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혁 "2018년, 연기라는 최종 꿈이 생겼다"

2018 영화 결산 릴레이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12.19 10:23 / 조회 :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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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18년을 마무리하며 스타뉴스가 올 한 해 영화계를 대표할 만한 인물들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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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주혁 / 임성균 기자 tjdrbs23@


남주혁(24)을 생각하면 눈부시게 비주얼이 가장 먼저 떠오르곤 했다. 환한 빛이 늘 그를 향해 쏟아지는 것 같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세팅이 끝나야만 문 밖을 나설 것만 같은 사람. 뽀얀 피부와 투명한 눈, 뭘 걸쳐도 그럴듯한 모델 출신의 풍모는 판타지와 선입견을 동시에 부추겼다.

영화 '안시성'(감독 김광식)은 그런 남주혁의 변곡점이었다. 당나라의 침략에서 고구려를 지킨 안시성 사람들의 이야기를 호쾌하게 그려낸 전쟁 블록 버스터 '안시성'에서 남주혁은 젊은 태학도 수장 사물 역을 맡았다. 당나라와 전쟁에 원군을 보내지 않은 안시성 성주 양만춘(조인성 분)을 암살하려 들어갔다 결국 그와 함께하게 되는 인물이다. 도전이나 다름없는 캐스팅이었다. 총제작비 220억의 대작 사극에서 관객의 시선을 대변하는 화자이자 주인공에 스크린에 처음 도전하는 신인을 낙점한 셈이었다. 기대와 의심이 공존했던 도전이었다. 스스로도 "폐 끼치고 싶지 않다"를 입버릇처럼 되뇔 만큼의 부담이었다. 하지만 기어이 모델 출신 꽃미남 스타를 넘어선 '배우 남주혁'을 입증해냈다. 전장의 검은 먼지가 덕지덕지 붙은 얼굴로 두 눈 감득 전쟁의 공포를 담은 클로즈업은 이전엔 몰랐던 남주혁을 실감케 했다. 또렷한 음성과 날렵한 액션 또한 인상적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그는 각종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고 있다.

'안시성'은 그 스스로에게도 '배우 남주혁'을 확신케 하는 계기였나 보다. 꿈을 갖고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목표를 이뤄가는 것도 습관이라고 믿는 이 건실한 20대 배우는 고백하듯 털어놨다. "배우라는 최종의 꿈이 생긴 것 같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남주혁의 다짐은 오랜 여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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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주혁 / 임성균 기자 tjdrbs23@


-'안시성'이 첫 영화다. 남주혁이 사물 역에 캐스팅됐을 때 놀랐던 것도 사실이다. '폐 끼치지 않으려 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걸 보며 스스로도 부담이 컸구나 싶었다.

▶그런 마음을 알고 있었다. 더 노력하고 신중해야겠다며 작품에 임했다. 무엇보다 못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는 너무 싫다는 생각뿐이었다. 너무 부담이 됐다. 폐를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다른 마음은 없었다. 그저 촬영만 잘하자고 했다.

-출연을 결정하며 어떤 마음이었나. 무엇을 원했나.

▶이 선배님들과 함께해보고 싶다, 그거 하나였다. 저는 아직 얼마 안 된 연기자니까, 형님들과 함께 어우러져서 막내로서 역할을 잘 해내고 싶었다. 그리고 사물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안시성'을 보고서야 이전엔 몰랐던 남주혁을 본 느낌이었다. 스스로는 결과에는 만족하나.

▶감사드릴 뿐이다. 스스로는 만족 못한다. 연기하면서 단 한번도 만족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만족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올해 신인남우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상복이 터졌다.

▶인생에 상복이라곤 없었다.(웃음) 운동선수든 배우든 신인상이라는 건 한 번 받는 것이지 않나. 한 해에 4개를 받으니 행복하기보다는 너무 큰 부담감이 생겼다. 상을 받은 것만으로도 행복하지만 그게 안 느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부담이 쌓이더라. 연기에 대해 노력하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지금보다 더 많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안시성' 멤버들이 워낙 돈독해서였을까. 홀로 신인상을 받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마냥 기뻐하지 못하는 기분도 들었다.

▶형님들은 너무 좋아해 주신다. '네가 '안시성' 대표해서 신인상 받는 게 나는 기쁘고 좋다'고, 이 순간을 마음껏 누리고 즐기라고 이야기를 해 주시는데 너무 고맙다. 마음이 편해졌다. 마음의 짐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었다. 좋은 사람을 만났 구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특히 (도)경수 형이 청룡영화상에서 상을 주셨는데 상 받을 때 처음으로 행복했다. 항상 그 자리가 부담스러웠다. 누군가가 눈앞에서 기뻐해 주고 있는 모습에 조금이나마 부담감이 덜어지더라.

-사랑받는 막내로서 든든한 선배들을 한꺼번에 얻은 듯하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너무 감사하다. 제가 좀 더 깊게 생각하고 좀 더 넓어질 수 있는 것 같다. 보고 배운 것도 많다. '안시성'을 찍을 때 항상 물어봤다. 먼저 다가가서 털어놓고 도움을 구했다. 형님들이 힘들어하실 수 있다.(웃음)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있고 들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영화 한 편으로 감사한 것을 많이 얻었고 많이 배웠다. 당연히 나도 멋진 선배가 돼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제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안시성' 형님들을 보고 아직 부족하구나, 넓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차기작인 JTBC '눈이 부시게'도 형들에게 조언을 구했나.

▶그랬다. 너무 잘 됐다고. 너무 잘한 선택인 것 같다고 해 주셨다. (조)인성이 형뿐 아니라 (배)성우 형 (박)병은이 형 모두 그런 이야기를 해줬다고. 잘하라고, 두고보겠다고도 하셨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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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주혁 / 임성균 기자 tjdrbs23@


-지난해 이맘때가 생각나나?

▶'안시성'을 찍고 있었으니까, 그거 하나였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만큼은 나로 인해서 참여하신 분들에게 폐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기대와 믿음을 져버리고 싶지 않았다.

-올해는 어떤 마음인가?

▶'눈이 부시게'에 폐를 끼치지만 말자.(웃음) 선배님이랑 하다보면 그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드라마 현장이 이렇게 행복할 수가 있구나 싶을 만큼 울고 웃으며 촬영하고 있는데 저만 안 어우러지면 안 되니까. 잘 어우러지고 튀고 싶지 않다. 지금은 그렇다. 항상 더 나은 사람이 되자고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이뤄가려고 한다. 항상 실패하는 것 같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언제부터 그랬나.

▶예전엔 끈기가 없었던 것 같다. 움직이는 것도 싫어하고 승부욕도 없었다. 중학교 3년 농구선수를 꿈꾸며 운동을 했는데, 그 3년의 시간에 모든 게 다 생겼다. 최종 목표가 있으니까 작은 계획부터 하나하나 이뤄가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커서는 어떻게든 잘 살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꿈을 가지고 열심히 살았다. 어려워 보여도 몇 달을 계속하면 습관이 된다. 열심히 사는 건 힘들지 않았다. 열심히 하던 것을 그만두는 게 두려웠다. 농구의 꿈을 접었을 땐 너무 무서워서 공부를 막 했다.

-농구의 꿈을 접고 모델을 넘어서 연기를 하고 있다.

▶처음엔 우연이었다. 제가 부산 출신인데 (드라마 '잉여인간'에서)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로 데뷔했다. 연기라곤 하나도 몰랐지만 못하기는 싫었다.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면서도 잘하고 싶고, 그런데 못하고 있던 때다. 그런데 선배님들이 참 행복해 보였다. 분석하고 연기하시는 모습이 멋져 보이기도 했다. 나도 열심히 제대로 차근차근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로서 남주혁의 목표는 뭔가.

▶처음 연기자가 되어야겠다는 꿈이 생겼을 때 딱 그랬다. 대중들에게, 연기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안정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것 하나였다. 안정감있는 젊은 배우구나, 10년 안에 그 소리를 듣는 게 목표이자 꿈이다. 잠깐 하고 그만둘 게 아니기에 실패도 하고 싶다. 무조건 성공하고 싶지 않다. 성공에 취하기보다는 부딪치고 경험하면서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

-그만둘 두려움 없이, 그 꿈에 대한 확신이 생겼나.

▶이 꿈만은 변치 않고 끝까지 갖고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최종의 꿈이 생긴 것 같다.

연기자라는 직업을 쉽게 생각하지 않고 깊이 생각하고 꿈꾸고 노력하고 있다. 얕게 보고 가지 않는다.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니까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말로만 하지 않겠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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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주혁 / 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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