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을 만나다 "사랑받은 2018년, 행복한 꿈같아" ①

2018 영화 결산 릴레이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12.17 10:10 / 조회 :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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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18년을 마무리하며 스타뉴스가 올 한 해 영화계를 대표할 만한 인물들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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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주지훈(36)의 해'. 2018년의 영화계를 돌아보며 그 말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활약상을 나열하기도 입이 아프다.

주지훈은 지난해 연말 개봉한 '신과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로 한 해의 문을 호쾌하게 열어젖혔다. 등장하는 순간마다 시선을 붙들었던 '공작'(감독 윤종빈)으로는 생애 처음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여름 1200만 관객을 모은 '신과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이 비주얼 되고 액션 되고 드라마까지 되는 배우의 매력을 새삼 실감한 작품이었다면, 감옥에 갇힌 채 형사와 수 싸움을 벌이는 연쇄살인범이 된 '암수살인'(감독 김태균)은 그의 저력과 스펙트럼을 확인시켰다.

흥행 성적은 더 어마어마하다. 그가 출연한 4편의 영화 모두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겼다. 이들 작품으로 주지훈이 2018년 모은 관객만 총 2699만9836명, '신과함께-죄와 벌' 관객수를 온전히 더하면 영화 네 편으로 3553만9331명을 모은 셈이 된다.

그에게 2018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는 주지훈은 달게 낮잠을 꾼 것 같다고 했다. 마치 행복한 꿈을 길게 꾸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2019년에도 달린다. 아니 쉼 없는 걸음을 이어간다. 주지훈이 가닿을 곳이 어딘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는 길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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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2018년은 '주지훈의 해'라는 말이 나온다. 실감은 나나.

▶감사할 뿐이다. 실감은 그런 말을 들을 때.(웃음) 사실 그런 기운을 느낄 새가 없다. 지금도 드라마 '아이템'을 찍고 있으니.

-흥행성적도 엄청나지만, 배우로서의 외연이 크게 확장된 해이기도 하다. 판타지인 '신과함께'부터 첩보극 '공작', 범죄 스릴러 '암수살인'까지 전혀 다른 캐릭터를 선보였다.

▶어떻게 되다 보니 다 사랑을 받아 이렇게 웃고 있을 뿐. 한 작품 한 작품은 엄청나게 고민을 했다. '신과함께'만 해도 처음엔 못 한다고 했다. 1·2회를 함께 찍는다고는 하지, 게다가 출연하기로 한 다른 작품이 있었다. 마침 그 작품이 뒤로 밀려 출연할 수 있었다. 지금은 형들이 '안 했으면 어쩔 뻔 했어' 이런다.

'공작'도 대본으로 봤을 땐 '그림' 같았다. 이름도 없이 정과장이라는 캐릭터였는데, 윤종빈 감독과 잘 아는 하정우 형이 '그럴 리 없다' 하고 제작자 한재덕 대표도 아니라고 하더라. 윤종빈 감독도 '결코 아니다'라면서 '이름도 만들어 줄게' 그랬다. 그 영화가 칸도 가고 관객의 사랑도 받았다.

'암수살인' 경우엔 '역할 너무 세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잘 돼도 이미지가 너무 셀 것 같고, 안 돼도 앞으로 10년은 못할 강렬한 작품 같았다. (하)정우형, (정)우성이 형, (황)정민이 형, 김용화 감독에 김성수 감독, 이도윤 감독을 다 붙잡고 물어봤다. 얼마나 조마조마했나 모른다.

-언급한 대로 MBC 드라마 '아이템'을 찍고 있고, 앞서 완성한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6부작 '킹덤'이 남았다.

▶'킹덤'도 마찬가지다. 역시 넷플릭스는 처음 아닌가. 이 플랫폼에 무엇을 남길 수 있는지 모르겠더라. 엄청나게 고민했다.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아시아 프레스 컨퍼런스 때 처음 '킹덤' 1·2회를 봤는데, 김성훈 감독한테 그 자리에서 바로 무릎을 꿇었다. 1·2부가 시작점이라 제일 재미없을 수 있다 했는데 너무 잘 만들어져서 깜짝 놀랐다. 이게 내가 찍은 건가 싶더라. 아시아 컨퍼런스인데 넷플릭스 회장이 직접 오고 상영회도 '킹덤' 하나만 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애국심이 다 생기는 기분이었다. 저는 잘 될 것 같다. 그것이 잘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상이 안 된다.

-여세를 몰아 할리우드까지 진출하는 건가.

▶배우로서 영화의 본고장에 가서 해보고 싶다는 꿈은 있는데 예전만큼 강렬하지는 않다. 사실 한국 콘텐츠는 아시아의 선두라 할 수 있을 만큼 강하다. 시장으로 따져도 아시아 인구가 더 많다. 우리나라에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승부하고 싶다는, 그리고 그것이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과함께'도 그랬고, K팝이 이미 널리 사랑받고 있고, 넷플릭스가 그래서 우리나라를 공략하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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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킹덤2'의 경우 일찌감치 출연을 결정했다. 완성된 '킹덤' 시즌1을 보기도 전에.

▶사실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결정했다. 넷플릭스가 오픈도 안 하고 시즌2를 결정한 것 자체가 '자신감이 있나 보다' 싶었고, 그에 앞서 김은희 작가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배)두나 (류)승룡 선배와도 이야기를 했다. 그러고 나서 싱가포르로 가는 비행기에서 '킹덤2' 시나리오를 봤다. 이후에 시즌1 1·2편을 봤고, 결정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시즌2는 훨씬 스펙터클하다.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고민의 산물이라 했지만 돌이켜보면 2018년 주지훈은 일종의 승부수를 띄웠다는 생각도 든다.

▶승부를 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닌데 돌이켜보니 그렇다. 저는 특히 '신과함께'가 떨렸다. '궁' 이후로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었다. 나한테 무슨 마가 꼈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신과함께'에는 하정우 이정재 마동석에 김용화 감독까지 다 있는데 이것마저도 관객에게 사랑을 못 받으면 어떻게 하나. 그만 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어쨌든 우리는 관객과 소통하려고 작품을 만드는 거니까.

-'신과함께' 이전에도 '좋은친구들', '아수라'를 거치며 배우 주지훈에 대한 신뢰는 차차 쌓여가고 있었다. 다만 흥행 성적 탓에 주눅이 들었나 보다.

▶'좋은 친구들'을 모두가 좋아해 주셨는데 큰 사랑을 못 받았고, '아수라'의 260만도 대단한 숫자지만 손익분기점을 당시엔 못 넘었다. 저도 그 작품이 좋았다. 너무 좋은데 이러니까 방황하게 되고 뭘 해야 하나 생각도 들고. 어떻게 보면 그런 결과들을 받아들이면서 지금에 온 것 같다. 이후 작품 수가 많아진 것이 '좋은 사람이 모여서 하면 한 번 열심히 해보자. 40만도 해 봤는데 뭐가 무섭냐' 하면서 달려온 것 같다. 하지만 신중하게.

-동시에 선배들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구하고 듣게 되었나 보다.

▶그 전에는 그 형들을 몰랐으니까. 지금은 얼마나 든든한가.(웃음) 대여섯 명이 완전히 다른 답을 낼 때도 있다. 같은 것을 두고 완전히 다르게 느끼기도 한다. 그래도 참고는 된다. 비빌 언덕이 되는 거다. 저는 지금 작은 꿈들을 이뤄가고 있다. 황정민 정우성 하정우 김윤석 선배… 좋은 선배 형들과 어릴 적부터 일해보고 싶었다.

-유난히 선배들과 잘 지내는, 또 사랑받는 후배라는 생각도 든다.

▶어르신들과 오래 살았다.(웃음) 예전엔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둘이랑 해서 가족 8명이 방 2개짜리 집에서 살았으니까.

-그러고 보면 예전엔 이랬고, 힘든 시간을 보냈고, 노력도 열심히 했다는, 그런 이야기를 요즘 와서야 주지훈에게 듣는다.

▶예전엔 그런 말을 할 일이 없기도 했다. 갑자기 저라는 애가 튀어나오지 않았나.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닌 사람도 있었다. 그럴 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떤 이미지를 만들려는 것처럼 보일까봐 더 안 했다. 힘들다, 어려웠다는 이야기는 평소 잘 하지 않았다. 올해는 안 할 수가 없다. 인터뷰를 한 해에 4번씩 하니까.(웃음)

-배우가 사랑을 많이 받으니까 이전엔 쑥스러워했던 이야기를 이제야 툭 꺼내놓는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요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관객 분들이 영화를 보고 연기자를 볼 때 잘 만든 영화냐, 연기를 잘했냐를 물론 보시지만, 저 사람이 자기를 사랑하고 열심히 하고 있구나 하는 것에도 응원을 해주시는 것 같다고. 관객들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바뀌는 걸 저도 느끼니까 저도 모르게 조금 더 편한 이야기들이 나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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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드라마 '궁'(2006)으로 데뷔했을 당시부터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분이 12년 전과 다를 것 같다.

▶맞다. 혼자서 생각을 한다. 그때 좀 즐겼어야 했다고 할까. 좀 더 스스럼없이 나서볼 걸 하고. 따져보면 당시엔 그럴 깜냥이 안됐던 거다. 많은 사랑을 받을 자리에 서 있을 깜냥이 안된 거다. 사실 그 '궁'도 3주는 안 한다고 했었다.

-주지훈에게 2018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까.

▶굉장히 사랑받은 해로 기억이 될 것 같다. 동시에 꿈처럼 지나간 해. 일이 많았는데 꿈처럼 슥 지나갔다. 아주 달게 낮잠을 잔 것처럼. 길게 행복한 꿈을 꾼 것 같다.

-올해 '열일'을 했다. 벌써 정해진 계획도 상당하다. 더 달릴 수 있는 건가.

▶일단 '아이템'을 끝내고 '킹덤2'를 끝내면 5~6월이 될 거다. 그 다음엔 영화를 하려 한다. 당연히 더 달릴 수 있다. 그 시간이 소중하다. 20대 때는 내 삶이 하나 더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히 다르다. '하나 더' 같은 건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다. 그 작업이 고되지만 일 없이 집에만 있으면 정신적으로 고되다. 쉬고 있어도 계획이 있으면 그게 준비가 된다. 저는 그것이 참 재미있다. 달린다기보다 잘 걸어가려 한다. 잘 맞는 사람들과 무리 없이 재미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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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지훈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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