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국가부도의 날' 한시현의 눈물이 프로파간다라니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12.08 12:10 / 조회 : 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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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김혜수가 맡은 한시현 스틸.


'국가부도의 날' 스포일러가 담겨있습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흥행몰이 중입니다. 9일만에 2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알려졌다시피 '국가부도의 날'은 IMF사태 전후를 그립니다. 국가부도를 막으려 애썼던 사람, 위기를 이용하려는 사람,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영화는 김혜수가 이끕니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을 맡았죠. 나라의 위기를 막으려 고군분투합니다. 김혜수가 영화를 논리적으로 이끈다면, 허준호는 짙은 감성으로 이끕니다. 가족을 지키려 한 평범한 서민 갑수를 연기했죠. 많은 20대들이 허준호를 보고 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며 공감하고 있습니다.

왜 그때 우리 아빠는 그랬을까, 왜 그때 우리 엄마는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왜 내가 뭔가를 하고 싶다는데 한숨만 쉬었을까. 이런 생각과 감정이 교차한다더군요 .

'국가부도의 날'을 본 관객들이라면 궁금해 할 이야기가 하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에 갑수가 시현을 찾아갑니다. 알고 보니 남매였죠. 갑수가 어렵게 입을 엽니다. 제발 도와달라고. 은행에 아는 사람들 많으니 제발 대출 좀 부탁해달라고.

과연 시현은 갑수의 부탁을 들어줬을까요? 영화 내내 부당한 것들, 부조리한 것들과 맞서 싸운 시현이 자기 오빠의 간절한 부탁에 자신도 결국 부조리 속으로 들어갔을까요? 영화에 설명은 없습니다. 관객이 알아서 판단할 몫일 것입니다.

사실 그 장면은 편집이 됐습니다. 갑수의 부탁을 들은 시현이 전화를 걸까말까 갈등하다가 결국 전화기를 내려놓는 장면입니다. 이후 영화에서처럼 한시현이 통곡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전화를 들고 갈등하는 장면을 편집한 이유에 대해 제작진은 "한시현의 눈물이 사적인 눈물로 보이지 않길 원했다"고 하더군요. 영화 속에서 싸워온, 패배한, 억울하고, 분하고, 불쌍하고, 안타까운, 그 모든 감정이 한시현의 처음이자 마지막 눈물에 담겨있길 바랐답니다. 갑수의 부탁에 고민하는 장면 이후 통곡하는 장면이 이어지면 자칫 관객이 사적인 감정으로만 오독할 수 있을 것 같아 편집했답니다.

그렇기에 에필로그에서 갑수는 아들에게 "아무도 믿지 말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에필로그에서 시현은 다시 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전자는 IMF 이후 한국이 바뀐 슬픈 모습이요, 후자는 IMF 이후 얻어졌길 바란 교훈입니다.

'국가부도의 날'은 목적성이 뚜렷한 영화입니다. 한국사회를 통째로 바꾼 IMF 사태를 제대로 응시하자는 영화입니다. 갑수의 부탁과 시현의 눈물, 그로부터 20년.

왜 지금 우리 사회가 이렇게 각박할까, 왜 이렇게 경쟁이 치열해 졌을까, 왜 이렇게 양극화가 심해졌을까. 질문을 던집니다. 속지 말자고 하는 영화입니다. 스스로 생각하라는 영화입니다. 이 질문과 이 주장은 유효합니다.

사람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법입니다. 갑수의 부탁과 시현의 눈물, 그로부터 20년을 이야기한 이 영화에 프레임을 덧씌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IMF 막전막후 사실을 왜곡해 특정세력에 대한 분노를 선전선동하고 그리하여 문재인 정권 경제정책에 부역하는 영화라는 프레임입니다.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 프로파간다라는 것입니다.

보고 싶은 대로 보는 법이긴 하나 그것밖에 볼 수 없는 사람들인 모양입니다.

상업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다양한 사실들을 고루 담아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각색을 합니다. 사실을 취사선택하고 극적으로 재구성합니다. 각색과 왜곡은 다릅니다. 각색과 왜곡을 구분 못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이런 경제 스릴러 장르는, 특히 실화가 담겨있는 장르는, 전형적인 인물들로 시대를 구현합니다. '국가부도의 날'에선 재정국 차관 역을 맡은 조우진과 갑수 역의 허준호가 대표적입니다. 한시현은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했던 허구적인 인물입니다.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인물 중 여성은 없었습니다. 여성인 김혜수가 한시현 역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판타지입니다.

전형성과 판타지를 비판한다면 모를까, 프로파간다라니요. 전형적인 기득권층에 피해자성 부여하기입니다. 보통 기득권층이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외치는 건, 위협을 받을 때입니다. '국가부도의 날'은 기득권층에 위협인 모양입니다. 속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라는 주장이 위험한 모양입니다.

'국가부도의 날'이 어떤 영화일지, 직접 보고 스스로 생각하길 권합니다. 사실이 어땠는지 확인해보길 바랍니다. 이 영화의 진정한 의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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