 규칙을 할리우드 직배사가 깨뜨린 것도 의미심장하다.

'아쿠아맨'은 결국 22일 37만 8743명이 들어 30만 1198명이 찾은 '마약왕'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하루만 참았으면 1위에 오를 것을, 그 하루를 참지 못해 질서를 깼다.

현재 한국 영화계는 여러 꼼수와 반칙이 난무하고 있다.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대규모 유료 시사로 사실상 변칙 개봉을 일삼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나마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질서를 이제는 할리우드 직배사까지 작정하고 깨고 있다.

이렇게 질서가 차례로 무너지면 한국 극장가는 정글 자본주의가 될 수밖에 없다. 흥행이 될만한 영화, 대형 투자배급사 영화, 1위만 흥행하고 나머지는 도태되는 상황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아쿠아맨'의 미래에서 온 1위는, 꼼수는, 그래서 위험하다. 경쟁에는 최소한의 규칙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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