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진짜 마약왕이 있었다? '마약왕' 속 실제사건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12.16 14:30 / 조회 : 10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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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마약왕' 스틸컷


영화 '마약왕'(감독 우민호)은 1970년대를 주름잡은 마약왕의 일대기를 그린다. 금붙이나 취급하던 근본 없는 밀수꾼 이두삼(송강호 분)이 산전수전을 겪으며 전설의 마약왕이 되기까지를 담았다.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하는 산업 역군이었던, 정치적인 암흑기이자 성장 제일주의의 시대도 함께 재현했다. 영화 '마약왕'은 이같은 시대와 실제 부산을 주름잡았던 마약상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재현하는 데 큰 공을 들였다.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진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관심이 쏠리는 건 송강호가 맡은 주인공, 마약왕 이두삼이다. "사실과는 다르다"는 자막과 함께 시작하지만, 만주 출신의 금세공 기술자였다가 마약의 세계에 깊이 발을 들이게 된 주인공 이두삼은 실제와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진 인물. 모델이 된 한 사람의 생애를 그대로 그려냈다기보다는 그 시대 마약범죄를 저질렀던 인물의 이야기를 취합해 재구성한 것이라는 게 제작진의 전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된 건 1980년대 부산에서 총격전 끝에 검거됐던 이모씨 사건이다. 당시 부산을 중심으로 국내 최대규모의 필로폰 밀수조직을 이끌던 그는 부산에 있는 자신의 집에 필로폰 제조공장까지 차려두고 마약 제조와 유통을 겸하던 당대의 마약왕이었다. 검거를 위해 경찰이 들이닥치자 대문을 향해 엽총을 발사하며 끝까지 저항했던 그의 사연은 제작진의 영화적 상상력을 자극했고, '마약왕' 측은 최대한 실감나게 이를 스크린에 살렸다.

당시로선 쉽게 보기 힘든 설비였던 CCTV를 설치한 거대한 철제대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마약상과 군경의 모습은 지금도 보도사진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제작진은 믿기 힘든 현실이었던 이씨 사건 상황을 세밀하게 조사하고 실제처럼 재현했다. 마약을 제조할 때 따르는 악취를 숨기기 위해 향기가 짙은 장미로 정원을 꾸민 이씨의 집 풍경 또한 철저한 사전조사를 거친 결과물이다.

'나르코스' 같은 전설적 마약왕 이야기를 남의 나라 이야기로 여기던 관객이라면, 영화보다 더 영화같던 우리나라의 실제 사건은 적잖은 충격을 안길 터. 대만이 원료를 공급하고 한국에서 마약을 제조해 일본으로 수출하는 삼각 카르텔은 물론, 반일감정 속에 일본으로의 마약 수출이 애국으로 받아들여지던 시대, 마약 밀수 및 유통 행태와 단속 풍경 등도 철저한 인터뷰, 사전조사를 통해 그렸다. 오랜 발품으로 건져 올린 1970년대 우리나라의 자화상인 셈. 이를 녹여낸 상황과 이야기, 심혈을 기울인 디테일한 미술은 '마약왕'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이자 놀라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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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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