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의 의리 "2002 멤버 이제 40~50대... 좋은 자리 찾았으면"

화정체육관=심혜진 기자 / 입력 : 2018.1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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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사진=심혜진 기자

박항서(59)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일시 귀국해 홍명보 이사장과의 의리를 뽐냈다.

2003년 시작 후 올해 16회째를 맞은 홍명보 자선 축구 경기 'KEB 하나은행과 함께하는 SHARE THE DREAM FOOTBALL MATCH 2018'이 22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날 자선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레전드와 K리그 올스타의 대결로 펼쳐졌다. K리그 올스타가 10-9로 승리했다.

이날 행사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와 의미를 더했다. 바로 박항서 감독이다.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 역사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아시안게임 4강 진출 신화에 이어 지난 15일 베트남을 10년 만에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정상에 올려놓았다. 이제 내년 1월 아시안컵 원정 대회 첫 조별리그 통과라는 베트남 축구 사상 첫 목표를 위해 뛴다.

2002 월드컵 대표팀 수석 코치였던 박항서 감독은 당시 대표팀 주장을 맡은 홍명보(49) 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와 사제의 정을 맺었다. 아시안컵 준비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일시 귀국, 올해로 마지막인 이번 자선축구에 참석하는 의리를 보였다.


다음은 이날 행사 뒤 열린 박항서 감독과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2002 멤버들의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당연한 것 아닌가. 16년 전이다. 몸도 마음도 노쇠해졌을 것이다.

-2002 월드컵이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

▶나 뿐만 아니라 2002년을 생각하거나 2002 당시 사람들을 만나면 웃음이 나고 즐겁다. 영광에 대한 환희도 있었고, 어려움도 있었고, 국민들로부터 격려와 사랑을 받았다는 것에 벅차오른다.

-바쁜 일정 속에서 왔다.

▶20일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홍명보 전무가 2002 이후부터 계속 자선경기를 펼치고 있었고, 매년 자선 경기에 참여는 아니지만 경기장을 찾았다. 이 자선경기가 홍명보 뿐 아니라 축구를 하는 사람들한테 1년 중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직접 하지는 못하지만 후배가 하는 것에 뿌듯하게 생각한다. 내년에도 한다고 했으면 안 왔을지도 모른다. 올해 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꼭 가봐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2002 월드컵 멤버들이 참여해 왔다기보다는 자선축구가 올해로 끝이라는 것 때문에 왔다. 아쉬움도 있고 본인만의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끌고 갔으면 했다. 베트남 축구협회에 설명을 하고 허락을 받아 오게 됐다.

-베트남에서 훈장을 받은 것이 화제가 됐다.

▶어제(21일) 받았다. 받고 바로 공항으로 왔다. 베트남축구협회에서 선수들의 훈장 등급을 구분해야 된다고 해서 보니 내가 빠져있더라. 나는 우정 훈장을 받았다. 베트남에서는 의미 있는 훈장이라고 얘기하더라. 노동 3급 훈장을 이미 받아 그 이상의 훈장은 없다는 뒷얘기를 들었다. 축구를 통해 베트남과 한국의 교류 역할을 한 것에 인정해준 것이다. 한국과 베트남의 가교 역할에 일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선후배들을 만났을 텐데.

▶K리그 선수들 중에서는 상무에 있을 때 함께한 선수들이 있다. 모르는 선수들도 있다. 2002 월드컵 멤버들은 40대에서 50대까지 있다. 워낙 잘 아는 사이다. 내 말에 권위가 서지 않는다. 반가웠다. 끝나고 약속 없는 사람들끼리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일자리 없는 친구들이 많다. 능력 있는 후배들이 좋은 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스즈키컵 우승 이후 첫 한국 방문이다. 축하인사를 받았나.

▶오늘 새벽에 도착했다. 큰 형님, 작은 형님께 한국 왔다고 인사를 드렸다. 형님들한테 축하 인사를 받았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과 만난 적이 있는가.

▶2002 당시 포르투갈 대표팀 선수였지 않나. 이름을 들어봤다. 벤투 감독이 현재까지는 한국 축구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계속해서 벤투 감독이 한국 축구의 부흥을 다져주는 감독이 됐으면 좋겠다. 마음 속으로 항상 응원하겠다.

-오는 25일 북한과 평가전을 치르는 느낌은.

▶베트남에서는 북한과 대결하는 특별한 느낌은 없다. 그저 A매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감회가 새롭다. 1977년 청소년대회 준결승에서 북한과 붙은 적이 있다. 감독으로서는 아시안게임 하기 전에 상암에서 만난 적이 있다. 스즈키컵이 끝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스즈키컵에서 뛰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다. 이영진 코치가 준비 잘 하고 있을 것이다. 한 민족이니깐 좋은 경기를 해보겠다.

-2018년은 어떤 의미었나.

▶큰 승리의 기적을 만들어준 해다. 행운이 찾아온 해다. 그 행운이 개인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선수들, 코칭스태프, 관계자들이 다 도와줘 이룬 성과다. 주위 사람들이 정상에 올라갔을 때 떠나야 하지 않냐고 말한다. 옳은 말씀이다. 아직 계약기간이 1년 남아있다. 계약기간 동안 더 큰 희망이 올 수도 있고,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내가 헤쳐나가야 할 부분이다. 피해가지 않고, 스스로 헤쳐나가겠다.

-아시안컵은 어떤 각오로 임하나.

▶23세와 A대표팀을 같이 맡고 있으니 한 대회가 끝나면 바로 준비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베트남 축구협회, 국민들의 기대치가 대회마다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부담은 어느 대회나 똑같다. 시합 준비하는 처음와 끝은 똑같다.

-아시안컵 목표는 정해나.

▶조 3위로 올라가도 가능성이 있다. 일단은 예선 통과만 하면 큰 성공이다.

-국내에서 지지해주는 팬들이 많은데.

▶현재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일은 베트남에서 하고 있지만 조국은 대한민국이다. 한국이 아닌 타국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명감이 더 무거울 수 있다. 지혜롭게 슬기롭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이번 스즈키컵에서 보여준 대한민국에서의 많은 관심과 응원이 큰 힘이 됐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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