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필자는 전작 개념인 레드 데드 리볼버와 레드 데드 리뎀션 모두를 즐겼고 레데리 2의 현지화 정보가 공개된 후 망설임 없이 예약 구매를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경험한 이 게임은 꽤나 인상적이었으며, 오랜 시간 필자를 서부 시대의 끝자락에 잡아뒀다. 그들이 주는 드라마는 여러 번 곱씹어볼 만한 가치가 있었고 엔딩 이후에는 이곳에 남아 있는 다양한 목표를 완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기를 닦는 과정에서 사격선을 체크하는 과정까지, 매우 세밀하다. |
그렇다면 왜 이런 불편함을 그대로 남겼을까. 일단 이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선 오픈 월드 게임이 게임 산업에서 보여주고 있는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오픈 월드 게임은 2000년대 초반부터 게임 시장의 발전을 도모해온 대표적인 장르다. AA급 이상의 게임들이 쏟아졌고 그래픽 요소부터 인공지능, 물리 표현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항상 도전받아왔다. 한때는 유행 정도로 그칠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금도 이 영향력은 유지되고 있다.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의 이집트 재현 수준은 놀랍다. |
그 다음 추구한 목표는 방대함과 공간감, 그리고 자유로움이다. 매년 새로운 오픈 월드 게임들은 전작보다 더 거대해진 세계에 대해 어필해왔다. 촘촘해진 밀도를 더 큰 세계에서 표현하는 건 오픈 월드 게임들의 대표적 자랑거리다. 자유로움도 중요하다. 정해진 임무 외에 오픈 월드에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이상한 짓(?)이 가능해야 했다. 지나가는 사람을 날려버리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옥상을 질주하기도 하고, 비행기를 도심 한가운데 추락시키는 그런 행동 말이다. 와치 독스(WATCH DOGS)의 경우는 '점프'가 없단 이유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대가를 치르더라도 주인공의 행동에 제한이 없어야 한다. |
저스트 코즈4에서 제공하는 현장감은 게임의 몰입을 극대화시킨다. |
레데리 2는 어떻게 보면 이런 공식을 착실히 수행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1899년대 서부 시대의 종언을 담으면서 산업 혁명으로 대변되는 문명의 발전을 마지막 남은 생존자의 시각으로 표현했다. 지역마다 인물들의 모습은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듯 차별화됐고, 정치적인 이슈(여성의 선거권 참여, 여성 인권 확장, 인종 차별 등)에 대해서 거리낌 없이 표현했다. 생존을 위해 필요했던 사냥부터 사소한 식사까지도 충실하게 구현돼 있다.
한때 논란이 된 여성인권운동가 |
자유도 부분도 인상적이다. 자유도는 단순히 하나의 존재로는 의미가 없다. 반드시 상충하는 요소가 필요한 데, 바로 유저들의 캐릭터에 반응하는 인공지능 NPC다. 어떻게 보면 자유도 및 오픈 월드 게임이 재미라는 측면을 추구할 때 '알게 모르게' 언급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유저의 이상한 행동에 반응하는 NPC가 없다면 그 게임은 자유도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레데리 2는 게임 내 모든 존재들이 반응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행동을 하도록 개발돼 있다.
높은 자유도 곁엔 항상 반응하는 존재가 있다. |
"충분하게 고려할 수 있던 편의성, 그럼에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게임의 불편성은 이런 경험적 측면을 떠나서 아쉽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나 마블 스파이더맨(Marvel's Spider-Man)을 재미있게 즐긴 유저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오디세이에서 주인공은 신의 능력을 가진 반신반인이다. 일반인을 뛰어넘는 그들의 파괴력 넘치는 행보는 보고 있는 사람까지도 속이 시원해질 정도로 통쾌하다. 여기에 귀찮은 반복 행동(수집, 사용)은 버튼 하나 누르는 걸로 해소했다.
유비소프트는 캐릭터의 액션과 임무에 중점을 두고 그 외 부분은 최소한으로 축소 시켰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데리 2는 이런 부분에서 타협하지 않았다. 그게 분명히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도 말이다. 이 부분에 대해 락스타게임즈 측은 한 번도 어떠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출시 이후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말이다. 반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추측성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락스타게임즈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2가지 이유라고 생각한다.
높은 자유도는 그만큼 많은 선택을 유도한다. 면도도 할 수 있다. |
레데리 2는 전작의 이야기에서 한층 진중해지고 무거워졌다. 그들은 서부의 종언을 앞둔 마지막 서부 사나이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이고 진중하게 받아들여지길 원했던 것 같다. 실제로 레데리 2는 영화 '황야의 7인'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포스터부터 공식 일러스트, 게임 내 반 더 린드 갱단의 캐릭터성 등에서 많은 유사성을 보인다. 그들은 자신들이 구현한 서부 시대의 이야기가 현실감 있는 드라마로 받아지길 바랐고, 이를 위해 게임적인 측면의 편의성에서 최소한의 타협만 본 것이 아닌가 싶다.
여러 인물들의 드라마는 게임 내 매우 중요한 요소다. |
"모든 행동의 권리와 보상이 동등하게 한 건 온라인 서비스에 목적이 있다"
락스타게임즈는 이런 측면을 게임 내 모든 콘텐츠에 어느 정도 동일하게 권리를 부여한 것 같다. 사냥을 해 가죽을 벗기는 과정이나 갱단의 적에게 한 방 먹이는 행동, 지나가다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돕는 행위, 열차 강도로 돌변해 돈을 빼앗는 일 등 모두가 게임 내 필요한 행동이며, 동일한 가치를 가진 행위로 풀이한 게 아닐까.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게임 내 모든 행동의 정당성과 목적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소한 행동도 모두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
우리가 온라인, 특히 MMORPG에서 전투 외적으로 길드를 성장시키기 위해 자원을 수집하거나 골드, 아이템 등을 투자하는 일은 쉽게 볼 수 있다. 더욱 성장한 길드는 더 많은 혜택을 길드원들에게 제공하고 길드 수장을 지시에 맞춰 타 세력과 전쟁을 펼치기도 한다. 레데리 2의 이런 사소한 과정은 어떻게 보면 온라인의 재미, 갱단이 운영되는 맛을 극대화시키고 모든 행동이 보상받는 느낌을 주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싶다.
온라인 모드는 이 기능들의 쓰임새를 충실한 요소로 바꿔줄 것이다. |