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다려온 발리우드식 액션 간지 폭발 ‘저스트 코즈4’

이덕규 객원기자 / 입력 : 2018.12.11 13:52 / 조회 : 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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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 얼간이’는 여러 의미에서 큰 울림을 준 작품이다. 독특한 주제부터 감동적인 이야기, 그리고 음악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이 작품 덕분에 인도의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다른 명작들을 찾아보게 됐다. 하지만 이내 포기했다. 충격적인 인도 영화들의 실태를 보고 말이다. 여기서 실태는 영화 산업에 비리나 문제가 아니라 영화들의 형태(?)가 독특했다는 말이다.


일명 ‘발리우드’로 불리는 인도식 영화는 뇌 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B급 감성을 폭발시켰다. ‘맛살라’로 불리는 뮤지컬 영화부터 각종 액션이 난무하는 엄청난 스케일의 작품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액션 영화의 기괴함은 B급 감성에 불을 지폈고 이런 영화들만 찾아보는 게 하나의 유희가 돼 버렸다. 최근에는 정말 수준이 높아져서 할리우드 저리 가라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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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작품으로 ‘모범경찰 싱감’이 있다. 이거 정말 최고다. <사진출처: 다음영화>
물론 기괴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 연애에 대한 다양한 해석부터 ‘럭키 핸섬’ 같은 상당히 수준 높은 맨손 액션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독특한 소재를 멋들어지게 표현하는 작품도 많다. 특히 그중에는 남자들의 로망을 채운 작품들이 많은데 여기서 B급 감성이 아주 제대로 폭발해 버린다. (영화도 마구마구 폭발한다) 근데 영화로도 채워지지 않는 그럼 감성이 있다. 영화는 결국 보는 것에 만족해야 하기 때문에 B급 감성을 꽉 채우기엔 한계가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B급 감성 넘치는 게임이 아닐까. 대표적인 B급 감성 게임으로는 스다 고이치 감독의 게임들이 있다. 노 모어 히어로즈(NO MORE HEROES)나 롤리팝 체인쏘(Lollipop Chainsaw) 등은 아주 독특한 B급 요소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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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친구 머리를 악세서리로 한다는 상상은 스다 고이치니 가능한 것 아닐까?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스다 고이치의 작품이나 세가의 스페이스 채널 5, 자막 한글화로 출시 예정인 지구 방위군 5 같은 작품보다 이 시리즈를 더 선호한다. 흔히 말하는 ‘병 X 같지만 멋있다’로 귀결할 수 있는 B급 감성의 결정판, 바로 저스트 코즈(Just Cause) 시리즈다. 정말 개발자들이 무슨 약을 먹고 만들었나 궁금할 정도로 아주 독특한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저스트 코즈 시리즈가 처음부터 약을 거하게 먹은 건 아니었다. 1편의 경우는 나름 진중한 분위기에 높은 자유도, 그리고 블랙 옵스 요원 리코 로드리게스가 가상의 남아메리카 섬의 독재자를 제거하기 위한 분투를 뛰어난 그래픽으로 묘사했다. 당시 아발란체 스튜디오는 에이도스를 통해 이 게임을 선보였지만 흥행면에선 큰 성공을 거두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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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트 코즈1은 그나마 정상적인 게임이었다.
게임 자체의 자유도가 높다 보니 번지 점프를 하거나 파라 세일링, 차량부터 헬리콥터 등 다양한 탑승 장비를 두루 사용할 수 있었고 매우 넓은 맵에서 임무 수행 없이 무작정 적들을 때려잡는 지역 점령 형태가 유저들의 인기를 끌었다. 일종의 샌드 박스 같은 형태였다. 유저들은 저스트 코즈로 할 수 있는 이상한 짓들을 찍어 유튜브 등에 올리기 시작했고 개발사 역시 이를 눈여겨봤다.

2편 제작에 들어갈 당시 이런 부분을 극대화시켜 게임의 특색으로 키우면 어떻겠냐는 내부 의견이 나왔고 이로 인해 본격적인 B급 감성이 추가되기 시작한다. 2편에 추가된 특급 액션이 바로 와이어 액션. 이 요소 덕분에 이 게임은 막장에 가까운 B급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와이어는 게임 내 등장하는 모든 사물에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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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2편부터 약을 빨기 시작하더니..
그래서 차량은 물론 보트, 헬기, 비행기 등부터 날아가는 미사일까지도 잡아 날아갈 수 있다. 적을 잡아서 날려버리거나 특정 대상을 어떤 위치에 와이어로 묶어둘 수도 있다. 그래서 날아가는 헬기나 미사일을 잡아 원하는 곳에 묶어둘 수 있고 차량 등이 지나갈 때 적을 차량에 묶어 끌고 가는 기행도 펼칠 수 있다. 이런 행동들이 꼭 이득은 아니지만 괜히 해보고 싶은 충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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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부턴 완전 발리우드 스타일의 게임이 돼 버렸다.
3편에서 더 심해졌다. 3편은 윙슈트를 더해 와이어, 윙슈트, 낙하산의 삼위일체 공중 액션이 가능해졌고 파괴 요소들을 대폭 추가해 그야말로 대파괴의 혼돈을 경험하게 해 준다. 80여 가지의 탈 것부터 새로운 무기들이 대거 등장해 호쾌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새로운 부가 임무 등을 넣어 부수고 날려버리는 발리우드 식 액션의 정점을 찍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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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짓도 가능해졌다. 이것이 진짜 B급 감성의 최고봉 아닐까.
그 사이 이야기의 진전은 없었다. 1편에서도 독재자를 잡으러 갔고 2편도 그랬다. 3편은 고향으로 돌아와서 그곳의 독재자에게 한 방 날려준다. 그 사이에 이상한 즐길 요소는 많이 생겼지만 정말 이야기는 ‘진심’ 재미없다. 어떻게 보면 ‘둠’(DOOM) 개발자 존 카멕이 발언한 “게임 스토리는 포르노의 그것과 같다”처럼 이 게임은 철저히 이야기 따윈 무시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그 대신 화려한 발리우드 식 액션, 특히 ‘병 X 같지만 멋진’ 요소들을 잔뜩 넣어 남자들의 로망을 한껏 실현해준다. 어떻게 보면 정말 순수한 B급 감성을 경험하고 싶으면 저스트 코즈만 한 시리즈가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특히 대형 항공기가 폭발하고, 공장이 터져나가는 상황에서 여유만만 총을 갈겨 되는 주인공의 간지는..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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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하고 또 폭발한다! 계속 폭발한다!!
시리즈 최초로 자막 한글화 된 네 번째 게임 ‘저스트 코즈 4’는 이런 발리우드의 감성의 정점은 물론 가공할 재앙을 게임 내 아이템으로 구현해 B급 감성을 마구마구 채워준다. 특히 이번 게임은 토네이도와 천둥번개, 눈보라, 모래폭풍 등 기상 효과를 이용해 게임 내 거의 대 부분의 사물을 파괴할 수 있다. 차량부터 탑승 장비는 대폭 늘었고 할 수 있는 이상한 짓도 더욱 증가됐다.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는 토네이도다. 기상 현상을 일으키는 아이템을 활용하면 발생하는 토네이도는 유저가 직접 그곳에 들어가 추진력을 얻어 매우 높은 상공까지 올라갈 수 있고 차량이나 무거운 장비를 날린 후 그것에 풍선을 붙여 여유 있게 이동시킬 수도 있다. 심지어 토네이도 안에서 비행기를 잡아끌거나 일반 적들을 토네이도로 날려서 승천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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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기상 현상으로 승부! 이보다 더할 수 없다!
게임 내 파괴 오프젝트가 대폭 증가한 점도 눈길을 끈다. 정말 토네이도 한 번 쓰면 마을 전체가 실제 토네이도가 온 것처럼 쑥대 받이 된다. 차량, 소, 나무, 헬기, 적, 그리고 그 속에서 여유 있는 윙슈트 액션을 펼치고 있는 주인공까지 발리우드 그 이상의 상상력을 체험할 수 있다. 이번 게임은 정말 B급 감성의 끝판왕이자 파괴의 절정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럼 우린 왜 이렇게 B급 감성을 선호하고 즐길까. 사람마다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별생각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B급 감성 게임들은 대부분 유치하고 조약 하고 뭔가 앞 뒤가 잘 맞지 않는다. 근데 어쨌든 정의의 사자가 승리하고 유쾌한 마무리로 끝난다. 발리우드 같은 경우는 여기에 춤과 노래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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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전부 파괴다! 정말 그냥 다 부셔버린다!
이렇듯 뭔가 보거나 하는 과정 내에서 생각이 많아지는 일이 없는 형태의 게임들 –예를 들어 무쌍 시리즈- 을 통해 현실 속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나 괴로움, 힘든 일들을 잊고 잠깐 동안이나마 훌훌 털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취업이나 대출 등 먹고 살 일 때문에 괴로워한다. B급 게임은 이런 힘든 감성을 유치함과 무식함으로 달래주는 단비 같은 존재다.

다른 이유는 상상하는 재미를 준다는 것이다. 저스트 코즈 시리즈는 오픈 월드 게임이지만 샌드 박스 수준의 자유도를 제공한다. 마음껏 시민을 공격해도 되고 화면 내 모든 사물들을 파괴하고 날려도 된다. 날아가는 미사일에 적을 묶어 저 하늘의 별이 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상상력이 자극이 되고 다른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재미를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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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승리를 위해선 여객기 참사 정도는 그냥 나온다!
특히 발리우드 영화를 보며 열광한 필자 같은 사람들에게 저스트 코즈 4 같은 게임은 정말 단비 같은 존재다. GTA5나 레드 데드 리뎀션 2에서도 각종 발리우드 액션을 펼칠 수 있지만 저스트 코즈 시리즈만큼 쉽게 그리고 다양하게 되진 않는다. 비행기를 추락 시키고 차량을 풍선에 뛰어 날려버리는 일, 수많은 연쇄 폭발로 공장 하나를 없애는 일까지 저스트 코즈 4에선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B급 감성 게임들이 주는 재미가 평범하지 않는 것도 매력적이다. 체계화되고 잘 짜인 게임도 물론 매력적이고 즐겁다. 하지만 우스꽝스럽고 뭔가 체계 없는 이상한 구성의 게임은 완성형으로 가는 게임 산업 내에서 피식 웃게 만드는 그런 여유를 갖게 만들어준다. 이런 독특한 B급 감성 게임들도 있어야 다른 게임들이 더 빛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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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나는 스트레스 발리우드 액션으로 날려버리자!
어쨌든 아발란체 스튜디오의 또 한 번의 B급 감성 액션은 매우 성공적이고 즐겁다. 여전히 버그가 많아 진행 시 애로사항이 생기기도 하고 전개 상의 변화 폭이 많아져 전작의 재미를 찾는 팬들에겐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너무 무거웠던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 2 같은 게임에서 지루하고 불편함을 느낀 사용자라면 이 게임의 빠른 속도감과 무식한 파괴력은 충분한 만족감으로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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